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사랑과 법

3 이혼하고 싶어도 '증거'가 없어 이혼하지 못하는 어느 스타 부인…그가 눈물로 털어놓은 사연

浮萍草 2014. 4. 5. 06:00
    ▲ 중년 남녀의 결혼과 외도, 이혼을 다룬 TV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 /드림이앤엠제공
    름다운 중년 여성이자 유명한 스타의 부인 이야기다. 그가 얼마전 사무실로 찾아와 눈물로 인생 얘기를 털어놨다. 톱스타인 남편은 결혼생활 수 십년 동안 그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고 한다. 꾹 참다가 이혼을 결심했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았다. 남편이 이혼을 거부했기 때문. 남편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오랜 기간 그는 물론 자녀와의 연락을 거의 끊고 지냈다. 그 과정에서 자녀와 생활고를 겪었다는 말을 하면서 그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무늬만 부부이고 실질적으로 남남처럼 지내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별거 기간이 오래 되고 연락이나 왕래도 없으면서 자녀 때문에 참고 사는 부부가 있는가하면 일방은 이혼을 원하지만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해 이혼을 못하고 사는 부부도 많다.
    ㆍ이혼에 엄격한 우리 법(유책주의)…상대방 잘못 없는 이혼 청구는 인정하지 않아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건 우리 법과 법원이 이혼 문제에 대해 유책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책주의란 이혼 원인을 한정하고 피고에게 잘못이 있을 때만 이혼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 이혼 협의가 되지 않을 때는 소송을 통해 이혼 여부를 판단받아야 한다. 그 경우 상대방에게 이혼을 당할 만한 잘못이 있을 때 즉 법률상 이혼 사유에 해당할 때만 이혼을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우리 민법 840조는 6가지 이혼사유(폭행·외도·유기·기타 중대한 사유 등)를 규정하고 있다. 이 6가지 사유에 해당해야만 이혼이 인정된다. 그리고 잘못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경우 상대방이 이에 준하는 잘못이 없는 한 결혼생활이 아무리 파탄이 되었더라도 법원은 이혼을 허가하지 않고 기각시키고 있다. 부부가 오랜 기간 별거해 결혼 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 상태라 해도 상대방 배우자의 잘못이 입증되거나 부부공동의 책임으로 혼인생활이 파탄된 경우에만 이혼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선진국들은 일방 당사자가 이혼을 원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허용한다. 부부 사이가 파탄이 되면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것이다. 설령 잘못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한다고 해도 부부 관계가 파탄이 되었으면 이혼을 인정한다. 이를 파탄주의라 한다.
    ㆍ대법원, 예외적으로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 내렸다가 다시 유책주의로 회귀
    ▲ 서울 가정법원의 이혼조정실 내부

    우리 대법원도 파탄주의에 입각해 다소 획기적인 판결(대법원 2010.6.24. 선고 2010므1256 판결)을 내린 적이 있기는 하다. 가출한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 오랜 기간 동거하면서 3자녀를 낳았고 별거상태가 약 46년간 지속되었지만 남편은 끝까지 이혼을 거부한 사건에서였다. 잘못을 한 유책배우자인 아내가 이혼 소송을 낸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이혼 청구를 인정했다. “46년간의 별거로 두 사람의 혼인 관계가 사실상 완전히 해소됐고 원고(아내)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히 약화돼 이혼원인이 존재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이후 대법원 판례는 다시 유책주의로 회귀 상대방 잘못이 없는 이혼청구에 대해선 이혼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문제는 유책주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유책주의를 확고히 인정한 것은 이혼을 줄이고 약자인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남편이 아내를 버리는 ‘축출이혼’을 방지한다는 측면이 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유책주의는 되레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가 되고 있다. 아내가 아무리 남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고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면 이혼을 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ㆍ재판 과정에서 ‘나쁜 엄마’ ‘나쁜 아빠’로 낙인 찍히는 우리 이혼 소송 “유책주의가 행복한 가정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 재고할 때”
    이혼 소송 과정에서도 상대방의 잘못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보니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부작용도 생긴다. 예컨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잡으려고 흥신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증거 확보를 위해 폭행을 당하면 바로 진단서를 떼고 폭언을 들으면 바로 녹음을 하는 일도 있다. 이혼하기 위해선 평상시에 상대방 몰래 증거를 입수해야 하고 재판을 할 경우 상대방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야만 재판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부부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이다. 자녀에게도 ‘나쁜 엄마’, ‘나쁜 아빠’란 낙인이 찍힌다. 이제 우리도 파탄주의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상당수의 법조인, 특히 가사 사건을 많이 하는 법관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의 이혼법도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가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독일,영국,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이 파탄주의를 채택하거나 파탄주의 요소를 병행하고 있다. 당장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양자를 병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스타의 부인은 아직 이혼을 못하고 있다. 남편이 이혼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고 그 역시 이혼을 위한‘증거’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남편을 너무 믿고 증거를 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이혼을 하려면 남편을 불신하고 증거를 찾아야 한다. 과연 이런 제도(유책주의)가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 스타의 부인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자녀들과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Premium Chosun ☜        이인철 법무법인'윈'의 대표변호사 lawfirmwin@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