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생로병사

울 때는 울어라, 그러지 않으면 몸이 앓는다

浮萍草 2014. 5. 9. 08:53
    '극단' 선택한 자식을 보낸 父母들 '남 앞에서 울어보니 나아져' 고백
    잘 울수록 病 줄고 면역력 높아져… 평균수명 여자가 긴 것도 그 이유
    눈물은 신이 내린 治癒의 정화수, 마음껏 울어 카타르시스 느껴야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면서 가족을 잃는 상실처럼 슬픈 일이 어디 있겠나. 아무리 나이 든 부모가 돌아가셔도 다시는 부모를 볼 수 없는 죽음이다. 자식들에게 호상(好喪)은 없다. 하물며 분신처럼 여기는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은 어찌할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게 요즘 부모의 마음이다. 더욱이 자살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괴로움은 상상 이상이다. 밥숟가락 드는 것 자체가 괴로운 그들은 어떻게 그다음 인생을 살아갈까. 남은 것 자체가 고통인 그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자작나무'라는 수필집이 있다. 자살 유가족들이 산 얘기를 엮은 에세이다. '자살 유가족,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의 앞글자를 따서 책 제목이'자작나무'다. 최근 서울시 자살예방센터가 남은 가족의 치유를 위해 펴냈다. 감당하기 어려운 내밀한 이야기이기에 일반에게 판매되지는 않는다.
    아버지 K씨는 어느 날 아들의 죽음을 맞는다. 군대까지 다녀온 청년이었다. 각종 무술 유단자인 아버지에 비해 아들은 나약했다. 팔씨름을 하면 아버지가 이겼다. "그렇게 유약해서 어디에 써먹겠느냐"는 그의 말은 어느 부모나 하는 잔소리였을 것이고, "도대체 인생의 목표가 뭐냐?"는 추궁은 어린 자식들에게 하는 흔한 단도리였을 것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는 뉴스를 들으면 그도"요즘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한 젊은이가 많은지" 하며 혀를 찼다고 했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아들이 사라지자 그는 폐인이 됐다. 아들이 왜 아팠는지 알고 싶어서 몸부림쳤다. 아들의 지나온 삶을 추적하면서 아이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던 수 십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놓친 게 한스러웠다고 했다. 자식을 강하게 키우려고 한 것은 자신처럼 만들려고 했던 욕심이었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한동안 술과 담배가 괴로운 마음에 약으로 쓰였다. 그러나 술이 깰 때는 알코올성 우울증이 겹쳐 슬픔은 더욱 커졌다. 이토록 허무한 것이 인생인가 싶어 심리학 책도 보고 상담도 했다. 말기 암 환자를 돕는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며 아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보려는 노력이었다. 오늘도 하루를 보내는 세월이 고통에서 그를 조금씩 회복시켰다. 개그맨 백재현씨가 수년 전 뮤지컬 연출자로 돌아서 기획한 공연은 대실패로 끝났다. 쫄딱 망했고, 빚 독촉이 빗발쳤다. 백씨는 죽으려고 소주 일곱 병을 들이켰다가 겨우 깨어났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던 그가 선배 개그맨 전유성씨에게 전화했다. 전씨의 충고가 걸작이다. "인마 웃어! 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웃긴 거야." 백씨는 그 말을 듣고 털고 일어났다. K씨는 이 일화가 담긴 백씨의 책을 읽고 힐링을 얻으며, 점차 일상의 즐거움도 찾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자살 유가족 모임인'자작나무'에 나가면서 처음으로 남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제대로 울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고통을 짊어진 사람일수록 먼저 울기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자작나무'공감 자리가 일깨웠다. 같은 처지의 집단적 위로가 그를 울게 했고,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그는 고통을 울음으로 표현하고, 스스로 연민을 느껴야 비로소 고통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훗날 하늘나라에서 아들을 반갑게 만날 날을 기다리며 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1997년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교통사고로 죽자 영국 국민은 비탄에 빠졌다. 눈물을 흘리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상하게도 그 후 한동안 영국의 정신병원에 우울증 환자 방문이 절반으로 줄었다. 실컷 울고 카타르시스를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를'다이애나 효과'라고 부른다. 슬플 때 잘 운 사람은 병에 덜 걸린다. 미국에서 건강한 사람과 위궤양이 있는 환자를 조사했더니 건강한 사람들이 우는 것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주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 우는 사람보다 소리를 내서 "엉~엉~" 우는 사람이 심장병 발생률이 더 적은 것으로도 나타난다. 의학적으로 양파를 썰 때 나오는 눈물보다 슬픈 영화를 볼 때 나오는 눈물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빠져나간다. 눈물은 신이 인간에게 준 치유의 정화수이다. 슬프면 울어야 한다. 자주 웃는 것만큼 잘 우는 것이 면역력 유지에 중요하다. 남자의 평균수명이 여자보다 짧은 이유는 남성이 여성보다 덜 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컷 울었을 때 괴로운 현실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지 않게 된다. 우리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사는 기쁨도 길어지지만 별의별 상실과 슬픔도 겪게 된다. 웃음과 울음 다 주고 너무 이르게 이별하는 사람들, 성대한 애도로 잘 보내야 한다. 제대로 울지 않으면 몸이 대신 앓는다.
    Premium Chosun ☜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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