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女子 토크

'자존심이 세다'는 말은 '자신감이 없다'의 동의어

浮萍草 2014. 1. 25. 10:41
    주씨는 남들의 시선을 즐겼다. 그녀의 외모와 감각,집안 배경은 늘 현주씨를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녀는 언제나 선망의 대상으로 우뚝 서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런데 영국에서의 대학 시절 난생처음 실연의 아픔을 겪고 학점 미달로 좌절을 맛보면서 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하고 말았다. 완벽했던 자신의 모습에 '흠집'이 생긴 것을 수용하기란 죽기보다 어려웠다. 잘나가는 언니와 비교하며 더욱 움츠러들었고 자퇴를 선언하고 돌아와서는 '내 모습을 보이기 싫다'며 아무와도 접촉 하려 하지 않는다. 배타적 우월 의식으로 살아온 그녀에게 '더는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남들은 저더러 오만하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열등감 덩어리예요. 제겐 정말 자존심 빼면 아무것도 없거든요." 유독 '보이는 자신'과 사랑에 빠져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했던 것처럼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에게 매혹되어 사는 사람들. 언제나 칭송받아야 하며 자신의 재능을 과대평가해 기대하는 건 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나르시시스트'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자존감'을 보인다. 현주씨의 예에서 보듯'과장된 자존감'의 이면에는 열등감이 숨어 있다. '자존심이 강하다'는 말은 역설적이게도'자신감이 없다''자존감이 낮다'는 말과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부족하고 허약한 내면을 방어하기 위해 화려하고 강한 외피(外皮)로 부단히 자신을 포장하려 들게 마련이다. 나르시시스트들에겐 사소한 실망조차 깊은 좌절을 불러온다. '좌절에 대한 인내'를 연습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가 오히려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끝없는 성공과 근거 없는 탁월함을 향해 질주하는'병적 자기애'는 유리그릇처럼 쉽게 깨진다. 반면에 건강한 자기애와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실패하고 실수하더라도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는 확신 덕에 가능하다. 바닥을 경험한 사람들이 웬만한 좌절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실패의 경험으로 자신이 더욱 견고해졌음을 알기 때문이다. 마음의 성장에 '적절한 좌절'(optimal frustration)은 필수 불가결하다. '적절한 좌절'은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게 하고 자아를 유연하게 하는'마음의 비타민'이다. 그래서 건강한 자존감을 키우려면 '적정량의 결핍'과 '적당량의 아픔'이 필요하다.
    Chosun ☜      한성희 한국정신분석학회장 정신분석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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