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노인이 라스 베가스에서 '총각파티'를 하는데…
마음은 일탈을 원하지만
몸에는 무료한 일상생활이 좋다
 | 우리는 항상 일탈을 꿈꿉니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짜릿한 경험을 하는 것,예컨대 버킷 리스트의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히말라야 트레킹,뉴질랜드에서의 번지 점프,알래스카의 연어 낚시,스페인 토마토 축제 라 토마티나 등,세계
각 국에는 여행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혹시 이런 여행을 이미 다녀오신 분들도 계신가요?
여행지에서의 흥분이 가라앉고 집으로 돌아오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에 ‘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라고 안정된 현실이 반갑기도 합니다.
일상에서의 탈출은 역설적으로 안정된 일상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우리는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깨어질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지요.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homeostasis)을 추구합니다.
불안정한 상태를 극복하고 안정된 상태로 회귀하려는 것, 우리 몸의 생리적 반응입니다.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노년의 네 친구들이 있습니다.
영화 <라스트 베가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평을 들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백미는 화려한 출연진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 마이클 더글러스, 모건 프리먼과 오랜만의 케빈 클라인까지, 이른바 꽃다운 할배들의 관록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라스트 베가스 >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렸을 적, 동네를 주름잡던 네 명의 개구쟁이들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그들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일상을 깨는 사건이 생기게 됩니다.
노총각 빌리( 마이클 더글러스)가 갑자기 결혼 발표를 한 것입니다.
샘(케빈 클라인)과 아치(모건 프리먼)는 아내가 죽고 나서 은둔 생활을 하는 패디(로버트 드 니로)를 설득하여 빌리가 결혼하는 라스 베가스에서 총각 파티를 열기로
합니다.
라스 베가스에 모인 네 노인(?)들,그들은 일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화려한 일탈을 꿈꾸고 있습니다.
빌리(마이클 더글러스)는 서른 살 가까운 차이의 신부를 얻게 되지만 진정 사랑인지 고민하게 되고 자기 아내의 장례식에 불참한 빌리 때문에 삐친 패디(로버트
드 니로)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지만 빌리의 속마음을 알게 된 후 그를 돕게 됩니다. 바람을 피울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샘(케빈 클라인)과 건강이 좋지 않아서
생활에 제약이 많은 아치(모건 프리먼)는 기대 이상의 일탈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어가게 됩니다.
영화 <라스트 베가스>는 샘(케빈 클라인)이 바람을 피우는 결정적 순간 그의 대사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합니다.
‘내 결혼 40년을 통틀어 최대의 사건을 앞두고 있는데 이 순간을 내 와이프에게 축하를 받을 수 없다면 슬픈 일이다.’
영화의 결말은 일상으로 복귀한 네 명의 할배들의 모습입니다.
예전과 같은 일상이지만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된 그들은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역시 영화 <라스트 베가스>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왕년의 스타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광란의 라스 베가스가 보여주는 여흥도 볼거리이지만 멋지게 늙어가는 노년의 모습은 우리가 맞이할 100세 시대의 단면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먼저 삶의 질입니다. 즉 오래 산다는 것 그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어떻게 오래 사는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도, 사회도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못합니다.
너무도 갑자기 고령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으로 폐, 심장, 콩팥 등의 중요 장기들은 관리가 잘되어 수명의 연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골격계의 퇴행성 변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즉 무릎 관절 어깨 관절의 이상으로 활동에 제약이 있고 허리 디스크 병이나 척추관 협착증 등으로 보행에 장애가 발생하면 삶의 질은 확연히 떨어지게 됩니다.
오래 살지만, 그 삶이 집안에만 국한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척추와 관절들의 수명을 연장하고 노년기의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골격계의 손상이 발생하면 노년기에는 다시 바로잡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도한 운동 등으로 척추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악화되는 역효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 생활의 관리가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년의 삶을 약속합니다.
일탈을 꿈꾸는 것도 좋지만, 평온한 일상이 건강한 몸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근력을 키우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필요하지만 부상의 위험이 많아서 주의가 요합니다.
오히려 수영이나 걷기 가벼운 등산 등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적절히 결합한 운동이 좋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따로 내서 운동을 하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파트나 사무실에서 계단 걷기가 그 대표적입니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하체를 강화하는 맨몸 스쿼트 운동 어깨를 강화하는 서서하는 팔 굽혀 펴기 등 틈틈이 하는 운동만으로도 휘트니스 센터에 다니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특히 척추 질환의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부상보다 일상생활에서 오랫동안 바르지 못한 자세에서 유발되기 때문입니다.
구부정한 허리와 굽은 어깨는 노년기의 대표적이 모습입니다.
꼿꼿한 허리와 넓은 어깨만으로도 10년은 더 젊어 보일 수 있습니다.
영화 <라스트 베가스>의 멋지게 늙은 배우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멋진 노년의 모습, 지금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homeostasis)을 추구 합니다.
즉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은 일탈을 꿈꾸지만 몸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해야합니다.
화려한 꿈을 꾸는 것은 좋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역시 바라는 일입니다.
하지만 단조롭고 무료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됩니다.
평온한 일상이야말로 우리 삶의 터전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 Premium Chosun ☜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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