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리더의 만찬

2 부시와 시라크 만찬에 왜 감자튀김?

浮萍草 2014. 2. 2. 06:00
    2005년 2월 2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이어 만찬을 함께 했다. 
    주요리는 바다가재 리조또, 보르도식 소스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였고 사이드 메뉴가 감자튀김인 후렌치 후라이(French fries)였다.
    그런데 이날 백악관 발표가 특이했다. 양국 정상이 후렌치 후라이를 먹으며 만찬을 즐겼다는 것이다. 
    주요리를 빼고 굳이 감자튀김을 언급한 것인데 이튿날 조간신문 제목도 마찬가지였다. 
    뉴욕타임스 기사도 ‘후렌치 후라이를 곁들인 정상외교’였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정상회담의 이목이 감자튀김에 집중됐던 것일까?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004년 6월 10일 미 조지아주시 아일랜드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단독회담 도중 이곳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음식에 대해 OK
    사인을 주고 있다.

    2003년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발단이었다. 프랑스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며 사사건건 발목을 붙잡았다. 이런 프랑스가 얼마나 얄미웠는지 미국 정계는 프랑스와 관련된 것이라면 일단 거부반응부터 보였다. 미국 하원에서 일이 벌어졌다. 의회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던 봅 니 의원이 구내식당 메뉴에서 프랑스식 감자튀김이라는 의미의 후렌치 후라이를 ‘자유의 감자튀김’이라는 뜻의 프리덤 후라이 (Freedom fries)로 바꿔버렸다.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소식만큼 흥미로운 뉴스였기에 주요 언론이 화제꺼리로 보도하면서 미국과 프랑스의 말싸움이 시작됐다.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비공식 자료를 통해 후렌치 후라이는 햄버거를 먹는 미국인의 음식이지 프랑스 음식이 아니라며 반박했고 원조도 프랑스가 아니라며 엉뚱하게 감자튀김에 화풀이하지 말라고 비꼬았다. 후렌치라는 형용사 때문에 감자튀김의 원조는 당연히 프랑스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기원은 확실치 않다.
    감자튀김

    프랑스 거리음식에서 발달했다는 설 원조는 벨기에지만 프랑스를 거쳐 영국과 미국에 퍼졌다는 설,프랑스 대사를 지낸 벤자민 프랭클린이 손님에게 감자튀김을 대접하며 “프랑스식으로 튀겼다”고 말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 등이 다양하다. 사실 후렌치라는 형용사가 프랑스를 뜻하는 단어인지도 확실치 않다. 큰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가늘게 썰다”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말싸움은 이라크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다. 미국 하원 구내식당 메뉴도 언제부터인가 자유의 감자튀김에서 다시 후렌치 후라이로 돌아왔다. 말싸움의 최종 마무리가 2005년 미국과 프랑스 정상회담이었다. 만찬 메뉴로 특별히 후렌치 후라이를 준비하면서 감자튀김을 두 나라 화해의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다. 얼핏 아이들 장난처럼 보이지만 감자튀김에는 고도로 세련된 미국과 프랑스의 외교술이 녹아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후렌치 후라이를 이용해 불편한 심기를 내뱉었을 뿐 원색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상대방에게 화를 내면서도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는 고도의 테크닉을 발휘했던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 모두 화를 내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Premium Chosun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청보리미디어 대표 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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