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정의학과 창시자의 노년 건강

13 감사편지 쓰고 죽은 암 환자 엘리자베스

浮萍草 2014. 5. 21. 09:35
    사의 전문 분야는 아주 다양하다. 
    1930년대 Flexner가 인간의 신체를 각각 나누어서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안과 이비인후과 등등으로 세분되기 시작되었다. 
    이러한 의학의 흐름은 인간의 신체를 세분화 하기 시작하여 오늘날 의학의 전문분야를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체의 각부위를 더욱 세분화 해야 한다고 하여 예를 들면 안과의 경우 각막따로 안검 따로 이비인후과의 경우 코따로 귀따로 타 분야들도 
    관절따로 손따로 발따로 심지어 손도 왼손 바른손 손톱 손가락 등등으로 점점 미세분화 하였다.
    그러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나의 인간인 나를 산산조각 내서 진료할 수가 있느냐? 
    나는 하나의 영혼과 신체가 있는 하나의 인간 그 자체로 진료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대 의료의 세분화 미세분화에 의하여 의학의 질과 수준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가져왔지만 그러한 발전의 그늘에 있는 의료의 인간화 인격화 등은 소홀하게 
    되었다.
    이러한 그늘을 다듬어 주고 보완해줄 전문분야가 자연히 대두되어 소위 가정의학(Family Medicine)이라는 전문과목이 태어났다. 
    현대의학의 모순과 불합리적, 비인간적, 비인격적 부분을 해결하기 위함이였다. 
    우리나라에도 1985년 제 23번째 전문과목으로 인정되어 오늘날 의학의 각 전문과목중 3번째(내과 외과에 이어)로 큰 전문분야가 되었다. 
    이러한 가정의학의 원리는 인간이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며, 나이·성별·질병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진료하는 과목이다.

    가정의학의 대상은 가정(가족)이다. 따라서 가족생활환(life cycle)을 생각하며 진료하는 특성이 있다. 가족 생활환은 결혼부터 시작하여 첫 아이 태어나는 시기,영유아기,사춘기,중년기,첫아이가 결혼해서 집을 나가서 막내가 결혼하여 집을 떠나는 시기(Launching Period),노년기,은퇴기,사망으로 나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망(Death)이 인생의 한 단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 시기와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단계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이른다. 이것은 진리요 자연 불변이다. 그래서 가정의학 의사들은 특별한 과목으로 Care of dying(임종관리)을 배우고 호스피스(hospice)에 누구보다 관심을 갖는다. 수시로 접하는 죽음, 쉽게 말해 사망하는 환자 그 가족들, 주위를 늘 대하게 되고 사망하는 환자 뿐아니라 그 가족 주위에 의사로서의 관리 책임을 갖는다. 물론 가정의학 의사만이 환자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의학전문의는 어떤 전문분야 보다 깊이 있게 죽음을 보고 느끼고, 또 어패가 있지만 ‘관리’한다. 필자가 경험한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미국에서 전공의 시절에 엘리자베스(Elizabeth)라는 58세의 여자 환자가 기억난다. 유방암이 퍼져서 결국 늑막에 물이 찬 경우다. 늑막에 물이 차는 이유가 다양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유방암이 퍼진 경우였다. 당시만 해도 아무리 미국이지만 결국 사망할 수 밖에 없는 환자였다. 하루는 회진을 도는데 필자에게 자기가 무슨 병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늑막에 물이찬 pleural effusion이라고 했더니 지난번에 물을 뺏는데 조직 생검도 했는데 물이 찬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사실은 유방암이 늑막으로 퍼져서 물이 찼다고 했다. 그 다음날 회진시 또 묻는다. “선생님,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나요?” “교과서에 의하면 잘하면 3-6개월 정도 가능하겠지만 당신은 기독교인이 아니냐.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결정하신다. 희망을 갖자.” 다음날 회진을 갔다가 특이한 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편지지…. 엘리자베스의 표정도 휠씬 밝았다. 그래서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편지를 쓰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거의 60년을 살아오면서 자기와 관계를 맺어 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와 용서의 편지를 쓴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에게도 감사의 편지를 쓰겠다고 하며…. 6개월 후 엘리자베스는 결국 퇴원 후 몇 번 입퇴원하고 결국 사망하였다. 필자는 엘리자베스의 죽음 앞에서의 의연함, 감사와 용서의 ‘그녀’를 통해 느낀 것이 너무나 많다.
    Premium Chosun ☜       윤방부 선메디컬센터 재단회장 겸 국제의료센터 원장 younbb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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