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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반(五辛盤)

浮萍草 2013. 2. 13. 06:00
    부터 우리 조상들은 입춘절식에 맞춰 눈 밑에서 돋아나는 햇나물인 움파(대파를 심어서 잘라 먹고 난 뒤 다시 움이 돋아 올라오는 새순),산갓,미나리싹,무싹,당귀싹 등 새큼한 맛이 들어간 다섯 가지의 햇나물로 오신채(五辛菜),입춘채(立春菜) 등으로도 불린 오신반(五辛盤)을 만들어 먹었다. 요즘은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나 햇나물,새싹음식을 가까이 할 수 있지만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없는 예전에는 엄동을 지낸 후 다섯 가지 햇나물을 양념에 무쳐 먹는 오신반이 이른 봄의 별미이자 입맛을 돋우는 매우 뜻깊은 절식이었다. 조선조 후기 실학자 유득공 선생이 쓴 경도잡지에는 경기도 지방의 여섯 읍(양주,청평,포천,가평,삭령,연천) 에서 진산채(進山菜)라 하여 움파,산갓,미나리싹,무싹,당귀싹 등으로 만든 오신반을 궁중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고 동국세시기에도 같은 기록이 나와 있다. 궁중에서 오신채는 보통 노란색을 한복판에 무쳐 놓고 동서남북에 청적흑백의‘사색나물’을 배치해 상에 올렸다. 여기에는 중신들이 오신채를 나눠 먹으며 황색인 임금을 중심으로 사색정당을 초월하라는 정치적 의미가 배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신채 중에서 이름이 낯선 당귀싹이 눈길을 끈다. 당귀는 미나릿과 다년초 식물로서 뿌리는 약용으로 널리 알려져 한방에서 보혈제 등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당귀싹은 이 당귀의 싹으로 승검초(辛甘草)라고도 불렸다. 오신채의 햇나물 가운데 향이 가장 강하다. 그래서 당귀싹에는 벌레도 접근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당귀싹을 이용해 당귀싹 무침,물김치,당귀잎 절임,당귀장아찌,당귀잎 다식,당귀장떡,당귀떡,당귀싹을 우린 차 당귀싹 겉절이 등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 가운데 지금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당귀잎 절임이 있다. 당귀잎 절임을 만들기 위해선 양념장부터 만들어야 한다. 양념장은 냄비에 진간장,집간장,물,다시마를 넣고 팔팔 끓인 후 청주를 부어 식혀 만든다. 그리고 이 양념장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앤 당귀잎에 부어서 익힌 후에 먹으면 된다. 당귀잎차는 움에서 자란 노란 순을 잘게 썰어 따뜻한 꿀물에 넣어 잣을 띄운 것으로 향이 맑고 맛도 좋다. 당귀싹은 약용성분을 풍부하게 지녔고 향까지 진하니 한류를 이어갈 수 있는 음식으로 개발해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Munhwa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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