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女子 토크

남보다 뒤처지면 큰일인데… 돌연 엄습하는 이 불안감 어떡하죠?

浮萍草 2014. 1. 18. 10:23
    "엄마! 나 자꾸 무서워. 어두워지면 불안하고 무서워서 혼자 있을 수가 없어. 엄마·아빠가 언젠가 나를 떠날까봐 불안해." 놀이치료 중인 예은이는 열 살이 지난 지금도 간혹 엄마가 없어질까 불안하다. 네 살 때 생떼 부리는 예은이를 길가에 버려두고 화가 폭발한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졌었다. 어린 시절 압도당한 강한 불안의 감정 기억은 오늘도 예은이를 지배하고 있다. 대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 명호씨는 남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학점과 '스펙'을 가지고도 매일 불안하다. 다른 사람도 그만큼 쌓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고 그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스펙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은희씨도 마찬가지다. 실적이 없는 삶 나이를 먹어도 별반 나아진 게 없는 삶보다 은희씨를 더 힘들게 만들었던 건 주변과의 비교였다. '남들보다 앞서나가지는 못할망정 뒤처지지는 말아야 하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은희씨는 갑자기 엄습해오는 불안을 견딜 수가 없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불안은 더욱 분화되어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32세 수정씨는 자신이'누군가를 해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과 강박사고로 고통스럽다. "사실 나는 풀 한 포기 뽑지 못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 재앙이 일어나 내가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남에게 위해를 가할 것 같아 불안해요. 좋은 걸 좋게 보고 그냥 넘기면 되는데 나는 거기에 꼭 나쁜 걸 끌어들여요. 오지도 않은 상황을 상상하며 괴로워하는 이 터무니없는 불안을 없앨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호소한다. 불안은 앞으로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쾌하고 모호한 기분상태다. 자신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 대상 상실의 불안 사랑을 잃을지 모르는 불안 처벌에 대한 초자아 불안 등 살아있는 동안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는 불안이 늘 자리하고 있다.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찍이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가 오토 랑크는 엄마의 자궁을 떠나 세상에 나오는 일 자체가 태아에게 근원적 불안을 유발하는 외상(trauma)이라고 했다. 그래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모두 울음을 터뜨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불안을 느끼는 순간 근육은 긴장하고 심장은 빨리 뛰고 머리는 어지럽다. 그래서 누구나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불안은 회피해야만 하는 독소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장치이기도 하다. 생후 6~9개월의 아기는 엄마가 아닌 사람의 얼굴에 불안을 느끼고 낯가림을 시작한다. 3세까지 아동들에서 관찰되는 분리불안은 당연히 나타나는 발달상 불안이다. 낯가림이건 분리불안이건 모두 미숙한 아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시키는 방어체계다. 불안의 순기능으로 신호불안(signal anxiety)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다가올 위험을 미리 알려줘 준비시키는 기능이다. 불안하니까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고 일이 잘못될까봐 두려워 결정을 내릴 때 심사숙고하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란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다. 만일 욕망이 없다면 불안도 없을 것이다. 불안은 창조력과 상상력을 높여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고 인간을 행동으로 이끄는 무한한 원동력이 된다. 가끔 사는 일이 불안해질 때면 그 신호를 밀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나친 '병적 불안'만 아니라면 불안은 나의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인생을 잘 살고픈 건강한 욕망의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Chosun         한성희한국정신분석학회장 정신분석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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