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리더의 만찬

7 루즈벨트 대통령과 핫도그

浮萍草 2014. 3. 18. 10:10
    ‘뜨거운 개(hot dog)’먹은 것만큼이나 충격이었을까?
    
    “영국 국왕 조지 6세, 핫도그로 식사하다”
    1939년 6월 12일자, 미국 뉴욕타임즈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이 날짜 뉴욕타임즈는 미국을 방문 중인 조지 6세가 처음으로 핫도그로 식사를 했으며 식탁에 차려진 것 외에 몇 개를 더 추가로 주문해 먹었고 핫도그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는 것이다.
    핫도그 먹는 방법을 몰라 어떻게 먹는지 물어 본 뒤 조지 6세는 미국식으로 엘리자베스 왕비는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시시콜콜 보도했다.
    영국왕 조지 6세(가운데)가 뉴욕 하이드파크에서 루즈벨트 대통령 어머니 사라 여사와 핫도그로 식사하고 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5월 18일 워싱턴포스트도 조지 영국왕 부처의 미국 방문을 보도하면서“영국 통치자가 핫도그 오찬을 즐길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언론들은 영국 왕이 핫도그로 식사를 한다는 사실에 왜 그렇게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당시까지만 해도 한때 ‘해가 지지 않는다는 나라’였던 영국을 다스리는 국왕이 미국의 서민들이 먹는 평범한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진짜 ‘뜨거운 개 (hot dog)’를 먹은 것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왜 조지 6세 국왕 부처를 초청해 놓고 고결하고 기품 있는 영국왕 부부에게 미국에서도 서민들이 주로 먹는 핫도그를 대접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도록 만들었을까? 따지고 보면 당시 영국 왕이 맥주를 마시며 핫도그로 식사를 했다는 것은 지금 청와대에서 다른 나라 국가 원수를 초청해 놓고 오찬 때 달랑 떡볶이 한 접시와 어묵탕 국물을 내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핫도그는 영국 왕의 식사로는 격조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지 6세의 점심 식사로 핫도그를 준비한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미국 국무부에서는 반대를 했지만 대통령이 주장해 차려진 식사로 분명한 것은 왕에게 핫도그를 대접한 것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외국여행을 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낯선 나라에서 보는 색다른 풍경,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외국의 특이한 음식이지요. 영국의 왕이 버킹검 궁전에서 매일 먹는 식사를 굳이 미국에서도 다시 차릴 필요는 없겠지요” 퍼스트 레이디였던 엘레나 루즈벨트 여사가 남긴 말이다. 핫도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니 조지 6세 국왕 부처한테는 확실하게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가 조지 6세 국왕 부처에게 미국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오찬 메뉴로 핫도그를 선정했을 것 같지는 않다. 조지 6세가 재임 중인 영국왕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1939년 6월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3개월 전이었다. 유럽에 짙은 전운이 감돌 무렵으로 루즈벨트 대통령의 초청 형식이었지만 영국이 미국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할 때였다. 이럴 때 루즈벨트 대통령은 영국왕을 초청해 백악관이 아닌 뉴욕 하이드파크에 있는 대통령의 여름별장에서 어머니 사라 루즈벨트 여사와 핫도그 점심식사라는 일정을 마련했다. 핫도그 점심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고도로 계산된 정치 행위였다는 것이 후세의 평가다. 영국왕도 미국의 서민처럼 핫도그를 먹는 사람이며 영국은 미국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는 형제의 나라라는 사실을 핫도그를 통해 연출했다는 것이다. 영국을 도와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런데 최근 캐리 미 국무장관은 왜 뜬금없이 한국에서 떡볶이를 먹고 갔을까?
    Premium Chosun ☜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청보리미디어 대표 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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