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안동식혜

浮萍草 2013. 2. 20. 06:00
    국 전통문화의 고향인 안동에 가면 붉은 국물에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안동식혜가 있다. 식혜하면 엿기름 물로 밥을 당화시켜 단맛이 나고 밥알이 동동 뜨게 만든 한국 고유의 청량음료를 말한다. 그러나 안동식혜는 우리가 흔히 감주라고 부르는 다른 지역의 식혜와 우선 만드는 방법부터 조금 다르다. 안동식혜는 고두밥에다 무를 썰어 넣고 고춧가루 침지액과 생강즙을 넣은 후 여기에 엿기름물을 버무려 끓이지 않고, 마치 술을 빚듯이 따뜻한 아랫목에서 발효시켜 만든 음식이다. 무를 썰어 넣었다고 해 무식혜라고도 부른다. 고춧가루나 무 같은 재료가 추가되기 때문에 안동식혜를 처음 접한 외지인들은 요즘도 당황한 표정을 짓기 일쑤다. 고춧가루 물이 들어가 불그스레한 색깔과 음식모양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물김치 같고, 밥알이 섞여 있기 때문에 냉국밥 아닌가 하는 오해도 한다. 하지만 맛을 보면 모두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것이 또 안동식혜다. 고춧가루로 인해 얼큰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나는데다 생강의 독특한 향이 곁들여져 청량감까지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동식혜는 예전에는 현지에서 겨울철에 어울리는 음료로 설날 차례음식에 많이 올렸다. 그래서 설날 3 4일 전이면 마을마다 안동식혜를 만들기 위해 칼도마 위에서‘똑똑∼똑똑∼’ 무 써는 소리가 합창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안동식혜가 사계절음료로 사랑받고 있다.
    고춧가루,무,생강이 어우러져 발효되며 만들어진 유산균으로 인해 건강기능성 음료로서의 가치도 요즘 인정받고 있다. 특히 상온에 오래 놓아두면 안동식혜는 유산균주가 부패를 막아 오히려 감칠맛의 식초가 된다. 최근 안동시에서 안동의 전통음식을 지키면서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예미정(禮味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안동식혜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안동지역에서도 중년층 이상은 안동식혜의 매콤, 새콤한 맛을 알고 찾으나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신세대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안동식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현지 제조업체에서 현대인의 입맛을 고려하여 덜 맵고 국물이 더 많고 단맛이 더 나는‘안동식혜 음료’를 만들어 팔고 있다. 현대식생활에서 안동식혜는 식사 후 입가심 등의 후식 및 밤참으로 좋은 음식이다. 패스트푸드에 지친 이들의 속을 달래기 위해서도 다시 주목해야 할 우리의 소중한 음식자원 중 하나다.
    Munhwa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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