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女子 토크

남에겐 잘하면서 가까운 사람에겐 함부로 하는 남자들 뭐지?

浮萍草 2014. 1. 4. 11:01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영화가 있었다. 결혼을 망설이는 남자 주인공 준영 그리고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하고서도 준영과 연애를 지속하는 연희의 기형적 사랑이 전개된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결혼은 한없이 무겁고 갑갑한 어떤 무엇이다.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행복감과 사랑과는 대조적으로, 남편에게서 걸려오는 연희의 휴대폰 벨 소리가 의미하듯, 결혼은 부담과 구속감으로 이들을 짓누른다. 3년째 연애 중인 지영씨는 언제부터인지 연인들보다는 부부의 모습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연인 사이는 언제든 헤어질 수 있고 변덕스럽지만 부부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침에도 옆에 있고 저녁이면 언제나 돌아와 내 곁에 있는 사람. 내가 늦게 오면 궁금해하고 몸 아프면'어디 아프냐'물어봐 주는 사람. 서로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는 누군가를 가지고 싶다. 그런데 요즘 남자 친구와 정말 결혼을 해야 할지를 두고 심각히 고민 중이다. 날이 갈수록 간섭하고 그녀를 무시하는 모습에 불안하다. "오빠는 내가 엄마처럼 챙겨주는데도 걸핏하면 화를 내고 폭언을 해요. 오빠는 원래 내 사람이 되면 함부로 한다고 하는데,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잘하면서 정작 가까워지면 왜 막말을 하고 존중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나?' 싶다고 했다. 50대 주부 연희씨는 텅 빈 집에 홀로 남아 TV 드라마 채널만 돌리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거리는 각종 네온사인으로 반짝이고 사람들은 송년회로 분주하다. 동창들은 부부 동반 모임도 즐기건만 남편은 오늘도 동년배의 중년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매일같이 겪는 일인데도 오늘따라 유독 자신이 부끄럽고 초라하다. 연희씨는 신혼 때 말고 남편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기억이 없다. 독선적인 남편은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 했고 남편에게 연희씨는 아무런 능력 없는 부속물일 뿐이었다. 우울과 분노를 삭이며 이혼도 생각해 보았지만 무력한 그녀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젠 배우자로서 존중받거나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고 싶다는 기대조차 없어요. 더 이상 무뇌아 취급만 당하지 않길 바랄 뿐이죠." 해가 갈수록 부부간 대화는 없어졌고 서로에 대한 따뜻한 애정 표현이나 존중감도 사라진 지 오래다. '무늬만 부부'인 채 남편에게 구속된 삶을 살아온 인생이 자신이 보기에도 안쓰럽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인간관계는 친밀해지면 질수록 자아 경계가 쉽게 허물어진다. 자아 경계가 약화되면 평소의 방어기제 역시 느슨해져 쉽게 퇴행이 일어난다. 그래서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 쉽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게 되는데, 결혼이 바로 그 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배우자의 자리'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레 가꾸고 키워내야 하는 자리다. 결혼이란 서로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상대에게 멋진 보석이 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영씨와 연희씨는 이상적인 배우자를 꿈꾸어 본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의미 있는 타인'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서로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사람 서로 진정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 말이다.
    Premium Chosun         한성희 정신분석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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