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7 한국 이름 딴 원소 '코레아늄' 나올까?

浮萍草 2014. 2. 15. 06:00
    화산 분화구에 쌓여있는 황
    름답고 화려하고 신비로운 세상의 모든 것은 114종의 원소(元素)로 만들어져 있다. 적어도 21세기 현대 화학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그 중에서 가장 가벼운 원자번호 1인 수소(H)에서 원자번호 94인 플루토늄(Pu) 중에서 원자번호 87인 프랑슘 (Fr)과 93인 넵투늄(Np)을 제외한 92종의 원소들이 오늘날 지구의 자연 환경에 존재하는 ‘천연 원소’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22종의 원소들은 20세기 중반부터 수소폭탄 실험과 입자 충돌기(중이온 가속기)라는 대형 실험 장비를 통해서 그 존재를 확인한 ‘인공 원소’다. 지금도 원자번호 113(Uut), 115(Uup), 117(Uus), 118(Uuo)의 존재를 주장하는 실험 결과에 대해 국제적인 공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ㆍ원소 발견의 역사
    우리가 원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작을 태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숯을 구성하는 검은 탄소(C,12)와 화산 지역에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노란 황(S, 16)의 존재는 인류가 문명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알려져 있었을 것이다. 자연에서 순수한 금속 상태로 존재하는 구리(Cu, 29), 금(Au, 79), 은(Ag, 47), 주석(Sn, 50), 수은(Hg, 80), 납(Pb, 82)과 같은 금속 원소의 발견은 청동기 문명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부분 산소나 황과 결합된 상태로 존재하는 철광석에서 철(Fe, 26)을 분리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철기 문명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5천 년 전 현재의 터키 중앙부에 있던 고대 히타이트 왕국에서 시작된 철기는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흔하고 평범한 금속인 납을 귀한 금속인 금으로 변환시키려던 ‘연금술’이 현대적 ‘화학’으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던 18세기 중엽부터 본격적인 원소 발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735년에는 코발트(Co, 27)가 발견되었고, 뒤이어서 만물의 근원으로 알고 있던 물을 만드는 원소인 수소(H, 1), 시큼한 산(酸)을 만드는 원소인 산소(O, 8), 동물을 질식시키는 원소인 질소(N, 7)를 비롯해 모두 17종에 이르는 원소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끈질기게 물질의 변환 과정을 정밀하게 탐구했던 현대 화학 선구자들의 노력과 창의력 덕분이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원소 발견의 노력은 단순히 과학자들 사이의 경쟁이 아니라 국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영국(23종), 프랑스(16종), 스웨덴(18종), 독일(11종)이 모두 국가의 명예를 걸고 원소 발견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세기에 존재가 밝혀진 원소는 무려 50종에 이른다. 20세기에 들어서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1952년 미국의 과학자들이 수소폭탄의 잔해에서 처음으로 아인슈타이늄(Es, 99)과 페르뮴(Fm 100)을 비롯한 인공 원소를 확인하면서 원소 발견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재는 미국, 독일, 러시아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일본도 인공원소 발견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ㆍ원소의 작명은 발견자의 고유 권한
    자연에서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여 오래 전부터 그 존재가 알려져 있던 탄소 황 구리 금 은과 같은 원소의 이름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전통적으로 다양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원소의 특성이나 용도 또는 문화적 은유가 담긴 이름이 많았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원소의 이름은 ‘화학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화학자 앙톤 라부아지에가 1789년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는 현대적 의미의 ‘원소’를 정립하면서 당시에 알려져 있던 23종 원소의 정체와 이름을 정리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염소 비소 등은 라부아지에가 정한 이름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고 인 황 철 금 은 백금 구리 아연 주석 납은 중국에서 사용하던 이름이다. 이밖에 붕소(B, 5)와 규소(Si 14)를 제외한 나머지 원소들은 모두 서양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우리에게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원소 이름의 작명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마그네슘(Mg 12)처럼 원소가 처음 발견된 ‘마그네시아’라는 그리스의 지명을 붙인 경우도 있었고 원소의 특성을 나타내는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변형시켜 사용 하기도 했다. 크로뮴(Cr, 24)은 ‘색깔’을 뜻하는 그리스어 이리듐(Ir 77)은 ‘무지개’를 뜻하는 라틴어 코발트(Co, 27)는 강한 독성 탓에‘악령’을 뜻하는 독일어, 니켈(Ni, 28)은 ‘구리빛 광석’을 뜻하는 스웨덴어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발견자가 자신의 나라나 고향의 지명을 붙인 경우도 있었다. 루테늄(Ru 44)은 러시아 갈륨(Ga 31)은 프랑스의 갈리아 홀륨(Ho, 67)은 스웨덴의 스톡홀름 투륨(Tm,69)은 스칸디나비아를 뜻한다.
    23종의 원소 이름을 정리한 앙톤 라부아지에
    ㆍ국가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원소 이름
    인공원소가 등장하면서 원소 이름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1960년대에는 원자번호 104와 105의 원소들에 대해 냉전 중이던 미국과 소련이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104번 원소에 대해서 소련은 자신들이 원자탄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고르 쿠르차토프의 이름을 붙였고, 미국은 뉴질랜드 출신의 영국 물리학자 어네스트 러더퍼드의 이름을 붙였다. 105번 원소에 대해서는 소련은 양자역학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덴마크의 닐스 보어의 이름을 붙여서 ‘닐스보륨’(Ns)이라고 불렀고 미국은 독일 화학자 오토 한의 이름을 붙여서 ‘하늄’(Ha)라고 불렀다. 결국 화학 분야의 국제기구인 국제 순수 및 응용화학연합(IUPAC)에서 1997년에 104번 원소는 ‘러더포듐’ (Rf), 105번 원소는 러시아의 인공 원소 연구소가 있는 도시의 이름을 붙여 ‘두브늄’(Db)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현재 IUPAC에서 결정한 114종의 원소 이름 중에는 프랑슘(Fr, 87) 저마늄(Ge, 32), 아메리슘(Am, 95), 유로품(Eu, 63) 칼리포늄(Cf, 98) 버클륨(Bk, 97)도 있고 아인슈타이늄(Es, 99) 퀴륨(Cm, 96) 뢴트게늄 (Rg, 111), 코페르니슘(Cn, 112)처럼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 원소도 있다.
    1974년에는 역사 상 처음으로 생존 중인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 `시보귬'(Sg, 106)까지 등장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동이 나버린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국가나 지명 그리고 동료 과학자들의 이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돼버린 셈이다. 일본도 원소의 이름 붙이기 경쟁에 뛰어 들었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가 2004년과 2007년에 113번 원소의 발견을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일본은 국가 이름을 붙인 ‘자포늄’이화학연구소의 이름을 붙인 ‘리케늄’,일본 물리학자 요시오 니시나의 이름을 붙인 ‘나시나늄’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적 으로 공인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도 기초과학연구원에 설립하는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코리아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 형편이다. 인류의 가장 소중한 지적 자산인 과학도 편협한 국수주의에 물들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원소의 이름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IUPAC의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새로운 원소의 발견을 공인받은 연구진이 새로운 이름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만 최종적으로는 IUPAC의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IUPAC의 공식적인 이름이 결정되기까지는 그리스어와 로마자를 이용해서 만든 세 글자의 임시 원소 기호를 사용한다. 원소의 이름에 대한 국제적 경쟁은 아직도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새로 결정한 원소 이름이 원소의 화학적 특성을 고려한 전통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14종의 원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주기율표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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