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쥑'이는 여의사의 행복처방

31 말기암 환자에게 신이 내린 선물

浮萍草 2014. 6. 27. 06:30
    죽음보다 더한 것은 통증이다.
    -슈바이처
    ▲ 호스피스병동에서 처방하고 있는 모르핀 앰플.
    랑스의 철학자,시몬느 드 보부아르는 1964년에 발표한<죽음의 춤>이라는 책에서 암과 싸우는 어머니의 고통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마약성 진통제가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시대였기 때문에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엄청난 통증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녀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사람이 죽음을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무엇으로도 정당화 할 수 없는 폭력이다”라고 썼다. 톱니바퀴로 배를 자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죽어가는 것은 보부아르의 말처럼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일 것이다. 2012년 한 해 전 세계에서 8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암으로 삶을 마감했고 내 어머니도 그들 중의 하나였다. 어머니는 폐암 환자였다. 그러나 폐암에서 흔히 나타나는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은 별로 없었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것조차 힘들어 할 정도로 심각한 통증을 호소했다. 폐암이 머리부터 척추,골반까지 몸의 중심을 이루는 뼈로 빼곡히 전이됐기 때문이었다. 뼈란 그저 딱딱한 구조물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풍부한 혈관과 여러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암세포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암이 뼈로 전이 되면 뼈의 표면에 풍부하게 있는 신경을 자극하기도 하고 뼈의 파괴가 진행되어 골절을 유발 하기도 한다. ‘뼈를 에이는 듯한’이란 표현이 있듯이 어머니는 매우 곤혹스러운 통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나는 호스피스병동 다른 보호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어차피 오래 살수 없다면 안 아프면서 떠나시기를 원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적절한 방사선치료와 모르핀의 투여로 편안한 임종을 맞이했다. 1964년과 2012년, 두 어머니들의 죽음이 확연히 다른 이유는 순전히 모르핀 때문이다. 나는 호스피스 의사가 된 뒤 ‘한번은 죽어야하는 인간’에게 신이 내린 마지막 선물이 모르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1803년 독일의 세터너(Serturner)가 꿈의 신인 모르페우스(Morpheus)을 따서 만든 이 약은 아편에서 추출한 것이다. 오늘날에의 아편은 마약 물질로 분류돼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중세 때의 아편은 궤양이나 우울증 환자의 치료제였다.
    또 불과 200여 년 전만 해도 이질 콜레라 등 전염병의 특효약이기도 했다. 아편은 한때 고통을 잠재우고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하는 신의 선물이라고 칭송 받았지만 사람들이 아편에 중독되고 범죄 조직의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기 시작하면서 ‘몹쓸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지 일반인뿐만 아니라 의료진조차도 마약성진통제에 대해 많은 오해와 공포를 가지고 있다. “아버님이 입원하시고 부쩍 더 아프다고 하시네요. 혹시 마약에 중독되신 것은 아닐까요? 나중에 진통제가 듣지 않아서 아프시면서 떠나실까봐 걱정이예요. 저렇게 진통제를 많이 쓰면 약 때문에 혹시 일찍 떠나시는 것은 아닌가요?” 어제 입원한 재룡할아버지의 며느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어 왔다. 재룡 할아버지는 대장암이 복막으로 전이된 환자로 간호사에게 내가 처방한 것보다‘2시간 먼저’ 약을 요구했다. 그가 마치 ‘중독’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는 단순히 심한 통증을 느꼈을 뿐이었다. 통증을 가진 환자의 1만명 중 2명 미만의 환자만이 마약성진통제에 대한 중독을 나타낸다. 이것은 초보 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보다 낮은 것이다. 중독이란 단순히 신체적인 의존을 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마약을 사용하기를 원한다. 기분이 ‘뜨길’ 원하고 마약이 주는 해방감을 얻어 ‘일상에서 탈출’을 위해 마약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통증을 가진 환자는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진통제를 찾고 통증이 사라지면 더 이상의 진통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마약성 진통제는 쓰면 쓸수록 통증에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암이 커져서 통증이 심해지면 그만큼 더 쓰면 되니까 나중을 생각해서 아껴서 쓸 필요는 없어요. 아버님께서 진통제를 자주 달라고 하는 이유는 마약중독이 되신 것이 아니라 아직은 통증을 조절하는 단계라서 그래요. 아버님한테 필요한 진통제의 하루용량을 찾아내면 지금처럼 자주 아프다고는 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마약성진통제는 여명을 절대로 앞당기지 않아요. 오히려 통증이 없어지면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더 오래 사실 수도 있답니다.” 통증이 조절된 재룡 할아버지는 평소 즐겨 마시던 구기자 술을 며느리에게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두발을 부드럽게 만져준 발마사지 봉사자와 함께 즐겁게 한잔 했다. (병원에서 술을 드시게 했다고 놀라지 마시길.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환자가 평소에 좋아 했던 막걸리나 소주 한잔 정도는 드시게 한다.)
    ▲ 암성통증이 조절되어 호스피스병동에서 즐겁게 지내는 환자와 봉사자들.

    모르핀은 우리를 죽음의 공포보다 더 끔찍한 암성통증에서 해방 시켜주는 훌륭한 약제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정확하게 모르핀에 대해서 알아야한다. 아직도 환자,보호자,의료진의 모르핀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으로 말기 암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약성진통제를 거부하고 의미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의 마지막 의사로서 당부한다. 언젠가 당신에게 그때가 오면 신이 내린 선물, 모르핀을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통증이 없으면 죽음의 맨얼굴을 똑바로 응시 할 수 있고 고통 없는 죽음은 결코 폭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Premium Chosun ☜       김여환 대구의료원 완화의료 센터장 dodo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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