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음악가가 사랑한 여인

3 브람스가 사랑한 여인

浮萍草 2014. 6. 11. 06:00
    브람스, 스승 슈만의 아내를 40년 동안 사랑했으나…
    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살아가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매력이란 한순간 혹은 어느 정도의 관심을 끌 뿐 열정을 다해 사랑하는 마음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이에게 모든 유혹은 물거품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 이외에는 매력적이든 매력적이지 않든 눈에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브람스가 그랬다. 평생 클라라만을 사랑한 남자였다. 
    요하네스 브람스.
    ㆍ“클라라! 이리 좀 와 봐요. 당신이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에요….”
    1853년 9월 30일. 브람스는 동경하던 음악가 슈만을 찾아간다. 그때 브람스는 20세 슈만은 43세였다. 청년과 중년 음악가의 만남. 브람스는 슈만 앞에서 자신의 첫 번째 피아노 소나타 C장조, op.1을 연주한다. 그러나 잠시 후 슈만은 연주를 멈추게 했고 클라라를 찾는다. “여보, 클라라. 이리 좀 와 봐요. 당신이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에요….” 클라라가 들어왔다. 34세의 클라라는 슈만의 아내였고 당대 최고의 여류 피아니스트였다. 브람스는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그날 밤 슈만은 일기에 이렇게 쓴다. “브람스, 천재가 방문했다.”
    ▲ 슈만 부부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 영화 ‘클라라’의 한 장면

    ㆍ스승의 아내를 사랑한 브람스 운명이란?
    이듬해, 슈만이 ‘라인강 자살 미수 사건’으로 엔데니히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점점 더 가깝게 다가간다. 7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홀로 남겨진 클라라에게 연민을 느꼈을까? 브람스는 슈만을 대신해 여섯 아이를 돌봐주었고 막내 펠릭스가 태어났을 때는‘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작곡하여 클라라에게 선물했다. 클라라는 이미 브람스에게 위로받고 있었다. 브람스는 이제 관심의 단계를 넘어 책임감마저 느끼게 된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잠시 떠나있을 때 오히려 클라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클라라에게 편지를 보낸다. “··· 더 못 참겠어요. 오늘 돌아가겠어요. 여행을 하고 있지만 한순간도 즐겁지 않아요. 다른 때 같으면 튀빙겐 리히텐슈타인, 슈아프하우젠 같은 지명들을 생각만 해도 설렜겠지만 지금은 모두 별 의미가 없어요. 모든 것에 관심도 없고 흥미도 못 느껴요.” 그랬다. 이미 브람스 마음속엔 클라라에 대한 열정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스승의 아내이자 자신보다 14세 연상이고 음악 세계에 있어서도 여신처럼 우러러보던 여인에게 브람스는 사랑의 말을 전한다.(실제로 브람스의 부모님도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17세 연상이었다.) “내 사랑하는 클라라! 매일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에게 수천 번 입맞춤을 보냅니다.” 그는 우편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도 당신에게서 편지가 오지 않았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연주할 수 없고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브람스 사랑 편지는 슈만이 죽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클라라가 슈만을 마지막으로 만나러 갈 때에도 브람스가 동행했다. 슈만을 지켜보는 브람스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신의 사랑을 위하여 슈만의 죽음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걸까? 슈만은 브람스와 클라라의 관계를 눈치를 채고 있었을까? 슈만이 유언처럼 남긴 말 “Ich weiß (알고 있어)”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덥수룩한 수염의 브람스의 모습은 그의 나이 45세 때부터 볼 수 있다.브람스가 수염을 기르기 전에는 그를 클라라의 아들로 보던 사람들은 수염을 기르자
    클라라의 아버지로 보았다. 그는 연상 클라라와 조화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수염을 길어 나이를 들어보이게 한 것이다.

    ㆍ소유하지 않으므로 하나 된 사랑
    그러나 1856년 슈만이 죽고 난 후 브람스와 클라라의 관계는 더는 발전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사이의 떨리고 흥분되던 사랑의 열기는 자취를 감춘다. 클라라의 가슴 속엔 여전히 슈만이 살아 있었고 브람스 또한 스승 슈만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클라라는 계속해서 연주여행을 떠나야만 했다. 연주여행에서 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슈만의 작품들을 연주했고 또 브람스의 곡들을 널리 알렸다. 유능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신인 작곡가 브람스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했다. 브람스는 새로운 작곡을 하면 클라라에게 의견을 구했고 클라라는 자신과 아이들의 모든 문제를 그와 의논했다.
    ㆍ63세 브람스, 77세 클라라 예고 없이 찾아가 연주 부탁
    1895년. 63세의 브람스는 77세의 클라라를 찾아간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예고 없이 그는 어린애처럼 클라라에게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 “자 나한테 한 곡 들려줘요.” 클라라는 계속 거절하다 결국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 op.118을 들려줬다. 클라라는 오직 그를 위해 연주를 했고 브람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지켜봤다. 연주가 끝나고 브람스가 그녀의 가늘고 주름진 손을 잡아주자 클라라는 브람스를 바라보았다. 음악이 멈춘 공간에 그들 사이의 마음만 흘렀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 Brahms Intermezzo Op. 118 No. 2 (piano: Nikolai Lugansky)

    클라라는 이듬해 봄 브람스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브람스는 비탄에 젖어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고독한데 그래도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1년 뒤 브람스도 침대에 누운 채 쓸쓸히 평온한 죽음을 맞이한다.
    ▲ Johannes Brahms'Symphony no.3 in F major,Op.90,3mvt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conductor : Sir John Barbirolli,브람스의 교향곡 3번 F장조의
    모티브는 ‘f, a♭, f’ 세 개의 음이었다. 이는 브람스 삶의 모토인 frei aber froh (자유롭지만 행복하다)의 약자이다.

    슈만과 클라라의 결혼생활은 16년. 그러나 브람스와 클라라의 관계는 클라라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40여년 이어진다. 더 가까워지지도 않고 더 멀어지지도 않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서로를 지켜주면서…. ‘자유롭지만 행복하다’는 브람스의 삶의 모토 그대로….
    Premium Chosun         고은영 피아니스트 21c.muse.ke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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