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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아이는? 직장은 계속 다녀야 하나… 30代 여자로 사는 고통

浮萍草 2013. 12. 27. 06:00
    시간의 어느 카페. 손님 중 한두 명 빼곤 모두 여자다. 문화센터 30대 주부 수강생 친구 여덟명이 모여 뒤풀이를 하고 있다. 잠깐 아이를 맡기고 온 것조차 미안해서 죄책감을 가진다는 여자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으나 육아 때문에 휴직하고는 아이에게 화풀이한다는 여자 살림과 육아에 몰두하면서도 '이것만은 아닌데….' 괴로워하는 여자 그중 한 여자가 말했다. "나는 또 한 해를 보내며 '내 인생이 이렇게 소비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결혼 후 남편의 생활은 총각 때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 내 인생에서 나는 더 이상 없는 거 같아". 마치 동병상련의 그룹치료 시간처럼 '그녀들만의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요즘의 30대들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구호 속에 성장했다. 어려서부터 여자라고 차별받는 일도 거의 없었고 남자들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리며 자랐다. 80%를 넘나드는 대학 진학률 속에 성큼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지만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갈등 스펙트럼의 30대 여자들이 있다. '결혼을 할 거냐 말 거냐 아이를 낳을 거냐 말 거냐 직장을 계속 다닐 거냐 말 거냐' 남자들은 전혀 고민할 필요 없는 주제들을 놓고 30대 여자들은 절절히 고민한다.
    30대를 기점으로 엄마가 될 수도 워킹맘이 될 수도 독신녀나 이혼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아씨는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입사해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요새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걸 백퍼센트 확신할 수 없잖아요. 남편이 잘릴 수도 있고, 이혼할 수도 있는 거고 그야말로 자기 부모가 돈 많아서 다이렉트로 꽂아주는 거 아니면 사실 남편도 믿을 만한 게 아니잖아요!" 요즘 많은 여성에게 결혼과 일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모두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결혼에 골인한 직장 여성에겐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비현실적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은희씨는 전업주부의 세계에서 '일하는 엄마'로 사는 것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아이 유치원 행사에도 가지 못한 그녀는 얼마 전 딸아이를 친구 생일파티에 데려다 주면서 만난 엄마들 사이에서 자신은 모르고 있는 유치원 행사 이야기를 할 때 마치 중학 시절 느꼈던 왕따의 느낌을 확 받았다. 엄마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는 심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미주씨는 난산으로 아들을 낳고 출산휴가 중이지만 이건 휴가가 아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이유없이 울음이 쏟아진다. 심한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그녀는"차라리 야근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인정받는 팀장으로 일하는 게 훨씬 쉬워요"라고 말했다. 유능하게 살아온 직장 여성이 출산과 더불어 마주하는 급격한 역할 전환의 혼란이 가져온 급성 적응장애의 모습이다. 30대가 되면 남녀 모두 새로운 역할에 직면하게 되지만 그 변화에 따른 기대와 압박은 여자들에게만 유독 가혹하다. 전업주부이든 워킹맘이든, 결혼을 했든 독신녀이든 21세기 여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 20세기 모델이다. 아빠는 아이에게 10분만 책을 읽어주어도 대단히 훌륭한 아빠라고 칭송되지만 워킹맘에겐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일 뿐이다. 이제껏 내 한 몸 추스르면 되던 그녀들에게 빅뱅처럼 분출하는 새로운 역할의 중압감은 심한 정체성 혼란과 스트레스 반응을 몰고 온다. 이제 30대 여자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인 10년의 세월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아무도, 학교에서조차 가르쳐 주지 않은 숨어 있는 복병을 미리 간파하면서…
    Chosun         한성희 정신분석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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