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간박사의 간 이야기

4 과음뿐 아니라 과식도 간의 안녕을 위협한다

浮萍草 2014. 1. 6. 06:00
    근 한 대학가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걸리며 다정한 인사말인 ‘안녕하십니까?’ 
    가 정치적 언어가 되었다. 
    ‘안녕하십니까?’는 이웃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인사말이 되어야 하는데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는 화두가 되어 버려 이 제목을 쓰는 것이 정치적 기사가 될까 걱정이다.
    연말은 많은 모임으로 평소보다 술과 칼로리 섭취가 과다할 위험에 놓여 간이 안녕한지 간 전문가로서 걱정이 된다. 
    연말에 과다한 음주로 간의 안녕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를 피하는 방법과 간을 술로부터 지킬 수 있는 비법(술을 적게 마시고 가급적 회식자리를 일찍 떠나는 것)을 
    알려드린 바 있으나 우리가 간과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얼마 전 진료실을 찾았던 한 사업가는 간에 지방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다
    (최근 간의 굳은 정도를 재는 간섬유화 스캔이라는 장비에 간의 지방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같이 측정하는 방법이 새로이 개발되어 이를 통하여 지방간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음). 
    평소 지방간으로 간의 안녕을 걱정한 이 사업가는 간의 안녕이 위협받는 연말에 최대한 조심을 하였다. 
    그래서 술자리에 가서 술을 가급적 마시지 않으려고 술 대신 안주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사실 술자리에서 남들 술 마시고 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사업가는 불행하게도 술을 좀 마셨을 때 보다 지방간이 더욱 악화되었다. 마치 호랑이 피하려다 늑대를 만난 격이고 앞으로 넘어지지 않으려다 뒤로 넘어진 셈이다.
    겨울철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들어 일찍 어두워지고 추운 날씨로 인하여 외부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에 운동량이 줄어 든다. 
    그러나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음식섭취를 더 많이 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칼로리 균형이 깨질 위험이 높다.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술로 인한 칼로리 섭취가 늘어나며 술은 식욕과 소화를 촉진하여 평소보다 더욱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의 비만은 회식과 음주의 영향이 가장 크며 복부비만과 내장비만의 주요 원인이 된다.
    조선일보DB
    아직 우리나라에서 간의 안녕을 위협하는 것은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바이러스성 간질환이 문제가 된다. 대한간학회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비만과 관련된 대사 질환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비 알코올 지방간질환도 16-33%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지방간은 간의 안녕뿐 아니라 많은 성인병과 같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이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국민 보건을 위협 하는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방간이 있는 환자에서는 심장질환이나 다른 질환으로 지방간이 없는 환자에 비해서 건강을 잃고 생명을 위협 받을 수 있는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지방간에 의한 간의 안녕을 위협받으면 우리의 건강과 생명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빈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 그래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높은 이혼율 등의 바람직하지 않은 선진국 병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나라가 비만, 당뇨등의 성인병질환과 함께 지방간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것은 우리 국민의 건강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그렇게 고생해서 선진국에 들어서서 즐기지도 못하고 선진국병으로 고생만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에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한 이유는 취업이 안되어 미래가 답답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누군가 자신의 안녕을 걱정하는 따스함이 그리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맞벌이 부부시대의 우리 젊은이들이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음식대신에 패스트푸드 등 바람직하지 않은 식사습관에 길들여지고 불건전한 음주 습관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간을 포함한 우리 몸의 안녕을 해치는 일을 지속한다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모두 ‘앞으로 안녕들 하십니까?’하는 질문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결코 지어낸 괴담이 아니다. 이 사회의 허리역할과 가정의 가장으로서 건강해야 할 우리 중년들이 연말에 과음과 과식으로 간의 안녕을 계속 위협한다면‘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안녕들 하실지?’ 우려가 된다. 이제 간의 안녕을 걱정하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습관을 바꾸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습관을 바꾸려면 생각을 먼저 바꾸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새해에 시작하려 하지 말고 이제부터 과음, 과식을 피하고 적게 먹고 적게 마시고 많이 움직이자.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면 우리를 춥게 하고, 움추리게 하는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고 울적함도 벗어 던질 수 있다.
    간과 몸에 쌓이는 기름을 걱정 대신 젊음의 열정으로 태워버리자. 바닥을 기던 뱀의 해도 내년에 말의 해가 되면 우리는 다시 건강한 근육을 힘껏 움직이며 열심히 건강한 미래를 위해‘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살기로’ 달려가는 ‘용감한 녀석들’이 될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모두 안녕들 할 것이다.
    Premium Chosun         한광협 연세대 의대 내과교수 gihankhys@yuh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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