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남성의학자의성(性)스러운이야기

15 노년 남편의 '남성'이 살아나자 젊은 아내는...

浮萍草 2014. 6. 24. 09:10
    30년 전 50대 후반의 남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일찍이 전처가 바람이 나서 자식들이 어릴 때 이혼하였고 지금의 부인인 처녀와 재혼하였다. 
    문제는 당뇨병에 의한 발기장애로 성생활이 불가능하였으며 재혼 당시만 해도 발기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새로운 부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성생활은 하지 못하더라도 부유한 환경을 낙으로 삼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더 늙기 전에 자신의 아이를 가져야 하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여 남편에게 인공수정을 제안하였고 성불능으로 항상 죄인 같은 마음을 갖고 
    있던 남편은 거절할 수가 없어 인공수정으로 자식을 얻을 수 있었다. 
    부인은 자신의 아이를 갖고 나니 자신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지면서 이제는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였다.
    그 후 그렇게 십년 동안 살아왔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1980년대 중반 발기부전 치료를 위한 음경보형물삽입술이 국내 도입됨에 따라 환자는 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하였다. 
    부인에게도 수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환자에게 이야기하였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거절하였으며 수술 당일에도 부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수술 후 며칠 뒤 환자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여인이 찾아와 면담을 요청하였는데 바로 부인이었다.
    부인은 ‘본인의 승낙도 없이 왜 수술을 해주었냐’고 항의하였다. 
    젊은 부인이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너무나 의외의 반응을 보여 당황하였다. 
    남편의 발기기능이 회복되었는데 기대감에 찬 환한 얼굴은 고사하고 짙게 깔린 어두운 그림자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 1개월 후 부인이 다시 찾아와서 울며 하소연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수술 후 남편은 성생활이 가능하게 되자 그 동안 죽고 살았다는 원한을 되갚겠다는 것인지 부인을 폄하하고 욕하며 기고만장하게 나오더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성불구 남편을 두고 인고의 세월을 살아왔는데 자신이 너무나 허망하고 원통하여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였다.

    발기부전에 대한 여성의 반응은 남편과 성생활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 만약 여성이 성관계를 원하는데 좌절된다면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불만으로 신경질적이고 비판적이 되어 성생활 뿐만 아니라 일상 관계까지 사사건건 다투거나 증오심과 적대감을 표출하기도 하며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발기부전치료는 환자 뿐만아니라 배우자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고 심리적 안정감과 결혼 생활의 활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배우자의 경우 애정과 사랑의 증가를 비롯한 부부관계 개선이 성생활 개선보다 더 높은 개선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남편과의 성관계를 귀찮아하거나 싫어한다면 남편의 발기부전에 내심 기뻐하며 그 상황이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 이때 남편이 치료를 하려고 시도하면 부인은 비협조적이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 적극 반대하기도 한다.

    부인이 기본적으로 여성으로서의 매력에 자신이 없거나 남편이 젊었을 때 바람을 많이 피우는 등 발기장애가 생기기 전에 부부관계가 소원했던 경우에는 남편이 발기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으려는 사실이 부인이 갖고 있던 열등감을 건드리고 이전에 소원했던 부부관계에 대해 잠재적으로 갖고 있던 분노를 되살리게 된다. 이런 경우 남편이 어떤 치료를 받던 치료결과에 대해 실망을 표시하며 조소하고 치사하다는 식으로 남편의 기쁨이나 용기를 꺾어 놓으려 한다. 젊었을 때 남편에 대해 분개하고 모욕을 당했던 여성들은 남편이 중년을 넘어 발기장애가 발생하면 한편으로는 남편의 기능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회복이 되지 않아 남편의 기가 꺾이고 고민하는 꼴을 봤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분노는 대개 무의식적으로 발동하기 때문에 남자들은 여자가 치료에 비협조적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다. 앞서 소개한 부인처럼 남편의 발기장애를 빌미로 전횡을 할 경우 남편의 발기력 회복은 경제권 반납은 물론 그 동안의 전횡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하여 발기부전에 대한 치료를 적극 반대하게 된다. 부인에게 사전 상의도 없이 음경보형물삽입술을 받았던 또 다른 50대 남성은 수술 후 3개월이 지난 무렵에 당혹스런 표정으로 필자를 찾아와 하소연하였다. 수술 후 처음에는 부인이 매우 만족스러워 하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발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남편이 과연 나를 좋아해서 섹스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바람을 피우려고 수술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생기자 거꾸로 불쾌하고 괘씸하게 생각하더라는 것이다. 급기야 부인은 남편에게“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기는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좋으니 보형물을 제거하여 자신에게 사랑을 증명해보라”고 요구했다. 환자는 당황할 일이었다. 수년 적금으로 마련한 거금(?)을 들여 오로지 부인을 위해 수술 받았다고 누차 항변했으나 부인은 막무가내였고 “제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위해 수술한 것이 확실하다”며 이혼을 요구했던 것이다. 남성들은 발기부전을 단순히 신체의 한 부분이 고장난 것으로 생각하여 치료로 발기라는 물리적 힘을 되찾으면 마치 고장난 자동차의 부품을 교환하면 문제가 해결 되듯이 그 동안 성기능장애로 발생한 부부간의 갈등도 일시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여성의 분노와 고통은 발기를 회복하였다고 쉽게 해결 되는 것이 아니다. 치료에 의한 인위적 발기가 여성에게 단순히 물리적 도구로만 여겨질 때 그것은 애정이 아니라 모욕으로 여기며 남성들의 쾌락의 수단으로 비하해 버린다. 발기부전치료는 여성의 누적되어온 불만을 한번에 깨끗하게 잠재울 수 있는 전천후 해결사가 아니라 사랑의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므로 치료를 받기 전에 부부간의 이해와 사랑의 교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Premium Chosun ☜       김세철 명지병원장 saeckim@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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