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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분만 1호' 뮤지컬 스타 최정원이 '사춘기 최절정'의 딸 때문에 흘린 눈물

浮萍草 2014. 4. 7. 06:00
    2012년 6월 뮤지컬‘시카고’에서 섹시한 살인자
    벨마켈리 역을 맡은 배우 최정원씨
    지컬 배우 ‘최정원’이란 이름이 뇌리에 박힌 건 뮤지컬이 아니라 한국 최초의 ‘수중분만’ 때문이었습니다. 그녀가 물 속에서 아기를 낳는 대모험에 도전했고 그 여정을 한 방송사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했지요. 수많은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정원씨는 마침내 수중분만에 성공합니다. 겁 많은 저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열었다 하며 이 생소하고도 미심쩍은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그즈음 저도 새생명을 막 잉태한 터라 물속에서 대체 아기를 어떻게 낳는다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무렵 한국 사회는 태아와 산모의 인권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왕절개를 통한 분만, 이를 권하는 병원들에 비난이 쏟아졌는가 하면 모유수유가 대유행 했지요. 탤런트 채시라씨가 최정원씨에 이어 수중분만을 했고 그렇잖아도 예쁜 채시라씨가 모유수유로 처녀때보다 더 아름다운 몸매를 갖게 되자 전국에 모유 열풍이 불었습니다.
    ㆍ40대 중반에도 여전히 매력 넘치는 최정원 수중분만 ‘1호’와 그날 물에서 꼬물거리며 세상에 나온‘생명’의 근황을 알게 된 건 지난 1월입니다. 한국여기자협회 신년하례회 특별게스트로 최정원씨가 초대된 겁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국적인 이목구비로 그녀는 40대 중반에도 여전히 매력이 넘쳤습니다. 꽃밭에서 사랑의 찬가 댄싱 퀸 등 세기의 명곡을 ‘최정원표’로 완벽하게 소화하며 부르는 그녀에게 깐깐한 여기자 들이 홀딱 반해버렸지요. 살짝 군살이 붙은 듯한 그녀의 몸매는 그래서 더욱 관능적이고 카리스마 있었습니다. 노래도 매혹적이었지만 최정원씨의 입담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노래 한 곡 마친 뒤 ‘토크’ 하는 형식의 갈라공연이었는데 바로 그 토크 시간에 최정원씨는 아줌마 기자들을 사로 잡았지요. 같이 나이 먹어가는 동년배 40대 여인으로서 말 지독히도 안듣는 10대 자녀들 때문에 속을 바글바글 끓이는 엄마 로서 연대와 동지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남들 눈에 화려해 보이는 여배우지만 자신 또한 수중분만해서 낳은 바로 그 딸 지금 중3이 된 그 딸 때문에 자신 역시 가슴 졸이고 애닯아하는 엄마라면서요.
    그 고민을 어찌나 맛있고도 능청스럽게 전달하는지, 제가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다 했습니다.
    ㆍ“나는 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딸은 제 말은 전혀 듣지 않고…”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수중분만으로 아기를 낳았을 무렵의 모습.

    “…요즘 딸들은 엄마에 대한 마음이 예전 같지 않나 봐요. 저는 딸아이가 넘어질까봐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는데 딸은 친구들만 쫓아가거든요. 귀를 막아버리고 제 말은 전혀 듣지 않지요. 여러분은 글을 잘 쓰니까 글로 그 마음 표현하시겠지만 저는 그게 무대 위에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제가 배우가 아니었으면 약간 정신병이 왔을 거예요.(웃음) 딸에게서 느끼는 여러가지 오감(五感)을 무대에서 그대로 표현하게 되니까요.(폭소!) 하나님이 어쩌면 제게 좋은 배우가 되라고 딸을 주셨나보다~ 생각합니다.(다시 폭소!) 아무튼 저는 공연할 때가 가장 행복한 여자입니다. 공연장에 와야 그냥 내가 최정원이구나 하고 살 수 있으니까요. ……신랑이 전혀 술을 못해서 매일 밤 엄마랑 술 한잔씩 하고 잔답니다. 아, 오해는 마세요. 제가 저혈압이라 병원에서 처방 받은 거예요.(웃음) ‘정원아 빈대떡 부쳐놨어’ 하시면 나가서 엄마랑 소주 한잔 합니다. 세상 모든 여자는 누군가의 엄마이거나 누군가의 딸이잖아요? 저는 그걸 둘 다 겪고 있는데 그래도 다시 태어나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우리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정훈희의 꽃밭에서 불러드릴게요.(박수~)” 운 좋게도, 그날 멀리서 바라보며 열광했던 최정원 그녀를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갈라 공연이 있고 나서 한 달쯤 지난 어느날이었죠. 그날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新줌마병법’을 썼더니 최정원씨가 한번 만나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처음엔 왜 자기 이야기를 허락도 안받고 희화화(?) 시켰냐고 항의하는 줄 알았지요. 다행히도 그녀는 통큰 여인이었습니다.
    ㆍ“엄마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하는 딸, 와 정말~” 그 자리에서 사춘기 최절정에 있는 딸 이야기를 좀 더 듣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녀석이 이러면서 대들어요. ‘내 엄마가 최정원이라 참는 게 되게 많다’고 ‘엄마는 스타라 엄마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나는 힘들다’고, ‘이제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면서요. 요기가 얼마나 아픈지 부모도 내가 선택해 태어날 수 없지만 자식도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엄마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하는데 와 정말~. 딸 때문에 힘들어하는 저 때문에 그 녀석 갓난아기적부터 키워준 친정엄마는 엄마대로 또 우시고…. 정말 힘겨운 나날이었죠.” 자칫 우울증에 빠질 뻔했던 최정원을 구원해준 건 ‘오다메’였다고 합니다. 요즘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고스트’의 빛나는 조연 ‘오다메 브라운’ 말입니다. ‘사랑과 영혼’이란 제목의 헐리우드 영화로 친숙한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든 건데 최정원씨는 여기서 심령술사인 오다메를 맡아 열연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뮤지컬을 말 끔찍히도 안듣는 중2 아들녀석과 함께 봤습니다. 모처럼 스마트폰에서 눈을 뗀 녀석이 생전 처음 보는 뮤지컬에 온정신을 집중하더군요. 물론 처음엔 주인공인 ‘주원’ 때문이었지요. 녀석이 즐겨본 ‘굿닥터’ ‘각시탈’의 주인공이었거든요. TV에서만 보던 배우를 눈 앞 무대에서 보니 몹시 신기했나 봅니다. 하지만 녀석이 가장 많이 웃을 때는 바로 ‘오다메’가 등장할 때였습니다. 아니, 저희는 물론 모든 관객이 그랬을 겁니다. 자칫 지루하다 싶어지면, 인디언 포대기 같은 오색찬란한 옷을 뒤집어쓰고 나와 넉살을 부리는 오다메 덕분에 1년치 웃을 분량을 다 쏟아낸 듯합니다.
    뮤지컬 '고스트'에서 심령술사 오다메로 열연하는 최정원(왼쪽)씨. /디큐브아트센터 제공

    영화에서는 우피 골드버그라는 명배우가 열연했지만 최정원의 오다메 역시 그에 못지 않았지요. “10년 전이었다면 여자 주인공 몰리 역을 맡고 싶었겠죠. 하지만 나이가 드니 후배들에게 양보해야죠. 오랫동안 뮤지컬 함께 해온 남경주 오빠는 하지 말라고 다른 작품에서 주인공 하라며 말렸지만 저는 오다메에 욕심이 났어요. 제 외모가 우피 골드버그를 많이 닮은 점도 그렇고요, 하하! 기꺼이 오디션에 응했죠.” 오다메를 연기할 때 친정어머니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은행에서 샘의 돈을 찾을 때 볼펜으로 사인을 하는데 볼펜 뚜껑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르지 않고 머리에 쿵 찍어서 열지요. 저희 엄마가 늘 그러시거든요. 연기에 바로 써먹었지요.(웃음)” 실제로 무대에서 최정원씨가 볼펜 꽁무니를 머리에 박을 때 웃음이 터집니다. 걸음도, 탈춤 추는 사람마냥 등을 굽힌 채 안짱다리로 걷는데 시골 장터 아주머니들처럼 정겹고 해학적인 그 몸짓들이 어찌나 가슴에 와닿던지요. 한편으로 작은 연기 하나도 저리 섬세하게 신경을 쓰는구나 싶은 게 프로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다메를 연기하면서 칭찬도 많이 받았다고 하더군요. 연극계 한 원로배우는“오다메 잘하는 거 보니 네가 진짜 배우가 됐구나” 하더랍니다. 그래서 “‘맘마미아’에서 주인공 도나 역도 잘했잖아요?” 했더니 그 분이 혀를 끌끌 차시며“그때도 진짜 배우는 아니었어”그랬답니다. 아, 연기의 끝은 어디인지.ㅋㅋ
    ㆍ“뮤지컬 ‘고스트’에서 ‘오다메’ 역할하면서 힐링… 밤 늦게 집에 가면 미운 딸 안쓰러워 꼬옥 안아주게 돼” 하여튼 최정원씨는 오다메를 연기하느라 키는 5㎝ 줄어든 것 같지만 우울증은 말끔히 씻겨나갔다고 하면서 웃었습니다. 배우 자신에게 힐링의 뮤지컬이 된 셈이지요. “한바탕 웃고 내지르고 울다 보면 속이 시원해져서는 머리가 훨씬 맑아져요. 밤 늦게 집에 돌아오면 자고 있는 그 미운 딸이 안쓰러워 꼬옥 안아주게 되고요. 엄마 젖을 빨던 그 조그마한 아기는 어디로 갔나 싶은 게 눈물도 펑펑 나고요.” 그래서 요즘은 ‘전략’을 바꿨다네요. 딸아이를 짝사랑하듯 그저 바라보며 상처받고 울 게 아니라, ‘무관심’ 쪽으로 밀고 나가기로 작정했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딸이 흘끔흘끔 엄마한테 관심을 보여요. ‘우리 엄마가 갑자기 왜 저러지?’ 하면서 저도 마음이 훨씬 편해졌고요. 어차피 자기 인생, 자기가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서면서 개척해나가는 것 아닌가요? 우리 엄마가, 그리고 제가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요.” 엄마를 닮아 노래를 잘하고 춤도 잘 춘다는 딸, ‘수아’. 이 고비 잘 넘기면, 언젠가 그녀 또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엄마의 농익은 연기를 따라잡으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참, 뮤지컬 ‘고스트’의 무대는 최정원의 연기만큼이나 환상적이더군요. LED를 이용한 최첨단 무대미술이 마치 마법의 세계로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습니다.
    Premium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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