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2 '에너지 중독' 해결법은 화석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뿐

浮萍草 2014. 2. 8. 12:49
    휴 직후의 늦더위로 시작된 전력대란이 여전히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연이어 불거진 원전과 전력 산업의 총체적 부실과 비리로 우리의 전력 사정은 오히려 더욱 나빠졌다. 
    전력 산업은 뿌리부터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국민들의 고통도 한계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올 겨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년 동안 4차례의 전기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피크 타임의 전력 수요는 340만 킬로와트나 늘어났고 지난 1월 3일에는 사상 최대의 전력 수요를 기록
    했다. 
    전기 요금 인상이 겨울철 피크 타임의 전력 수요 감축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증거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부의 무능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전력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택시 사업자들의 연료 다변화 요구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더 이상 공허한 녹색 성장의 꿈에 젖어있을 상황이 아니다.
    ㆍ에너지 중독이 빗어낸 비극
    물론 에너지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전(全)지구적 난제(難題)가 바로 에너지 문제다. 인구가 늘어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에너지 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늘어난 결과다. 자원 고갈의 시대에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일도 어려워졌고, 에너지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오염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심각해졌다. 요즘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중국발 스모그도 경제적으로 넉넉해진 중국의 에너지 소비가 늘어난 탓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폭등도 언젠가는 닥쳐올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다. 앞으로 에너지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형편이라는 뜻이다. 물론 에너지가 처음부터 우리의 생존을 위협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육체적으로 연약하기 그지없는 없는 우리에게 ‘불’(에너지)은 무엇보다 중요한 생존 수단이었다. 사실 인간은 뜨거운 불을 무작정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짐승과 분명하고 확실하게 구별된다. 우리 인간이 오늘날 만물의 영장(靈長)으로 우뚝 서게 된 것도 불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해온 덕분이었다. 시작은 소박했다. 추위를 이겨내고 어둠을 밝히고, 음식을 조리하고 맹수를 물리치는 것이 불을 이용하는 목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불이 화려한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를 실현시켜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에너지도 예외일 수가 없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에너지의 매력에만 빠져있었던 탓에 발생한 비극이다. 에너지가 유한(有限)하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고 에너지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에도 충분히 관심을 갖지 못했다. 에너지의 오용과 남용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면서 경제적 성장과 문화적 편익에만 중독되어 있었던 결과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의 실수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실현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박한 상황이다.
    화석 원료를 태우는 불의 사용은 인류 문명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ㆍ탈(脫) 탄소는 비현실적 환상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가 에너지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화석 연료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기후학자들의 주장이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에너지의 무분별한 낭비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기후 변화가 아니더라도 에너지를 아껴 쓰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은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자의 국제적 합의에 의한 예측이 빗나갈 경우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현대 과학이 놀랍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全)지구적 기후 변화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화석 연료를 완전히 포기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주장이 탄소를 포기하자는 주장으로 잘못 변질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석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0여 년 전이다. 석유는 20세기에 들어서서야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천연가스의 역사는 반세기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인류는 지난 50만년 동안 장작 낙엽 숯 초식동물의 배설물과 같은 임산(林産) 연료에 의존해서 살아왔다는 뜻이다. 새로운 연료(에너지)의 개발이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들 중에서 우리가 실용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원소는 탄소뿐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화학적 진실이다. 실제로 화려한 녹색 성장이 강조하던 태양광·풍력·조력·지열·바이오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가치도 아직은 분명하게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신재생 에너지가 친(親)환경적이라는 인식부터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량 생산에 써야 할 농지나 진정한 녹색 성장에 필요한 녹지와 개펄의 훼손에 따른 환경과 윤리 문제도 결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20세기 중반에 처음 등장한 원자력의 위상도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결국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화석 연료를 완전히 포기하자는 탈(脫)탄소 사회의 꿈은 실현이 불가능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탄소가 에너지 문제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탄소를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태양광 발전은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인류의 에너지 대안이 되지 못한다.

    ㆍ소비 절약과 효율화가 최선의 대책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200여 년 동안 우리가 사용해왔던 화석 에너지의 고갈은 필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신재생 에너지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에만 매달릴 일도 아니다. 새로운 에너지에 의해 발생하게 될 사회·문화적 수용성과 부작용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에너지의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만 한다. 전력 산업을 근본적으로 재구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모자라는 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화석 연료의 효율적인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세수 확보 산업 진흥, 저소득층 지원 등의 온갖 명목으로 누더기로 변해버린 지금의 에너지 정책으로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엉터리 자료와 경험을 근거로 소비자의 연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잘못된 정책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디젤 승용차 기술의 발전과 경유 품질의 향상을 외면하고 오히려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 연료에 집착하는 환경부의 일방적인 정책은 명백 하게 잘못된 것이다. 정유사의 부산물인 액화석유가스(LPG)의 60%를 수입하는 현실은 절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자칫하면 정부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도덕성까지 의심 받을 수 있는 형편이다. 온갖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앞세워 소비자의 연료 선택권을 억압하는 정책은 당장 개선해야 한다.
    폭발 가능성이 높은 LPG 차량의 전소 장면.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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