萍 - 창고 ㅈ ~ ㅎ/쥑'이는 여의사의 행복처방

33 말기암 소식, 본인에게 알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浮萍草 2014. 6. 28. 09:30
    비록 지금은 어두워 보일지라도, 
    끊임없이 끊임없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끝에 빛이 보일수도 있지 않을까-오에 겐자부로
    ▲ 뭉크의 <절규>. 나쁜 소식을 알리면 처음에는 모두
    이렇게 당황하게 된다.
    사라면 기겁을 하는 아이가 있다. 내일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오늘 아이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할까? 알리지 말아야 할까? 미리 주사 맞을 거라고 말해 주면 밤새도록 칭얼거리면서 걱정 할 것이 뻔하다. 차라리 아무 말하지 않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그냥 맞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사실대로 말해주어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느 경우든 예방접종에 대한 효과는 똑같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나쁜 소식은 본인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따라 그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시골 사시는 어머님이 살이 너무 빠져서 병원에 모셔갔더니 위암이라고 하더군요. 복막으로 많이 퍼져서 수술도 항암치료도 할 수 없대요. 올해 일흔 다섯이신데 사시면 얼마만큼 사시겠어요. 주위에 물어보니 말기 암이시라는 거 알려드리면 더 빨리 떠나신다고 해서 어머니한테는 별것 아니니 그냥 식사만 잘하시면 된다고 했어요. 얼마 전에 이모님이 어머니와 같이 위암에 걸리셨는데 알려 드리자마자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어요. 치료는 안 해도 좋으니까 본인은 모르게 해주시고 선생님은 통증조절만 해주세요. 어차피 떠나실 거라면 안 아프면서 가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모님이 그렇게 떠나시는 걸보시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남은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게 갔다고 하시면서 많이 원망하셨어요.” “그러시면 괜찮습니다. 큰 따님이 어머님과 가장 친하시니까 따님이 이제 치료가 안되는 병에 걸렸다고 말씀드리세요. 대신 어머님이 알고 싶은 만큼 눈치 보면서 천천히 알려드리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따님이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말을 꼭 하세요. 그런 후에 어머님께서 호스피스를 원하시면 언제든지 모시고 오세요.” 나쁜 소식을 알리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상태가 금방 나빠질까봐. 성격이 까칠해서 알면 자살을 시도할까봐. 차마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못해서. 이제는 환자를 포기한다는 오해를 할까봐 등등의 이유로 정작 알아야하는 환자만 쏙 빼놓고 다른 식구들은 다 알면서 그때가 빨리 다가올까봐 마음 졸이면서 산다.
    환자는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현실을 알게 되면 당연히 절망에 빠진다. 분노하고 공포에 질려 있기도 하며 허망감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현명한 결론에 도달한다. 보호자가 아는 만큼 환자도 알아야 현실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의학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모르는데 죽음을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을수 있어”라는 비현실적인 희망이 당장은 편해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환자를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절망으로 빠지게 한다. 그래서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분에게 곧 돌아 가진다는 사실을 굳이 알려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언제나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
    ▲ 말기 위암 엄마와 대학생 아들. 슬픈 과정을 통과해야만 이렇게 환한 웃음이 나온다.

    통증도 나쁜 소식을 아는 편이 조절하기가 훨씬 쉽다. 내 경우에는 본인은 어떤 상태인지를 모르고 통증만 조절하는 의학적 접근은 거의 실패했다. 환자가 나쁜 소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통증을 적극적 표현했고 마약성진통제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은 언제나 도둑처럼 살그머니 찾아온다. 주치의로부터 “이제 우리로서는 더 이상 해드릴 것이 없습니다. 집에 가셔서 맛있는 것이나 많이 드시게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인생의 가장 쓸쓸한 구간을 통과할 각오를 단단해 해야 한다. 누구나 처음 겪는 일이다. 그러나 나쁜 소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어렵게만 보이는 그 과정을 순조롭게 시작했다. 그래서 호스피스 진료를 할 때 나는 차트 한구석에 환자가 말기 암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소심하게 꼭 적어 놓는다.
    Premium Chosun Vol ☜       김여환 대구의료원 완화의료 센터장 dodo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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