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6 발암물질에 너무 떨 필요 없다

浮萍草 2014. 2. 14. 08:30
    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하는 발암물질이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구글에서 ‘1급 발암물질’을 검색하면 무려 96만 건에 가까운 글이 나온다. 
    발암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거나, 
    발암물질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 경악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경유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중국발 스모그의 미세먼지까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발암물질에 대한 우리의 공포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증폭되고 있다. 
    발암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우리를 안심시켜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국제적 노력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ㆍ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발암물질
    우리에게 발암물질은 지옥의 저승사자에 버금가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특히 ‘1급 발암물질’이 그렇다. 1급 발암물질이라고 하면 어떤 경우에도 가까이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번이라도 접촉하거나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흡입 또는 섭취하면 당장이라도 치명적인 암이 생기게 된다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1급 발암물질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최악의 유독 물질로 알고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 유독 물질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하는 정부와 기업을 원망하기도 한다. 우리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들먹이는 1급 발암물질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생활환경을 위협하는 ‘석면’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발암물질이다. 식품에도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된다. 그밖에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휘발성 유기물’(VOC) 라돈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카드뮴과 크로뮴을 포함하는 ‘중금속’도 자주 등장한다. 피부를 검게 태워주는 ‘자외선’, 묵은 농산물에서 발견되는 ‘아플로톡신’ 정도가 전부다. 물론 최근에 1급 발암물질에 분류된 ‘경유 배기가스’, ‘대기오염’, ‘미세먼지’도 있다.
    1군 발암물질로 확인된 미세먼지

    ㆍ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는 발암물질
    문제는 우리가 그런 1급 발암물질이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집, 학교, 사무실, 공장, 길거리를 포함해서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모든 공간이 발암물질로 넘쳐나는 것처럼 생각한다. 가난의 상징이었던 초가지붕을 대체해준 슬레이트 사무실의 천정과 벽에 사용했던 석고 보드가 이제는 최악의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범벅이 된 흉물로 변해버렸다. 토양과 물과 공기는 중금속과 방사선으로 더렵혀졌다. 먹거리도 안심할 수 없다. 라면을 비롯한 거의 모든 가공식품은 물론이고 심지어 천연물 신약과 유기농 참기름에서도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화장품, 한약재, 베이비파우더도 문제가 됐다. 마치 우리가 1급 발암물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론과 인터넷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60년 동안 우리의 평균수명이 30살이나 늘어났다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은 아무런 설득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우리가 발암물질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명백하다. 우리 스스로가 발암물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의 안전보다 자신들의 작은 이익에 눈이 먼 기업들이 쏟아내는 발암물질을 정부가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석면은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광물질이다. 석면이 금보다 더 비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낯선 이름의 벤조피렌도 사실 음식물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이다. 특히 육류나 생선을 직접 불에 구워먹거나 훈제를 하는 경우에 쉽게 만들어진다. 햇빛에 들어있는 자외선이나 지구의 자연 환경에 존재하는 자연 방사선도 우리가 피하기 어려운 발암물질이다.
    고기를 구울 때도 발생하는 발암물질

    ㆍ발암물질 분류는 예방을 위한 것
    발암물질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암을 일으키는 물질을 말한다. 암(癌)이 무서운 질병인 것은 분명하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수명을 다한 후에 사멸(死滅)하는 대신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하는 악성 종양인 암은 우리가 어쩔 수 없었던 불치의 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하게 되는 완치율이 60%를 넘어섰다. 암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한 진단과 치료 기술이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현대 의학의 기본 입장이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을 확인해서 과학적으로 확인된 정보를 정리해서 공개하는 것도 그런 목적을 위한 노력이다. 암에 대한 우리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예방 노력이라는 뜻이다. 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단순히 화학물질만이 아니다. 우리가 작업을 하고, 생활하는 환경도 문제가 되고 문화적 관습도 문제가 된다. 박테리아나 곰팡이도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IARC가 발표하는 ‘발암물질’(carcinogen)에는 우리 세포의 유전체(게놈)에 손상을 일으켜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모든 요인이 포함된다. 그런 뜻에서 IARC의 분류는 ‘발암물질’보다 ‘발암요인’에 대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암 조기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선 진단 장치

    ㆍ술, 젓갈, 숯불도 1군 발암물질
    발암성을 확인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 발암성은 알레르기나 아토피처럼 개인의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 치명적인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인체 발암성을 확인하는 일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역학(疫學) 조사의 결과가 축적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1965년에 WHO에 의해 설립된 IARC가 발표하는 발암물질 분류가 바로 그런 노력의 결과다. 노출 자료 동물실험 자료, 인체에 대한 임상 자료, 발암 메커니즘 등의 자료가 모두 활용된다. IARC는 1970년대에 마련된 기준에 따라 발암물질을 인체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1군’(Group 1) 인체 발암성이 추정되는 ‘2A군’와 인체 발암성이 가능할 것 으로 보이는‘2B군’그리고 인체 발암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3군’과 ‘4군’으로 분류한다. IARC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1군 발암물질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113종의 발암 요인이 확인되어 1군으로 분류되어 있고 2A군과 2B군에도 각각 66종과 285종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모든 화학물질이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인체 발암성이 거의 없는 3군으로 분류된 물질도 505종에 이른다. IARC의 분류는 발암성을 판단하는 역학조사에 사용된 자료의 확실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런 분류를 발암물질의 강도(risk)를 나타내는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는 ‘1급’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1군 발암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우리에게 치명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 술과 에탄올, 젓갈, 담배 흡연(간접 흡연 포함) 목재 분진 실내에서 사용하는 화로(숯불 가스레인지) 등이 모두 1군으로 분류된다. 암의 예방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IARC의 분류를 잘못 이해해서 불필요한 공포와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것은 과학기술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발암물질로 확인된 술(에탄올)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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