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식히는 얼음, 생명을 지키는 불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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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만화영화를 보다가 박수를 쳐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1976년 개봉 되었던<로봇 태권 V>의 마지막 신에서 악당을 무찌르고 로봇 태권 V가 하늘로 날아오를 때 극장 안은 아이들의 박수와 따라 부르는 주제가로 터져
나갈 듯 했습니다.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입니다.
예전에는 중고등학교의 영화 단체 관람이 많았습니다.
지금 같이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단체로 보는 영화는 유일한 낙이기도 했습니다.
파란 눈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테렌스 힐의<내 이름은 튜니티>같은 마카로니 웨스턴을 보는 날이면 극장 안은 학생들의 야유와 환호로 시끌벅적 했습니다.
시끄럽게 보는 영화도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다가 박수를 칠 뻔 했습니다.
그것도 만화 영화를 보다가 말이지요.
영화 <겨울 왕국>의 OST 'Let it go'가 끝날 즈음, 무심결에 손을 올리다가 머리를 긁적이고 멋쩍게 내렸습니다.
그리고 내심 부끄러웠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눈가에 적셔진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다 큰 어른이 만화영화 보다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의 힘 애니메이션은 어른들의 켜켜이 쌓인 삶의 먼지를 털어내고 맨살을 내보이게 합니다.
디즈니 역사는 애니메이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과 3D로 무장한 픽사 드림웍스의 맹렬한 질주에 밀려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픽사와 합병으로 많은 노하우들이 수혈 되었지만, 디즈니 특유의 혈액형은 피부 밑 깊숙이 숨어 있었습니다.
절치부심, 영화 <겨울 왕국>은 숨어있던 디즈니의 핏줄을 거침없이 드러낸 애니메이션입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그리고 페미니즘과 결합된 동화는 디즈니의 혈액형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겨울 왕국>은 안데르센의 동화 <겨울 여왕>의 스토리를 재해석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아란델 왕국에는 두 명의 공주가 있었습니다.
엘사와 안나입니다.
언니 엘사는 모든 것을 얼려버릴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타고났는데 자칫 잘못하면 주변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어 통제가 필요합니다.
아란델의 왕은 엘사를 격리 시켜 위험한 상황을 예방했지만 사고로 왕이 죽어 엘사가 왕위를 계승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관식 날, 엘사의 특이한 능력이 알려지고 마법으로 오해받은 엘사는 아란델을 떠나게 됩니다.
엘사의 얼어붙은 마음은 아란델 왕국을 꽁꽁 얼려버리고 아란델 왕국과 엘사 언니를 구하기 위한 안나의 모험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엘사의 손으로 만들어진 얼음 조각이 안나의 심장에 박히면서 영화는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안나의 심장에 박힌 얼음은 진정한 사랑의 키스만이 녹일 수 있다고 하는데 안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이 나타날까요?
의학적으로는 얼음이 심장과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인체의 장기 중, 수술 중에 심장을 완전히 정지시켜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심술, 즉 심장수술과 흉부 대동맥 수술은 심장이 움직이거나 피가 흐르는 상태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으므로 심장을 대체하는 인공 심폐기로 혈관을 연결하여
체외순환을 하게 합니다.
즉 수술 중에는 인공 심장과 인공 폐를 달고 있는 것입니다.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관(관상동맥)이 막혀 우회하는 다른 혈관을 이식하는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수술(CABG, Coronary Artery Bypass Graft)은 흉부외과
개심술의 대표적인 수술인데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OPCAP, Off- Pump Coronary Artery Bypass)도 있지만 완전히 심장을 멈춘 후에 하는 것이
안전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터지는 뇌동맥류라는 무서운 병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뇌혈관 수술은 혈관내에 피가 흐르는 상태로 수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거대 뇌동맥류의 경우에는 뇌혈관 속에 피가 흐르는 상태에서 수술 중에 터지면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경우 심정지를 유도하고 체외순환으로 뇌에 피가 흐르지 않게 만들어 수술을 진행합니다.
이런 수술 중에 뇌와 심장 근육의 손상을 막기 위해 체온을 낮추게 됩니다.
세포의 신진 대사를 느리게 만들어 저산소 상태에서 세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24~28도 정도를 중증도 저체온이라고 하는데 이 상태에서 뇌가 견딜 수 있는 시간은 20분 내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8도 이하의 극 저체온에서는 40분 정도 뇌가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회복 후에 섬망 등,뇌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이 많다고 하여 요즘에는 많이 쓰이지는 않습니다.
현재는 체외순환 기술의 발달로 체온은 중증도로 낮추고 선택적 뇌관류라는 방법으로 뇌에는 혈류를 보내게 하는 등, 저체온의 합병증을 줄이고 있습니다.
체온을 낮추는 방법은 냉각 담요 등을 이용한 표면냉각과 체외 순환기에 열 교환기를 달아서 체내로 흐르는 혈액의 온도를 낮추는 중심 냉각법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심장을 빨리 식히기 위해 가슴을 열고 심장 주변에 얼음을 쏟아 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얼음물에 심장을 담그는 것입니다.
특히 심장 근육은 혈류가 흐르지 않는 동안 손상될 수 있으므로 냉각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얼음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얼음이 심장을 살리는 것입니다.
차가운 얼음물에 빠져 심장이 멎었던 아이가 상당시간이 흐른 후에도 심폐 소생술로 특별한 합병증 없이 소생했다는 해외토픽이 있었습니다.
얼음이 생명을 살린 경우입니다
얼음, 차가움의 대명사입니다.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도 왕국을 꽁꽁 얼려버리는 차가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사랑하는 아란델 왕국과 동생 안나를 지켜주고 싶은 뜨거운 사랑이 흐르고 있습니다.
결국 그 마음은 왕국과 안나를 따뜻하게 녹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차가운 얼음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차가운 겨울이지만 여러분의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구요? 영화 <겨울 왕국>을 보고 감동한 수많은 어른들,그 분들의 마음에 벌써 겨울은 끝자락입니다.
☞ Premium Chosun ☜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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