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리더의 만찬

1 주은래, 오리고기로 키신저 사로잡다

浮萍草 2014. 2. 4. 06:00
    더는 어떻게 식사를 해야 할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 것처럼 리더의 식사법이 별도로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밥 한번 잘 먹고, 잘못 먹어 역사가 바뀌고 계약의 성사가 엇갈리니 리더는 식사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ㆍ키신저, 닉슨 밀명받고 극비리 베이징 방문
    1971년 7월 9일, 헨리 키신저 박사가 중국과의 화해 가능성을 타진해 보라는 닉슨 대통령의 밀명을 받고 비밀리에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주은래 총리와의 회담은 팽팽한 긴장과 줄다리기의 연속이었다. 쟁점인 타이완 문제는 해결됐지만 위기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닉슨 대통령의 방중 요청을 중국이 수락한다”는 중국측 성명서 초안이 문제가 됐다. 양측 대표단은 식사도 거를 정도로 대립했고 협상은 결렬 직전까지 갔다. 이때 돌파구를 마련한 사람이 주은래다. “밥 먹고 하자”는 한 마디로 분위기를 바꿨다. 식사로 북경 오리구이가 나왔는데 주은래는 직접 키신저에게 밀전병에 오리구이를 싸주며 북경오리 먹는 법과 역사를 설명했다. ‘주공토포 천하귀심(周公吐哺 天下歸心)’ 주나라 주공이 씹던 음식마저 내뱉으며 뛰어나와 손님을 맞이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정성을 다하니 주변에 인재가 모이고 민심이 주나라로 쏠렸다.
    주은래가 키신저에게 밀전병에 오리고기를 싸서 건네고 있다

    ㆍ주은래, 오리구이 전병에 싸 키신저에 건네
    주은래는 주공토포를 실천했던 인물이다. 국빈 만찬이 있을 때면 자신은 먼저 국수나 만두로 간단히 요기한 후 연회가 열리는 동안 먹는 시늉만 하면서 국빈과 대화를 나누고 손님이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협상학의 기본은 원하는 것을 얻고 싶으면 먼저 상대방의 공감을 얻으라는 것이다. 상대편과 감정적 교감이 이뤄지면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주은래가 키신저에게 대접한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중국문화를 통한 교감이었다. 식사 후 협상장 분위기는 부드러워졌고 대립했던 감정은 수그러들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한 끝에 양국이 동시에 주체가 되는 역사적인 담화문이 완성됐다. “일찍이 닉슨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안 주은래 총리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대표해 닉슨 대통령이 1972년 5월 이전, 적당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닉슨 대통령은 이 초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1972년 2월 21일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1979년 중국과 미국은 국교를 수립했다. 흔히 중미수교를 ‘핑퐁외교’‘마오타이 외교’라고 하지만 여기에 더해 막후에서 북경 오리구이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오리외교’라고도 한다.
    ㆍ‘핑퐁외교’의 실체는 주은래의 ‘오리외교’
    오리외교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 북경 오리구이는 도대체 어떤 음식일까? 중국인들은 “만리장성에 오르지 못하면 대장부가 아니고 북경오리를 먹지 못하면 평생의 한이 된다”고 말한다. 모택동의 시를 인용해 지어낸 말로 중국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참고로 북경 오리구이는 먹는 법이 특이하다. 잘 구운 오리껍질이 핵심으로 청나라 서태후가 특히 좋아했는데 서태후는 바삭바삭한 껍질만 먹고 고기는 아랫사람들에게 남겨주었다. 서태후의 이런 식사는 호사였을까 아니면 배려였을까?
    Premium Chosun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청보리미디어 대표 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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