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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나는 노동자"(下)

浮萍草 2014. 6. 30. 10:30
    정주영, 현대건설 상장 후 큰 돈이 생기자...
    
    “어떤 일이건 각기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그들이 하는 일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면 좋은 세상이 되는 거야.”
     이런 생각을 가졌던 정회장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하나를 소개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80년대까지 광화문 교보빌딩 뒷 쯤에 장원이라는 고급 한정식 집이 있었다. 
    나이 든 재계 원로들 모임이나 한식을 좋아하는 외국 경제계 인사들을 대접할 때 정회장이 자주 이용하던 곳이었다. 
    여기에 고등학교 1~2학년 쯤 되었을까 자그마한 키에 볼이 항상 사과 같이 빨개가지고 수줍음을 많이 타고 눈빛이 유난히 맑았던 명옥이라고 하는 아르바이트 
    여학생이 있었다. 
    그의 하는 일은 조리실에서 준비된 음식 접시들을 연회장 식탁에다 격식을 맞추어 날라다 놓는 일이었다. 
    항상 뛰다시피 하는 종종 걸음으로 음식을 나르며 잰 손놀림으로 정성스럽게 그러면서도 그릇 놓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극진한 정성으로 상을 놓는 그의 모습을 
    정회장은 놓치지 않았다. 
    “나는 제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제일 예쁘더라.”
    연회가 끝나고 나올 무렵 그 소녀가 안 보이면 조리실 입구까지 가서 그를 찾아서라도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하곤 했다. 
    한국 재벌 총수 정주영 회장 ‘할아버지’의 이런 칭찬을 받는 그 소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가지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금쯤 50 줄에 들어섰을 그 소녀도 어디선가 이따금씩 옛날 정회장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 시절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 장발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정회장이 장발을 대단히 싫어해서 현대 그룹 내에 젊은 직원들은 장발은 엄두도 못내었던 것으로 알려 
    졌다.
    “나도 젊은이가 어울리게 장발을 하고 있는 모양이 싫치는 않아 그러나 머리가 길면 감을 때 물 많이 쓰지 비누 많이 들지 말리고 빗질하는데 시간 많이 걸리지.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한창 때 그런데 시간과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짧은 머리를 하면 간단히 목욕을 하고 머리도 수건으로 몇 번 툭툭 털면 바로 일하러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학생들과의 대담에서 장발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그에게 노동은 항상 그 자체가 삶에 절대 가치와 보람을 주는 숭앙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아직 내가 현대 건설을 기업 공개하여 주식을 시장에 내 놓지 않는 것을 가지고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 
    주식을 공개하면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누군가? 
    그것은 돈있는 사람들과 기관들이다. 
    그런데 현대 건설을 오늘에 이르기까지 키운 사람들이 누군가? 국내에서 이역만리 뜨거운 열사의 중동 공사 현장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땀 흘려 일한 노동자
    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주식을 살 형편이 못된다. 
    엉뚱한 사람들한테 혜택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나도 따로 생각이 있어 준비를 하고 있다.”
    당시 전성기에 있던 현대 건설의 기업공개는 그 엄청난 가치와 주식 시장에 미칠 파급 때문에 경제계뿐만 아니라 온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던 때였다. 
    80년대 초 기업 공개가 늦어지는데 대한 여러 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는데 대하여 사석에서 밝혔던 그의 입장이었다.
    ▲ 서울시 풍납동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

    그 후 정회장은 현대 건설 기업공개를 했다. 그리고 지분의 반 정도를 이미 77년에 설립되어 있던 아산 재단에 할당했다. 그리고 그 재단의 재원을 가지고 여러 개의 사회 복지 교육 사업에 투입했다. 병원도 첨단 장비를 갖추었다. 지방의료 시설로 치료가 안 되는 환자의 진료를 위해 서울아산 병원 외에 강릉,보성,정읍,영덕,울산과 같은 소위 돈이 안 되는 지방도시에 여러 개의 병원을 설립 하는데 기업공개 후 생긴 재원을 썼다. 그렇게 그는 평생 그의 도전과 성취에 동참해준 노동자들에게 대한 존경과 의리를 실천했다. 한편 이러한 정회장이 창업한 현대 자동차는 오늘날 유사한 기능의 다른 일터와 비교하여 단연 월등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경영권 참여와 더 많은 회사 이익 배분을 요구하며 파업을 일삼는 강성 노동조합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기술 개발과 시장 경쟁의 세계 자동차 공업계에서 연산 1000만대 생산과 세계 4대 메이커로 발돋움 하려는 현대 자동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상이다. 이것은 생전의 정회장이 생각했던 노사 협력의 모양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지금 저승에서 우리가 더 성숙한 산업 국가로 발전을 하기 위하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노사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Premium Chosun         박정웅 메이텍 인터내셔널 대표 ltjw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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