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실전 MBA

고객에 묻지 말고, 고객을 관찰하라

浮萍草 2013. 12. 19. 05:00
    리서치 통해 고객 뒤만 쫓아서는 혁신할 수 없어… 트렌드를 만들어야
    어떤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어 기업이 아전인수式 해석하기도 소비자 조사의 가장 큰 한계는 소비자 스스로 잘 모른다는 것 호기심 차원 대답할 확률도 높아 1985년 봄 코카콜라사에서 내놓은 야심작 '뉴 코크'.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펩시의 공격에 맞서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100년 가까이 고수하던 전통의 맛을 버리고 새롭게 출시한 역작. 무려 2년에 걸쳐 400만달러의 거금을 들여 고객 20만명을 대상으로 맛 테스트를 진행하여 개발한 신제품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 사람들은 예전의 맛을 돌려달라고 아우성이었고 회사는 부랴부랴 '코카콜라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예전 콜라를 다시 내놓아야만 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했던, 단순히 입맛만 반영했던 마케팅 리서치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많은 기업이 소비자 조사를 전가의 보도로 여긴다. 뭔가 결정 내리기 모호하거나 답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그거, 소비자 조사 한번 해보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리서치를 통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기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의도를 가진 질문'과 '왜곡된 해석'이다. 즉,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은 천양지차다. "누가 대통령으로 적합하다 생각하시나요?"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으시겠습니까?"와 "누가 대통령이 될 거 같습니까?"에 대한 답은 다 다르다. 미세한 어감과 의미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지난 대선 안철수·문재인 후보 단일화를 위한 설문 협의 과정에서'적합도'냐 '지지도'냐 아니면 '가상 대결 결과'냐로 양측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던 이유다. 제대로 된 질문이라 하더라도 해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위적 왜곡도 있다. 나의 관점에서 내가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데이터를 보여주는 식이다. '데이터 쿠킹(cooking)'이라고도 이야기하는'아전인수'격 해석이다. 딱히 거짓이라 얘기하긴 모호하지만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해석이 아님은 분명하다. 설문 과정과 해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런 데이터의 오염은 의도적일 때도 있지만 사실 리서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그러나 소비자 조사에서 가장 큰 한계는 바로 고객 스스로에게서 비롯된다. 소비자 자신도 스스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초콜릿은 단맛이 좋아 사먹는 것이고 술은 취하려고 마신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자. 단맛이 좋아서라면 왜 사탕이 아니고 초콜릿인가? 아니 초콜릿 중에서도 왜 하필 A브랜드인지? 취하기 위해서라면 왜 맥주나 양주는 아니고 소주여야 하며 다른 소주는 안 되고 왜 B브랜드여야 하는 것인가? ' A브랜드가 맛이 더 좋아서 B브랜드가 입맛에 맞아서'라는 대답은 과연 사실일까? 엄밀하게 보면 100% 진실은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눈만 가리면 각 브랜드의 맛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는'맛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어떤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다. 또 하나 1980년대 후반에 이런 설문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손바닥만 한 컴퓨터인데 늘 들고 다니면서 전화 통화도 하고 인터넷도 하고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사겠는가?" 지금이야 온세상이 열광하고 있는 스마트폰이지만 그때 물었더라면 어떤 대답이 나왔을지 추측하기가 쉽지 않다. 위 질문을 접한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 것이다. 평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당시로선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은 기능들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나오는 대답이 비즈니스 차원에서의 신뢰도를 확보하긴 당연히 힘들다. 제품의 구매 의향을 물어보는 질문에도 사람들은 큰 고민 없이 구매하겠다 대답한다. 지금 당장 내 돈 나가는 게 아니라서다. 단순 호기심 차원의 대답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 '고객에게 물어보지 말라'는 도발적인 표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케팅 리서치는 무의미하다' 역설했던 스티브 잡스는 실제로 고객에게 묻지 않았다. 스스로 고객 입장이 되어 자신의 직관을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고객의 뒤만 쫓아서는 고객을 앞서가는 혁신을 선보일 수 없다. 트렌드를 따라갈 게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이젠 고객에게 묻지 말자. 고객의 삶에 가만히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자. 묻지 말고 관찰하는 것, 아마 그편이 답을 찾는 방법으론 훨씬 더 나을 듯싶다. 리서치는 정답을 찾아주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라 정답을 찾는 데 단초를 제공해주는 보조 툴임을 명심해야 한다.
    Biz Chosun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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