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간박사의 간 이야기

3 연말연시 간 보호 음주법, 이순신 스타일 vs. 맥아더 스타일

浮萍草 2014. 1. 4. 06:00
    만 되면 연일 송년모임으로 더욱 바빠진다. 
    한 해가 가기 전 소홀했던 사람들과 모처럼 한자리를 갖거나 직장에서 서로 섭섭했던 것은 잊고 앞으로 새해에는 더욱 잘하자는 의미의 망년회를 갖기 때문이다.
     정이 많고 관계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모임을 빠지기는 쉽지 않다. 
    송년 모임에 술을 빼고 모임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 연말만 되면 술 때문에 간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언론사를 통해 연말만 되면 간과 술에 대한 글을 부탁 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술을 연일 마시면서도 간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이 온다. 
    독자들이 원하는 글은 연말에 모임으로 연일 술을 마시더라도 간은 건강하게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독자들에게 술을 자~알 마시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말연시에는 피할 수 없는 회식 자리가 많다. 건강한 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술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조선일보DB

    한 때“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 카피와 노래로 차두리 선수를 모델로 한 광고가 크게 성공해서 그 간장약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필자는 방송에서 “피로는 간 때문이 아니라 술로 간을 혹사 시킨 우리 때문이고 그나마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간 덕분이고 간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간 덕분이야” 로 광고 카피가 바뀐 점은 간을 전공한 사람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직장인들은 일이 끝나도 업무가 연장되어 같이 술을 마신다. 어떤 사람은 술 마시려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술을 많이 마시고 계속 마시면 간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당(酒黨)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술 마시는 횟수나 양을 줄이는 주당도 별로 없다, 간보호제나 숙취 해소제를 마셔가면서 연말에 연일 술을 마시는 우리 직장인들이 불쌍하다. 이제 술 권하는 사회의 직장인들을 위해 연말에 술을 잘 마시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술은 마시면 위에서 대부분 흡수되어 간으로 간다. 간은 해독기능을 갖고 있어 그날 마신 술을 분해하여 다음날 일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밤새 일을 한다. 그러나 하루에 처리할 능력이 무제한이 아니라 어느 범위까지만 가능하며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는 주량(酒量)과도 어느 정도 비례한다. 대부분 술을 많이 마셔본 사람은 자신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그 이상을 넘기면 다음날 숙취현상과 정상적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평소 주량을 넘지 않도록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평소 주량 껏 마셔도 평소 주량이 간에 부담이 되도록 마셔 온 사람은 간에 부담이 되어 간이 이미 과로를 하여 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중에 간에 심각한 문제가 되어 필자의 진료실을 찾는 사람은 술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 술이 강하다고 믿고 오랫동안 간을 혹사 시켜온 사람들이다. 술이 약한 사람은 몸에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서 술을 잘 해독을 못해 좀 더 마시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술을 별로 못 마시기 때문에 간은 별로 문제가 않된다. 이런 사람은 무자비한 상사에 의한 강요된 술자리만 피하면 된다. 이제 주량의 등급에 따른 건전 음주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술이 약한데 할 수 없이 마셔야 하는 초보를 위한 음주법. 첫째, 모임을 가급적 피하되 어쩔 수 없으면 비주류파들 옆에 가서 앉는다. 절대 고수들 옆에 앉지 마라. 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둘째, 고수들이 원 샷 할 때 따라하지 말고 가급적 천천히 마시자. 아울러 잔을 적은 것을 택하고 하수끼리는 서로 잔을 꽉 채우지 마라.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면 간이 찢어진다. 셋째, 빈속에 마시는 것을 피해서 술의 흡수를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한다. 모임 전에 미리 위를 조금 채워두고 가는 것도 방법이고 술 마실 때 수시로 물을 같이 마시는 것이 간과 위 보호에 좋다. 넷째, 술자리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친구들 모임이면 늦게 가거나 일찍 자리를 떠나고 2차를 꼭 따라가야 하면 노래방 마이크를 계속 잡는 것도 방법이다. 먼저 떠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상사면 일찍 취한 척하고 일찍 전사자가 되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먼저간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 장군의 방법이나“나는 술 먹고 뻗지 않고 단지 사라질 뿐이다”는 맥아더 장군의 방법도 좋다. 다들 취하면 먼저간 사실을 대부분 잘 모른다. 정 미안하면 술값을 계산하고 먼저 가는 매너를 보이면 용서가 된다. 이제 음주 상급자를 위한 건강 음주법을 소개하면 간을 위해서는 덜 자주 마시고 적게 마시는 것 이외에는 왕도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첫째, 약속을 적게 잡고 약속을 겹쳐서 잡자. 연속해서 약속을 잡지 말고 하루 걸러서 약속을 잡자.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술이 쎄다고 매일 술 마시면 결국 맺집 좋았던 무하마드 알리 처럼 말년에 고생하게 된다. 둘째, 자신의 정량보다 적게 마시고 쿨하게 먼저 일어나자. 어려우면 아내나 친구에게 적절한 시간에 전화를 걸어달라고 요청해서 자연스럽게 떠나도록 하자. 고수가 먼저 일어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기쁘게 일어나는 동지들이 많이 있다. 36계 줄행랑은 무림계에 오래 내려온 최고의 방어술이다. 셋째 주종을 선택할 때 맥주 막걸리 포도주 등 독주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가급적 얘기를 많이 나누고 술은 적게 나누자. 폭탄주를 돌리려 하면 약자 배려차원에서 기본 2잔 이하로 정하고 시작하자. 음주 상급자가 취하도록 마시면 간은 못 견딘다. 현재 건전한 음주 권장량은 주종에 관계 없이 2잔이다. 각종 암을 제외한 우리나라 중년 남자의 사망 1위는 간질환이다. 술 때문이 아니라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인한 간질환 때문이지만 술이 간질환이 급속히 악화되는 데 일등 공신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국민소득이 2만불이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우리는 이제 후진국형 음주문화를 바꿀 때가 되었다. 우리는 술을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윤활유를 위해 마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송년 모임은 서로 따스한 정과 못다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지 대화 없이 폭탄주만 취하도록 돌리다 쓸쓸히 업혀서 돌아가는 자리가 되지 말자. 구조조정이다 뭐다 하여 직장 생활이 팍팍해지고 젊은이는 꿈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에서 속상해서 마시는 술은 진짜 속이 상할 위험이 크다. 우리는 아직 젊고 건강을 지키면 기회는 언젠가 온다. 어둠이 깊고 길어 보이나 새벽은 오고 해는 다시 쨍하고 뜬다. 터널은 어둡지만 참고 가다 보면 끝이 있다. 뱀의 해 말년에 술 취해 뱀처럼 흐느적 거리지 말고 우리의 모임들이 한 해 못다한 정을 나누고 어려웠던 친구들을 위로하고 술 대신에 새해의 희망과 꿈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연말에 과음과 폭음으로 씻을 수 없는 실수를 하거나 연일 술로 건강을 잃지 않고 내 몸의 소중한 일꾼인 간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듯이 구시대적 불건전한 음주 문화의 허물을 벗고 건전 음주로 건강한 간을 지키며 새시대를 맞이 하였으면 한다.
    Premium Chosun         한광협 연세대 의대 내과교수 gihankhys@yuhs.ac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