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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결혼 전까진 순결 지켜주고 싶다"던 남자, '이 시대 로맨티스트'라 믿고 결혼했는데…

浮萍草 2014. 4. 3. 13:09
    ▲ 일러스트 김도원 화백
    마전 변호사 사무실로 젊고 예쁜 여성이 찾아왔다. 외국으로 신혼여행 갔다 돌아와 공항에서 바로 오는 길이라고 했다. 뭔가 다급한 듯했다. “남편이 이상해요. 신혼여행동안 제 손만 잡고 성관계를 갖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이혼해야 할 것 같아요.” “남편이 결혼식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 그럴 수도 있으니 조금 기다려보라”고 설득해 돌려보냈다. 1년쯤 지났을까 그가 다시 찾아왔다. 또 이혼 얘길 꺼냈다. “이젠 진짜 못참겠다”며 사연을 털어놨다. 남편과는 한 모임에서 알게 됐는데 듬직한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남편은 연애 시절에도 도무지 스킨십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용기를 내 물었다고 한다. “자기는 왜 나와 스킨십을 하지 않아?” 남자는 담담하게 답했다. “결혼할 때까진 너의 순결을 지켜주고 싶어.”
    결혼 후 1년 내내 잠자리 거부한 남편 아내 “못참겠다”며 이혼 소송
    믿음직한 그 모습에 그는 홀딱 반했다. ‘아 이 시대에 보기 힘든 로맨티스트!’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런데 결혼 후 남자가 이상했다. 신혼여행 첫날밤, 남자는 성관계를 거부한 채 술만 마시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또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지켜보라”는 내 말을 듣고 1년을 참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은 1년 내내 잠자리는 물론 스킨십도 거부했다. 결국 그는 남편을 성적 불능이라고 판단,이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혼 재판 쟁점은 남편의 잠자리 거부가 사실인지 그리고 남편이 성적으로 불능인지였다. 남편은 부부간 성관계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책임이 아내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부부간 은밀한 잠자리 문제에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결국 이 부부는 조정을 통해 서로 이혼을 하고 아내가 일정액수의 위로금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ㆍ섹스리스의 어떤 경우가 이혼 사유가 되는지는 판례에 의해 해석해야
    ▲ 중년 남녀의 결혼, 외도, 이혼을 다른 TV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한 장면. /드림이앤엠제공

    이혼 사유 중 흔히 접하는 것이 바로 ‘섹스리스’ 문제다. 그렇다면 부부간 잠자리가 없다고 해서 다 이혼할 수 있는 걸까? 우리 법엔 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재판상 이혼사유를 규정한 민법 제840조에도 부부간의 성관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그 조항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포함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섹스리스의 어떤 경우가 이혼 사유가 되는지는 법률이 아니라 판례에 의해 해석을 해야 한다. 결혼 후 9년간 잠자리를 갖지 않은 섹스리스 부부가 있었다. 38세 남편이 9년동안 성관계를 거부한 37세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낸 경우였다. 1심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부부가 결혼 후 9년간이나 단 한차례도 성관계를 갖지 못하다가 별거하게 됐다면 이들 부부 생활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최근 고등법원에선 성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앞선 대법원 판결보다 좀 더 이혼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다. 68세 아내가 20년 넘게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며 81세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이었다.
    ㆍ일시적인 성관계 不在는 이혼 사유 안 돼 장기간 정당한 이유 없이 잠자리 거부한 경우 이혼 사유
    1심은 성관계를 갖지 않은 남편의 책임을 인정해 부부에게 이혼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결과가 바뀌었다. "성관계 부재(不在)를 혼인 파탄의 원인으로 볼 수 있으려면 상대방의 성관계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성기능 장애에 대한 치료·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아내가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치료를 권유했는데도 남편이 거부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혼인 관계가 파탄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 법원의 판결을 분석해보면 일시적인 성관계 부재는 이혼 사유가 아니지만 장기간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잠자리를 거부한 경우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혼 상담을 많이 하는 필자가 보기에도 부부간의 성문제는 이혼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혼을 결심하는 상당수 부부가 성생활에 문제가 있다. 상대방이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도 많고 상대방이 지나치게 관계를 요구해서 갈등이 생긴 경우도 있다. 이혼 소송을 하는 중간에 잠자리를 가진 뒤 소송을 취하하고 재결합하는 부부도 있다.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간의 정신적 육체적인 결합이다. 부부간의 스킨십,성관계는 부부 생활에서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이다. 그런데 결혼 기간이 오래되고 특히 자녀 출산 후에는 부부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피곤하고 바빠서 그렇겠지, 나이가 들었으니 그렇겠지 하고 서로 넘길 수도 있다. 이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쪽이 간절히 원하는데 상대가 거부하면 원만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문제가 있다면 서로 터놓고 대화해야 한다. 그래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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