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실전 MBA

내가 추진한 건데… 자존심 앞세우다 회사 골병든다

浮萍草 2013. 12. 16. 06:00
    목적에 충실해야 지혜로운 리더…
    골프 좋아하고 잘 치는 것과 골프장 운영하는 것은 달라
    주위 만류에도 베트남전 개입한 美 존슨대통령 전철 밟아선 안돼
    뛰어난 협상가는 자아 없는 사람
    학 시절 일이다. 
    친구 녀석이 자랑을 늘어놓았다. 
    "오늘 영어 학원에서 기분 최고였어 지난주에 선생님이 자기소개를 영어로 하라는 과제를 냈는데 깜빡했지 뭐야. 다른 애들은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 난 즉석에서 
    자기소개를 했는데 선생님이 내가 제일 잘했다고 칭찬했거든. 기분 최고였어."
    "야, 부럽다. 대단해" 하는 말을 뱉으려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게 이 친구한테 좋은 일인가?' 
    영어 학원을 다니는 목적은 뭔가? 영어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 아닌가? 
    같은 반 다른 학생들은 1주일간 발표를 준비하면서 영어 단어라도 하나 더 외웠을 것이다. 
    내 친구는? 일주일 전과 비교해 영어 실력은 하나도 늘지 않았다. 
    어찌 보면 학원비를 가장 낭비한 사람은 내 친구다. 다시 말해 영어 학원을 다니는 목적에서 가장 벗어난 행동을 한 셈이다. 
    비록 기분은 좋았을지 몰라도.
    ◇ 골프 좋아하는 것과 골프장 경영은 다르다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다 보면, 대학 시절 내 친구와 같은 CEO를 자주 보게 된다. 자기감정 때문에 합목적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못하는 리더들이다. 제조업으로 1000억원대 자산을 쌓은 CEO가 있었다. 그의 취미는 골프. 클럽 챔피언에 오를 정도로 골프를 잘 쳤고, 사랑했다.
    그래픽=송윤혜 기자

    평소 골프장 하나를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그는 결국 수도권 골프장 하나를 헐값에 인수했다. 결과는? 제조업밖에 모르던 그가 골프장 경영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다. 수십억 원을 손해 본 채 도로 뱉어내게 됐다. 그는 왜 이런 실패가 예견된 의사 결정을 내렸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영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 조직의 강점(핵심 역량)을 극대화해서 고객들에게 가치를 주고 이를 통해 이윤을 얻는 것'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은 아무런 근거 없는 CEO의 감정이고 기분이다. 우리 조직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목적적이다. 회장님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영화 산업에 진출할 수는 없지 않은가?
    ◇ CEO가 자존심 앞세우면 회사는 기운다
    리더의 자존심 역시 합목적적 판단을 막는 장애물이다. 해외 진출을 추진하던 중소기업이 있었다. 미국과 중국에 각각 영업 지사를 설립하고 꽤 많은 고정비를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적자 폭은 커져갔다. 회사의 참모들은 회의 때마다 해외 사업 철수를 건의했다. CEO는 불같이 화를 냈다. "내 아이디어로, 내가 추진한 사업을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오히려 해외 진출에 더 많은 실탄을 쏟아부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선 '몰입상승효과(Escalation of Commitment)'라 부른다. 의사 결정을 내린 후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증거와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도 과거의 의사 결정을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 집착하여 투자를 늘리는 현상이다. 베트남전쟁에 대한 존슨 대통령의 결정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이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위에서 말렸는데도 점점 더 많은 군대와 자금을 쏟아부었다. 몰입상승효과는 의사 결정의 권한과 책임이 리더 한 명에게 몰려 있는 상황에서 자주 일어난다. 특히 권위적 리더일수록 자존심(내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다.
    ◇ 감정보다 얻으려는 목적에 집중해야 성공
    5개월 전 세계적 협상학자인 와튼 스쿨의 다이아몬드 교수와 대담한 적이 있다. 그때 그에게 '뛰어난 협상가란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자아가 없는(egoless) 사람." 그의 주장은 이랬다. "협상이란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의사소통 과정이다. 내가 얻고자 하는 목적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유능한 협상가다. 무능한 협상가는 협상 중에 생겨나는 자존심 감정 등과 같은 비본질적 이슈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놓칠 때가 많다." 일상에서도 합목적성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결혼기념일을 맞은 당신 A라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 한다. 그런데 아내가 B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당신이 양보해 B식당으로 간다. 역시 당신의 판단은 옳았다. 맛이 형편없다. 서비스도 최악이다. 이런 불쾌한 경험을 하는 동안 당신은 둘 중 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첫째, 식당을 욕하면서 아내의 실수를 지적한다. 둘째, 비록 결과는 나빴지만 모두 잊고 저녁을 즐긴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식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아닌가?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사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당신은 얼마나 지혜로운 리더인가?
    Biz Chosun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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