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리더의 만찬

3 "승진하면 꼬리부터 잘라라" 승진 잔치 '소미연(燒尾宴)'

浮萍草 2014. 2. 3. 06:00
    쁜 여자로 변신한 100년 묵은 여우의 정체가 들통 나는 것은 꼬리 때문이다. 
    전설의 고향뿐만 아니라 동양고전을 보면 언제나 꼬리가 문제다. 
    호랑이나 여우가 사람으로 변할 때,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할 때 모두 마찬가지다. 
    때문에 제대로 변신하려면 과거의 흔적인 꼬리부터 잘라 없애야 한다.
    ㆍ승진하면 꼬리부터 잘라라
    요즘 대기업 인사철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승진에 자축 파티가 빠질 수 없다. 상사와 동료를 초대해 기분 좋게 한 턱 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옛날 당나라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8세기 때 문헌인‘봉씨견문록’에는 선비가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하거나 승진을 한 집에서는 진수성찬의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음주가무를 준비해 잔치를 여는 것이 유행했는데 이런 잔치를‘소미연(燒尾宴)’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하필이면 왜 승진 자축 잔치의 이름을‘꼬리를 태운다’는 뜻의 소미연이라고 했을까?

    황하에 사는 잉어가 상류의 급류가 흐르는 관문인 용문(龍門)을 거슬러 오르는데 성공하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등용문의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용문은 지금의 중국 산시성 롱먼현(龍門縣)에 있다고 하는데 물살이 얼마나 거센지 잉어들이 떠밀리기만을 반복할 뿐 관문을 거슬러 올라가는 잉어는 거의 없다. 집요한 노력 끝에 어쩌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용문을 통과하는 순간, 잉어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 그리고 이때 하늘에서는 번개를 내리쳐 잉어의 꼬리를 태워 없앤다.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것이다. 꼬리가 다 타서 없어지지 않으면 이무기가 되어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ㆍ잉어가 용이 돼 승천하면 번개를 쳐 꼬리를 태워
    승진 자축 잔치를 소미연이라고 이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진급을 해서 한 단계 높은 자리에 앉았으면 용이 되어 승천한 잉어가 꼬리를 태워 과거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우는 것처럼 새로운 자리와 직위에 걸맞게 행동하고 처신 하라는 뜻이다. 자리가 달라졌는데도 옛날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면 대리급 임원, 주사급 장관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꼬리를 잘못 태워도 문제다. 소미연의 진정한 의미는 계급이 높아졌으니‘쫄병’ 시절의 행태를 버리고 환골탈태하라는 뜻인데 엉뚱하게 폼만 잡으려 들면 자칫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당나라 때 소미연의 유행은 한 세대를 넘지 못했다. 승진 했으니 새롭게 거듭나라는 의미의 소미연이 윗사람을 초대해 아첨하고 세력을 과시하는 초호화판 잔치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변물소지’에 당시 유행했다는 요리의 일부가 보이는데 화려하기 그지없다. 서역에서 나온다는 버터를 발라 구운 양고기 게장과 게살을 넣어 찐 꽃빵이 후식으로 나오고 심지어 사람의 젖으로 찐 닭고기 찜도 있다. 이런 요리가 모두 쉰여덟 종류가 기록돼 있는데 전체 요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화려한 잔치 때문에 자칫 가산을 탕진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모양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인사의 계절이다. 해당자 모두 소미연 열기를 축원한다. 단 꼬리는 확실하게 잘라야 한다.
    Premium Chosun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청보리미디어 대표 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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