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쥑'이는 여의사의 행복처방

29 남편이 암에 걸리자 22살 어린 장애인 아내는...

浮萍草 2014. 6. 25. 06:00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석주의 풀꽃.
    
    '뻔한’ 이야기였다. 
    실화라는 것만 빼면 소설이나 영화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흡사했다.
    철주씨는 첫 결혼에 실패한 알코올 중독자였고 혜연씨는 희귀한 윌슨병(구리의 대사 장애로 간경화와 신경증상이 있는 열성유전병)을 앓고 있는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이었다. 
    그들은 각각 치료를 받기 위해 같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에 빠졌다. 
    22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니까 혜연씨 부모는 펄펄 뛰면서 반대했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던가?
    철주씨는 말도 어둔하고 한쪽다리도 절뚝거리는 혜연씨를‘여인’으로 봐주는 유일한 남자였다. 
    그들은 환자복을 벗고 새하얀 웨딩드레스와 검정색 턱시도를 차려 입었다. 
    그리고 혜연씨는 고아원에 버렸던 철주씨 전처(前妻)의 아이들을 데려왔다. 
    아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한 새엄마였으나 그저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금방 10년이 흘렀다. 6개월 전쯤 철주씨 혓바닥에 땅콩만한 덩어리가 생겼다. 
    설암(舌癌)이었다. 
    사위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장인은“내가 어쩌자고 그 결혼을 허락 했을꼬”라며 가슴을 쳤다.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병든 딸이 죽어가는 사위를 간병하는 것도 볼썽사나웠고 또다시 혼자 살아가야만 하는 딸의 팔자도 서러웠다. 
    철주씨의 암은 방사선치료에도 자꾸 커져서 목 뒤쪽에 사과만한 덩어리가 툭 불거졌다. 
    이제 그는 물 한모금도 삼킬 수 없는 말기 암환자가 됐다.
    ▲ 필자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

    바짝 여윈 몸으로 혜연씨는 남편의 몸도 구석구석 닦아주고 통증이 생기면 비틀비틀 걸어 나와서 불편함을 알렸다. 그러나 나는 철주씨의 죽음이 다가오면서 혜연씨 아버지의 가슴치며 통곡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 혼자 남겨질 혜연씨는 실로 걱정이었다. 철주씨가 떠난 후, 친정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안 갈수도 없을 것이다. 혜연씨 말로는“나는 장애인 연금이 나와서 괜찮아요”라며 눈물만 흘렸다. 그래도 철주씨가 떠나면 혜연씨의 법적 보호자는 그녀와 고작 11살밖에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대학생 의붓아들이다.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아버지가 떠나고 새엄마와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아들은 “당연히 엄마와 같이 살아야죠”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병원에서 의사생활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행운 중의 하나는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와 비밀스럽게 만난다는 것이다. 물론 흔히 말하는 성공한 인생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하나같이 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뻔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듯 환자의 사연에 빠져든다. 그들이 남기는 이야기가 상투적인 사생활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박하게 사느라 잃어버렸던 삶의 진정한 가치관 이를테면 ‘사랑,우정,배려,용서’를 우리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내어 준다. 인생은 스스로가 아니라 저절로 새겨지는 한권의 소설책이다. 환자들은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서 많은 펀치를 맞은 지쳐버린 복서처럼 만신창이가 된 채 입원을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는 따분하고 재미 없는 우리의 일상을 다시 한 번 새롭게 곱씹어 준다.
    Premium Chosun ☜       김여환 대구의료원 완화의료 센터장 dodoyun@hanmail.net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