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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암환자 동정하면서 피부환자는 왜 기피하나?

浮萍草 2014. 3. 25. 21:02
    內 外 産 少 雜科
     산 소 잡과! 이 말은 20여년 전 필자가 의대생이었을 때 선배들이 진로를 고민하던 내게 해준 말이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이렇게 4개의 중요한 과가 있고 나머지 잡다한 과들이 있다는 뜻이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메이저가 있고 마이너가 있었다. 
    당연히 내 외 산 소가 메이저이고 나머지는 마이너 취급을 받았다. 
    환자들도 이 분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메이저 과에 해당되는 환자가 진짜 환자이고 마이너 과에 해당되는 환자는 환자 취급도 못 받는 분위기였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그 때는 진짜 그랬다. 
    그런 분위기에서 피부과 환자는 정말 환자 축에도 끼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떤 선배는 피부과는 껍질과라고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 
    알맹이 없는 껍질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에는 껍질이 알맹이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아니 오히려 알맹이보다 껍질이 더 중요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모지상주의를 굳이 이야기 할 것도 없다. 
    주위의 애들을 보라. 애들도 예쁜 애들과 놀고 싶어한다. 
    언론에서도 얼짱이다, 
    동안이다 하면서 껍질에 대해 떠들어댄다. 
    심지어는 외모도 능력이라고 한다. 
    요즘 불경기라 모두 어렵지만 취업에 관련된 업종은 호황이라고 한다.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도 해당된다고 한다. 
    취업과 성형, 피부가 무슨 연관이 있을 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취업도 외모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한다. 
    이러니 껍질이 알맹이보다 중요하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ㆍ껍질과인 피부과가 알맹이과가 되다 필자는 피부과 개원의로 이런 세태에 덕을 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피부과에는 예뻐지기 위해서 오는 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부과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환자들이 찾아온다. 한 부류는 정상적 피부를 가졌지만 더 좋은 피부를 갖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피부질환을 가진 사람이 정상 피부를 갖기 위해 찾아오는 부류다. 현대 사회는 정상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도 더 좋은 피부를 가지라고 알게 모르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래서 전국민이 남녀 노소 빈부 귀천을 따지지 않고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는 그야말로 성형 공화국이 되어 가고 있다. 인구 수 대비 성형외과 수술 건수는 세계 최고이고 고가 화장품 소비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대비 레이저 장비 판매 대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성형공화국이 빈 말이 아니다. 본인이 자기 돈으로 자신을 가꾼 다는데 크게 뭐라 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들이 얼짱과 동안을 위해 달리고 있는 동안 남모르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신의 노력으로, 그리고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성 피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다. 이들이 겪는 심적 고통은 20년 전에 비해서 훨씬 증가했을 것이다. 20년 전에는 껍질은 껍질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껍질이 알맹이를 압도하고 있다. 껍질이 온전하지 않은 사람은 어디에도 명함을 내밀 수가 없어졌다.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껍질의 문제라고 해서 절대로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우울증과 자신감 결여, 대인기피증 등의 정식적 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ㆍ외모지상주의의 뒷면에는 피부환자들의 눈물이 최근 30대 남성이 백반증으로 취업이 되지 않아 생활고에 허덕이다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백반증을 겪고 있지 않는 일반 사람들의 경우 백반증에 대한 심각성을 알지 못하지만 백반증을 겪는 환자 중 한 분은 ‘차라리 암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백반증으로 인한 심리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백반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피부가 아프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요즘은 복지, 힐링 등이 화두가 된 세상이다. 소외된 자를 돌아보고 약한 자를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어느 때 보다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종류의 소외된 자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바로 외모지상주의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장애인이나 암환자 난치성 중증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최근 들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받는 혜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주위에서 동정의 대상이 되고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외모에 지장을 주는 심한 아토피 피부염,백반증, 건선,화상흉터,여드름 흉터 등은 기피의 대상이 될 뿐이다. 심지어는 배심원 위주의 판결을 하는 미국에서는 외모가 유죄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ㆍ평범한 인사말도 신중하고 배려해야 한가지 덧붙이자면 사람들은 백반증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기지만 백반증은 난치성 피부질환 중에서 조기 치료가 아주 중요한 질환이다. 발병 3개월 이내에 치료하면 거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백반증 환자가 이런 사실을 잘 모르다 보니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위의 30대 남성도 조기 치료를 받았으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에는 백반증을 비롯하여 심각한 미용적 문제를 야기하는 만성 피부질환을 가진 환자가 100만명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난치성 아토피 피부염,여드름,탈모,건선,화상흉터 등은 심한 경우 대인기피증은 물론 우울증,자살충동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단순히 껍질 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타인의 외모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상처를 주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너 왜 그러냐, 피부가 왜 그러니? 왜 치료 안받니? 질문을 하는 사람은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거나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겠지만 이런 말을 매일 듣는 당사자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는 사람을 당장 죽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심한 아토피 피부염이나 심한 백반증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이제는 사회도 이런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여 편견을 갖지 않고 배려해야 한다.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kang3261@gmail.com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연세대학교 부속 세브란스병원에서 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연세대학교 부속 세브란스병원에서 피부과 전공의 과정을 거쳤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분당 차병원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피부과학회,대한의학레이저학회,대한피부과의사회,대한피부미용외과학회의 정회원이자 연세스타피부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새로운 레이저가 나오거나 치료법이 발표되면 자신의 팔에 직접 시험까지 해보며 그 효과를 점검하며 연구에 매진한다. 2002년에는 화상흉터 치료법인 ‘핀홀법’을 개발하여 화상환자 치료의 새장을 열었다. 중증 여드름흉터 등 각종 흉터 치료에 대한 노하우도 높다.
    저서로는『메디칼 바디 케어』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화상흉터치료법,‘핀홀법’ 미국피부과학회(AAD) 2006년』『Eruptive Pseudoanglomatosis 2예,대한피부과학회 2006』『피부 유미 역류증 1예, 대한피부과학회지 2000』『피지선 모반에서 발생한 편평상피세포암 1예 대한피부과학회지 1999』『안면부에 재발되는 화상 홍반을 보인 Sjogren증후군 1예, 대한피부과학회지 1998』『백?S능환자에서 Western blot법을 이용한 인체 각질형성세포에 대한 항체의 검출, 대한피부과학회지 199』『임산부에 발생한 전신탈모증,대한피부과학회지 1998』『여드름 흉터에 대한 TCA 화학박피술의 치료효과 대한피부과학회지 199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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