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심장박사 의 심장 이야기

고흐의 약물중독

浮萍草 2014. 4. 19. 10:42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와 디기탈리스 (Digitalis)
    ▲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1889).
    늘날 고흐의 작품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다. 이 유명한 작품들을 눈여겨 보면 고흐가 노란색을 즐겨쓴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고흐는 그의 다작 만큼이나 많은 병을 앓고 있었다고 추정되는데 그의 작품을 분석해서 밝혀낸 병은 이명,뇌종양,녹내장,백내장,조울증,정신분열증,마그네슘결핍증, 디기탈리스중독증 등 무려 152가지였다고 한다. 이중에서 디기탈리스 중독이 고흐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현재 디기탈리스는 강심제로 순환기 내과에서 심부전,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 환자들에게 주로 처방되는데 당시에는 정신질환과 간질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였던 약초였다. 이 약초의 주요 부작용 중의 하나가 황시증 즉 노란색 환영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디기탈리스 과용은 사물의 주위에 노란색 혹은 녹색의 안개같은 잔상을 만들어 내는 부작용을 초래하며 별 주위에서 노란색의 코로나를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
    ▲ 고흐의 '의사 가셰의 초상'(1890).
    실제 고흐의 명작이고 오늘날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별이 빛나는 밤에’는 고흐의 충동 적이고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삼나무는 마치 넘실대는 불꽃처럼 보이고 교회의 탑은 고흐의 마음속에 있는 신앙심을 표현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노란색으로 둘러싸인 별들이 밤하늘에 흩뿌려져 있다는 것이다. 마치 별들 주위에 노란색의 강렬한 잔상이 아우러져 있는 것처럼…. 이 그림을 감상한 사람에게도 비슷한 잔상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더더욱 고흐가 시대를 아우르는 대가임을 인정하게 된다. 실제로 그가 자살하기 한달 전에 그린 ‘의사 가셰의 초상’에서는 가셰가 디기탈리스를 추출 하는 원료식물을 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고흐는 네덜란드 화가로 근대 예술에서 인상주의의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은 그의 인생 10 년 동안 그려진 것으로 무려 천점에 가까운 다작을 남긴다. 처음에는 인상파 작가들로부터 영향을 받다가 모네 등의 점묘법의 영향을 받는다. 1888년에 프랑스 남부 아를에 작은 집을 빌려 노란색으로 칠하고 친구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과 함께 살면서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 시기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명작들이 많은데 강렬한 노란색이 바탕이 되거나 노란색이 사물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즐겨 쓰는 색이 아니라 화가에게도 강한 인상을 주고 타인에게도 이 색을 전달 하려는 의지가 강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의 명작 ‘열네송이 해바라기,1888’를 보면 마치 뜨겁게 내리쬐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밝은 빛을 느끼게 해주고 단순하면서도 강렬함을 보여준다. ‘의자,Chair 1888’,‘노란 집,1888’,‘아를의 침실,Bedroom in Arles,1888’에서 대상 사물이 화려한 노란색으로 덮여있어 눈에 강렬하게 비춰진다. ‘오베르의 교회 1890’에서는 강렬한 노란색을 사용한 점묘법으로 붓 칠해진 길 사이에 세워져 있는 교회가 툭 튀어나올 듯하다. ‘까마귀가 있는 밀밭, 1890’은 고흐가 죽기 며칠 전에 그린 그림으로 마치 노란색의 밀밭이 넘실대서 넘쳐날 듯하다. 이러한 강렬한 작품들이 디기탈리스의 부작용인 황시증에 의해 영향받아 그려졌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의사로서 생각해 보건대 디기탈리스 부작용중의 하나인 음식 불내성(food intolerance) 이 분명 그를 따라 다녔을 터 고흐가 황시증과 동시에 굶주림과 영양부족으로 고뇌에 찬 작품 활동을 해나갔으리라 생각하니 숙연해짐을 느낀다. 진정한 명작은 고뇌와 아픔없이 탄생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질문을 던져본다.
    Premium Chosun ☜       임도선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dslmd@ku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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