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무교동의 낙지볶음, 그 맛이 그립다
매끈한 머리에 길게 뻗은 여덟 개의 발을 가진 낙지는 오래 전부터 대표적인 스태미나 식품으로 꼽혀왔다.
한자로는 보통 석거(石距)라 부르고 소팔초어(小八梢魚)·장어(章魚)·장거어(章擧魚)·낙제(絡蹄) 등의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사투리로는 낙자·낙짜·낙쭈·낙찌·낙추라고 한다.
| ▲ 오래 전부터 대표적인 스테미너 음식으로 꼽힌 낙지. 사진=쿡쿡TV |
항간에 머리 모양이 남성의 성기를 닮았기에 정력식품이라는 말이 있지만 낙지는 실제로 영양가가 많다.
대표적인 효능으로 위장을 튼튼히 해주고 오장을 편하게 해 보혈 강장효과가 있다.
근육을 강하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도 낙지가 가진 효능이다.
대표적인 고단백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저열량의 건강 강장식품인 것이다.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라는 옛 말이 딱 맞다.
정약전이 기술한 <자산어보>에는 ‘낙지를 먹으면 사람의 원기가 돋고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두 세 마리를 먹이면 힘이 강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한방고서에서 낙지는 기혈을 순조롭게 하는 식품이라고 전한다.
낙지요리에 관한 첫 기록 1600년대부터 등장한다.
초기의 낙지요리는 낙지를 채소처럼 채 썰어 나물처럼 무쳐 먹었다.
19세기에 들어서는 낙지회와 말린 낙지를 먹었고 궁중에서는 낙지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낙지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낙지숙회와 낙지백숙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 ▲ 낙지로 만든 대표적인 요리는 무교동 스타일의 매콤한 낙지볶음이다. 사진=쿡쿡TV |
현재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낙지요리는 낙지볶음이다.
주재료인 낙지와 대파·양파·고추 등의 부 재료에 고추장·고춧가루·다진 마늘·설탕·간장·참기름 등으로 만든 양념을 넣고 끓이듯 볶아낸 음식이다.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땡초(청양고추)’가 들어간 매콤한 낙지볶음은 딱 맞는 음식이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이 몸을 뜨끈하게 해주고 급격히 내려간 온도에 허해진 몸을 낙지로 보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낙지볶음이 가장 유명한 곳은 무교동이다.
‘무교동 낙지볶음’이란 말은 마치 낚지 볶음을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전국에 있는 수많은 낙지볶음 가게에서 사용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무교동에는 남아있는 낙지볶음 전문점이 얼마 없다.
무교동 일대가 재개발 바람을 타고 대부분의 낙지볶음 가게가 문을 닫거나 길 건너편인 청진동쪽으로 이사했기 때문.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발달한 외식문화 덕택에 무교동에서 시작된 형식의 낙지볶음은 청진동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무교동에서는 먹을 수 없게 됐다. 왠지 아쉬운 대목이다.
☞ Food Chosun ☜ ■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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