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4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한 미세먼지

浮萍草 2014. 2. 10. 10:04
    국발 스모그가 우리나라까지 밀려오면서 대기 중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암연구소(IARC)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을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종’(Group 1, ‘1급’이 아님)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진화론까지 들먹이면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어설픈 주장들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미세먼지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기오염을 관리해야 하는 환경부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엉터리 미세먼지 예보로 혼란을 부추기더니 이제는 전기차의 보급을 확대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수도권 등록차량의 20%를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장 보급할 전기차도 없고, 전기차에 공급할 전력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ㆍ미세먼지, 절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는 미세먼지와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장작이나 낙엽이 타는 과정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시골집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煙氣)가 하얗게 보이는 것도 사실은 작은 에어러졸과 함께 배출되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임산 연료가 완전히 연소되지 못해서 만들어지는 검댕이도 미세먼지의 핵심이다. 심지어 시골 초가집의 바닥이나 벽면에 사용하는 진흙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미세먼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던 셈이다. 우리를 괴롭혀왔던 ‘황사’(黃砂)에도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포함되어 있다. 황사에 섞여 있는 굵은 모래알은 발생지에 가까운 베이징과 같은 지역에 떨어져버린다. 그러나 황사에 섞여있는 미세먼지는 지표면에서 5~8킬로미터 높이까지 솟아오른 후에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온다.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황사에는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황사와 같은 모래 먼지가 중국에서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사하라의 모래 바람은 유럽의 중남부에까지 미세먼지로 피해를 준다. 미스트랄 더스트볼 캄신 하부브 시로코 시뭄 등이 모두 미세먼지가 잔뜩 포함된 건조 지대의 먼지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초미세먼지(PM2.5)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건조지대가 많은 중국 인도 북부, 중동, 아프리카 북부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ㆍ심각해지고 있는 먼지에 의한 대기오염
    오늘날 우리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먼지다. 인구가 늘어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대기를 오염시키는 먼지의 발생량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발 스모그처럼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은 심각한 전(全)지구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의한 스모그의 역사도 짧지 않다. 런던은 석탄을 난방과 취사용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14세기부터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석탄 검댕으로 누렇게 오염된 런던의 ‘완두콩 수프’가 화려했던 런던의 건물을 시커먼 흉물로 만들어 버렸다. 급기야 1952년에 발생한 ‘런던 대(大)스모그’는 나흘 동안에 무려 4천 여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당시에는 급성 독감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런던 대스모그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한 주민이 1만 여 명을 넘어섰다 고 한다. 석탄 연소에서 발생하는 런던형 스모그의 주범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가장 심각하게 걱정하는 미세먼지다. 특히 저질 무연탄을 분말이나 어설프게 뭉친 조개탄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태가 정말 심각해진다. 그런 런던형 스모그는 연료의 고급화를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실제로 런던의 경우에도 1956년부터 시내에서 무연탄 사용을 금지하고 고품질의 비싼 코크스를 사용하면서 악명 높은 스모그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ㆍ먼지의 크기에 대한 관심
    우리가 대기를 오염시키는 먼지와 먼지의 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래 전부터 익숙했던 먼지는 비교적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체에 심한 독성을 나타내는 독성 가스 성분이나 휘발성 유기물(VOC)에 의한 대기오염을 해결하는 일이 훨씬 더 위험하고 시급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기오염 규제가 독성 가스와 휘발성 유기물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이었다. 먼지의 크기에 따라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피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미세먼지의 양을 측정하는 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다. 크기가 큰 먼지의 경우에는 생활에 불편을 주기는 하지만 마스크 정도로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PM2.5) 정도로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호흡기를 통과한 초미세먼지는 물질의 종류에 상관없이 직접 우리의 생리 작용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미세먼지가 1종 발암물질로 밝혀졌다고 해서 잠시라도 노출되면 곧바로 암에 걸리게 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ㆍ 경유 자동차에 대한 오해를 버려야
    경유(디젤) 자동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는 낡은 것이다. 실제로 경유 자동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경유 자동차의 배출가스가 대도시 미세먼지(PM10)의 66.7%를 차지한다는 환경과학원의 2001년 자료는 측정치의 85.3%를 차지했던 도로 먼지의 재비산(再飛散)을 무시해서 얻은 것이었다. 민간의 이익 단체의 회장직까지 차지하면서 천연가스 버스에 매달리고 있는 환경부의 잘못된 집착에서 비롯된 명백한 억지였다. 경유 승용차가 일반화되어 있는 유럽 대도시에서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은 우리처럼 심각하지 않다. 이제 정부가 미세먼지를 핑계로 시내버스와 택시의 연료 선택권을 막무가내로 틀어쥐고 있을 이유는 없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가 도입되는 내년부터는 더욱 그렇다. 가스 연료 자동차에 대해서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와 메탄 배출 기준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연료 다변화에 대한 택시 사업자의 절박한 요구도 받아들여야 한다. 자칫하면 정부의 윤리성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경유 자동차에 대한 과도한 거부감에 의한 피해는 심각하다. 외제 경유 승용차의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스 연료 택시와 시내버스를 고집하는 잘못된 정책 때문에 발생하는 예산 낭비와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다. 그런 예산으로 도로에 쌓여있는 먼지를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의 가장 현실적이 대안이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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