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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테로이드 화장품, 위험하다

浮萍草 2014. 3. 26. 06:00
    10여 년 전쯤 피부과를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한 이야기가 기억난다. 
    모두들 개원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성공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었다. 
    농담은 화장품에 스테로이드를 섞어서 팔면 대박을 터뜨릴 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웃고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농담 삼아 한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난 사건이 최근 있었다. 
    대기업 계열의 홈쇼핑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기적의 화장품처럼 판매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뉴스를 보고 10여 년 전에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나는 어떻게 우리와 꼭같은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긴 대담함이었다.
    피부과 의사에게 스테로이드는 군인의 총과 같은 것이다. 
    총 없는 군인을 생각하기 어려운 것처럼 스테로이드 없는 피부과 의사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친숙한 약물인 것이다. 
    피부과에서 흔하게 보는 각종 접촉피부염 두드러기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은 말할 것도 없고 원형탈모증 여드름 무좀 등에도 제대로 쓰면 아주 뛰어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난치성 피부 질환의 치료는 스테로이드를 빼고는 생각할 수 조차 없을 정도다. 
    심지어는 아무 이상이 없는 정상 피부마저도 더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스테로이드이다.

    3-4년 전쯤 필자는 대상포진에 걸려서 고생한 적이 있었다. 대상포진은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몸에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전신상태가 썩 좋지 않을 때에는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피부과에서 흔히 보는 질환 중에 하나이고 젊은 나이에 발생한 경우는 큰 합병증 없이 잘 낫는 편이다. 그래서 필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항바이러스제만 먹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그 날 밤부터 머리 뒤쪽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수초 간격으로 나타나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아침에 파김치가 되어 출근하여 진료를 하는데 거의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페이스북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때라 다른 피부과 의사에게 나의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었는데 한 후배가 “스테로이드를 썼어요?” 라고 물어 보는 것이 아닌가! 대상포진에 스테로이드를 쓰는 의사가 많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교과서에는 스테로이드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어서 나는 환자 에게 스테로이드를 처방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엉덩이에 한방 맞았다. 그런데 한 5분 뒤에 통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닌가! 정말 내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후 대상포진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는 기본 처방이 되었다. 이런 예는 사실 아주 많다. 좀 더 예를 들자면 여드름 치료에는 항생제나 비타민 A 유도체가 사용되지만 스테로이드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치료 효과를 빨리 나타나게 할 수 있어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무좀 환자에게 이론상으로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면 안되지만, 진물이 나고 아주 가려운 무좀에는 스테로이드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역시 치료 기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모여서 교과서에서 배우기 어려운 실전 경험이 쌓이게 되고 명의로 소문 나는데 일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한가지 걱정 거리가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좋은 약이라면 의사들이 남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남용에 대한 경고가 언론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런 걱정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필자도 진단이 애매한 피부질환 환자를 보게 되거나 10년 이상 되어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심한 가려움으로 고생하는 만성 피부염 환자를 보게 되면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싶은 강한 유혹이 든다. 이런 경우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감쪽같이 없어졌다가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재발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남용의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피부과에서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경우는 대개는 1-2주 정도의 단기간이며 용량도 소량을 처방하기 때문에 실제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요즘은 스테로이드에 대한 과도한 거부감으로 인해 적기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못해 치료기간이 증가하여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올라가는 문제도 발생한다. 스테로이드에 대한 과도한 거부감은 스테로이드가 정확하게 뭔지를 모르는 것에서 비롯되는데 대개는 스테로이드를 환경호르몬 비슷한 해로운 화학적인 물질로 생각하거나 운동선수들이 먹는다는 불법적인 약으로 생각하는 오해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전혀 터무니 없는 오해이다. 왜냐하면 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 지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졸이 대표적인 물질이다. 코티졸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호르몬이며 우리 몸을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우리 몸에서는 정상적으로 코티졸이 매일 일정량 분비 된다. 그러니까 단기적으로 저용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은 평소 밥을 1공기 먹는 사람이 어쩌다 2공기 먹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쩌다 1공기 더 먹는 것이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매일 몇 년씩 2공기를 먹게 되면 비만이나 기타 성인병에 걸리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스테로이드도 그와 비슷하여 사용 용량과 사용 기간에 비례해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피부과에서 단기간 저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약의 사용에 따른 위험에 비해서 이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장기간 사용하는 특별한 경우는 예외이다.
    각종 스테로이드 연고.
    그러나 화장품 회사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피부과 의사가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것과는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왜냐하면 화장품은 정상 피부를 가진 사람이 더 좋은 피부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고 피부과에서 진료하고 처방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피부를 정상적인 피부로 만들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정상피부를 가진 사람이 더 좋은 피부를 갖기 위한 욕심은 이해가 가지만,그러기 위해서는 안전해야 한다는 전제가 중요하다.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그러나 질환을 가진 피부를 정상 피부로 치료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이다. 피부 치료를 위해서도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스테로이드가 정상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에 사용된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더구나 그런 성분이 들어 있는 것 자체를 숨겼다면 더욱 문제다. 또한 화장품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반해서 피부과에서 진료를 하고 처방하는 것은 의사가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개별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일단 판매가 되면 판매자가 소비자를 한 명씩 개별적으로 추적 관찰하지 않는다.
    피부과 전문의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경우 스테로이드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피부상태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부작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바로 중단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자동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린아이나 술에 취한 사람이 운전한다면 흉기나 다름 없지만 안전한 운전을 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편리함을 제공해 준다. 스테로이드도 충분히 훈련 받은 전문가가 적절하게 사용하면 환자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주는 마법사와 같은 물질이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전문가에 의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Premium Chosun ☜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kang326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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