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생선숙편

浮萍草 2013. 12. 4. 16:59
    묵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에서 오래전부터 먹었던 음식이다. 일본은 가마보코(かまぼこ)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위완(魚丸)이라고 부른다. 어묵은 생선을 좋아했으나 가시를 싫어한 중국의 진시황(기원전 259년 출생)에게 진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 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따라서 역사가 2300년도 더 되는 셈이다. 한국에 어묵이 유입된 것은 일본 무로마치시대(1336∼1573) 중기에 만들어진 생선꼬치구이 가마보코가 들어 오면서부터라고 한다. 1746년 조선시대 역관인 이표(李杓)가 쓴‘소문사설(聞事說)’에 가마보곶(加麻甫串)이라고 표기돼 처음 등장한다. 이후 1992년 식생활 관련 순화안에 따라 어묵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소문사설에 수록된 어묵은 숭어, 농어 또는 도미를 조각내고 여기에 돼지고기 쇠고기 버섯류 해삼과 파 고추, 미나리 등을 다져 양념으로 만든 소를 얹어 3, 4겹이 되도록 말아 녹말가루로 옷을 입히고 삶아낸 것이다. 고기 조각과 소가 말린 모양이 태극문양을 연상케 하기 때문인지 1938년 조자호의 조선요리법에서는 태극선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 이전 조선시대 숙종 45년(1719) 기록인 ‘진연의궤’에 생선숙편(生鮮熟片)이 나온다. 김상보의 ‘조선시대의 음식문화’(2006)에 따르면 생선숙편 만드는 법은 생선 으깬 것에 녹말가루 참기름 간장을 넣고 차지게 섞어 틀에 넣고 쪄낸 다음 납작하게 썰어서 잣가루 넣은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어묵 조리법과 유사하다. 숙종이 진연(왕실 잔치)에 올라온 생선숙편을 처음 맛보고 그 맛에 반해서 모든 음식상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고도 한다.
    생선숙편은 1829년‘진찬의궤’와 1901년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궁중연회 음식인 생선문주(生鮮紋珠)라는 이름으로나온다. 그러나 어묵의 원조 격인 생선숙편이란 이름은 잊혀 쓰이지 않고 있다. 요즘 시중에서 팔리는 어묵은 1945년 이후 일본에서 어묵제조 기술을 배워 온 한국인에 의해 부산에서 최초의 어묵공장이 설립되면서 등장했다. 이후 1950년 6·25전쟁 때 피란민들을 위해 어묵 제조공장이 여러 개 생겼고 1985년 삼호어묵(현 CJ씨푸드)도 설립됐다. 1990년대에는 부산어묵도 설립돼 더욱 대중화됐다. 예전 어묵은 작은 생선의 뼈와 내장을 통째로 갈아 즉석에서 끓는 생선기름에 튀겨냈기 때문에 빛깔은 조금 검고 뼈가 씹혔지만 고소하면서도 식감은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형공장에서 생선살만을 발라내 밀가루를 넣고 으깨어 만들기 때문인지 예전 같은 맛이 덜하다.
    Munhwa Vol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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