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간박사의 간 이야기

1 용궁간 토끼 "내 간은 지방간"

浮萍草 2014. 1. 2. 06:00
    별주부전
    주부전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자라가 병든 용왕님을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려고 육지로 나와서 토끼를 만나 용왕님 앞까지 데려 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간을 육지에 나두고 왔다는 영리한 토끼의 거짓말에 넘어가 토끼를 다시 육지로 돌려보내고 간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이 고전에서 간을 전공하는 본인으로서 몇 가지 새로운 해석을 하고 싶다. 첫째, 용왕은 어떠한 병을 걸렸고 왜 토끼 간을 치료제로 구하려 했는가 하는 사실이다. 용왕이 자신의 병을 고쳐보려고 퇴직한 신하인 수천년 묵은 잉어를 불러 해결방안을 알아 본 즉 술과 여자를 너무 좋아하여 스스로 병을 만들었고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을 받는다. 아마도 용왕의 병은 알코올성 간경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바다에 싱싱한 안주감이 널려있으니 용왕이 술을 지나치게 즐겼으리라 생각한다. 용왕은 효과가 없더라도 처방을 하나 내달라고 간청하니 토끼의 생간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권유한다. 그 간이 좋은 이유로는 왕과 정 반대의 삶을 살아 왔기 때문에 음양이 서로 화합하여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환자들은 현대의학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울 때 근거가 불충분한 비방(秘方)을 찾는다. 신하들은 자신의 짐작으로 권유를 한 것이고 실제로 토끼의 간이 용왕의 병세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기 때문에 별주부가 토끼간을 구해주어 용왕이 먹었다고 하여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필자의 경험으로 많은 환자들은 자신의 병이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알면 이 용왕처럼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라도 잡아보려 하나 결국은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삶의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신하들의 처방 중에 유념해야 할 부분은 토끼의 생활습관이 용왕과 정반대라는 사실이며 용왕이 좀더 병이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가기 전에 생활습관을 토끼처럼 바꾸었다면 회복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용왕은 술과 좋은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즐겼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아서 지방간 비만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등의 많은 성인질환을 앓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토끼는 채식위주의 좋은 식생활 습관과 꾸준한 운동 등의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가졌기 때문에 토끼의 간보다 생활습관을 따랐다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건강은 오랜 세월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지 노력하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자라는 어떻게 토끼를 설득하여 용왕에게 데려올 수 있었는 지와 왜 토끼간을 얻는데 실패했을까? 문어가 먼저 토끼를 잡아오겠다고 하는 것을 자라가 상당히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쳐서 본인이 적임자라는 사실을 왕에게 알리고 결국 임무를 부여 받고 육지에 온다. 토끼는 매우 꽤가 많은 인물로 묘사되나 자기 꾀에 넘어가 별주부의 그럴듯한 감언이설에 용궁으로 가게 된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이 잘 속는 경우도 많다. 이유는 허영과 욕심으로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로 의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환자 중 사회적 지위가 높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많다. 이유는 전문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이 치료법을 결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라는 토끼의 이러한 허점을 노려 용궁으로 데려왔다. 토끼는 대화 중에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는 꿈을 꾸어 가기를 주저하나 자라는 길몽이라고 하면서 데려간다. 용궁에 오자마자 바로 포박이 되어 간을 적출 당하려 할 때 토끼의 기지가 발휘된다. 자신의 간을 노리는 이들이 너무 많아 평소에 간을 감쳐두고 다닌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처음에는 용왕도 믿지 않았으나 토끼의 강력한 주장과 실패하면 앞으로 간을 영영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협박에 굴복한다. 당시 지혜로운 신하인 거북이가 이 말이 거짓이라고 간언을 하나 지혜롭지 못한 왕은 잘 못된 판단을 하고 간을 가져오라고 돌려 보낸다. 환자나 가족들이 이러한 식의 사기에 많이 넘어간다. 왜냐하면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하는 판단이기 때문에 냉철한 판단이 어렵다. 간이 심하게 나쁜 상태이면 간성혼수가 온다. 몸의 독이 간에서 해독이 안되어 뇌의 기능을 떨어뜨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용왕도 병중으로 명철한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토끼에게 조롱을 받고 자라는 빈 손으로 용궁으로 돌아가고 이후의 소식은 알 길이 없다고 기록되었다. 자라는 아마도 문책을 당하였고 용왕은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셋째 간전문가가 별주부전에서 얻은 교훈은? 과거에도 생활습관이 나쁘면 병든다는 사실과 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의학정보의 중요성이다. 당시 의학정보를 정확히 알았다면 토끼가 간을 한시라도 놔두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물론 토끼간을 먹었다고 해서 회복될 리는 없을 것이다. 넷째. 현대판 별주부를 쓴다면? 용왕이 간이 나쁘자 간이식을 받는 길 이외에는 회복할 길이 없다는 의사의 결정이 나온다. 토끼의 간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학적 판단을 하고 육지로 가서 싱싱한 간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살아있는 상태로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온다. 토끼는 간을 두고 왔다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꾀를 낸다. 죽기 전에 술과 음식을 실컷 먹겠다고.
    이유는 자신의 간이 작아 용왕에게 주기 충분하지 않아 잘 먹으면 간을 제공하기 좋을 것이라고. 이 번에도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용왕이 이를 허락하여 결국 토끼의 간은 지방간으로 간이식 제공에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 토끼는 바다로 와서 운동부족과 신선한 풀을 먹으면 지방간이 좋아진다고 설득하여 육지로 돌아온다. 우리 모두 용왕처럼 잘못된 생활습관을 버리고 토끼처럼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는 생활하여 건강 하십시다.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노력하여 지키는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지혜롭게 판단하고 지혜로운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십시다.
    Premium Chosun         한광협 연세대 의대 내과교수 gihankhys@yuh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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