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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병 (元宵餠)

浮萍草 2013. 2. 27. 06:00
    구식 식문화에 밀려 우리의 전통 민속명절에 먹는 음식들도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 떡을 이용해 만들어 마시던 음료 ‘원소병(元宵餠)’도 그런 음식 중 하나다. 원소병은 찹쌀가루를 갖가지 색으로 반죽하여 소를 넣고 빚어서 삶아 낸 떡을 꿀물이나 오미자 국물에 띄워 먹는 화채의 한 종류다. 원소병이란 이름이 붙은 유래와 관련해서는 규합총서에“이 떡이 북경서 정월 보름(원소,元宵)에 만들어 먹는 고로 원소병이라 한다”는 기록이 전해져 온다. 원소병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찹쌀가루를 준비하여 네 등분한 후 나눠진 찹쌀가루 중 세 등분은 각각 치자물의 노란색,생쑥즙의 파란색,오미자물의 붉은 색으로 물을 들여 익반죽한다. 또 나머지 한 등분은 찹쌀가루 그대로의 흰색인 채로 익반죽한다. 그러면 네 가지 색깔의 반죽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잘 손질한 곶감과 대추,유자청 건지를 각각 곱게 다져서 잘 섞어 소를 만든다. 이어서 찹쌀 반죽한 것을 은행알만큼씩 떼어내 그 속에 소와 잣을 넣고 동그랗게 빚는다. 이처럼 빚어진 떡에 녹두녹말을 씌운 후 끓는 물에 삶아내 찬물에 담갔다가 건지면 화채에 들어갈 떡이 완성 된다. 녹두녹말을 씌우는 이유는 각색 떡의 색상을 곱게 살려내면서도 씹을 때 고급스러운 식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삶아 건진 떡을 유리그릇에 담고 하루 저녁 우려낸 오미자 국물에 꿀을 타서 잣을 띄워 낸 것이 바로 원소병이다.
    원소병은 정월 대보름에 정성스레 만든 떡을 국물에 띄워 먹는 절식으로서만이 아니라 정월 초하루 떡국 상차림에도 함께 올랐고 반가에서는 찬 음료이므로 여름철 청량음료로도 먹었다. 그러나 원소병 또한 조상들이 즐겨 먹었던 한국의 전통음료들이 커피음료 대세에 밀려 하나씩 퇴보해 가듯이 우리 고급 전통음료로서의 위치를 상실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북 농업기술원에서 원소병을 음료로 개발, 특허 출원했다고 해 눈길을 끈다. 지역 특산물로 만들었다는 이 원소병 음료에는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 성분이 많은 블루베리와 복분자 그리고 혈압강하물질인 가바(GABA)가 녹차의 10배나 많이 함유된 뽕잎 등이 가미됐다고 한다. 원소병의 깊은 맛에 영양까지 더 강화했으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Munhwa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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