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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음력 9월 단상

浮萍草 2013. 10. 8. 10:01
    산사엔 법향 가득하고…

    ㆍ들에선 오곡백과 가을걷이로 분주하더라도 다음해 ‘씻나락’ 골라내는 일에는 정성을
    곳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리고 산자락마다 연등으로 불법(佛法)을 환히 밝히는 소식이 들려온다. 본격적인 가을정취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라 선선한 바람과 곱게 물든 산색(山色)으로 단장한 산중사찰의 불교축제가 환희롭다. 어느 절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 성가대를 산사로 초청해 음악으로 함께 손잡는 ‘종교평화 산사음악회’를 여는가하면 탑돌이.산사음악회. 학술세미나에 학인 스님들의 법고대회까지 어우러진 종합축제의 장을 펼치는 곳도 있다.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인 한로(寒露)는 찬이슬이 맺히는 시기로 이때쯤이면 본격적인 단풍소식과 함께 바다보다는 산을 찾게 마련인 것 이다. 한로는 음력 9월9일의 중양절(重陽節).중구일(重九日)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데 예부터 중양절에는 높은 산에 올라 단풍과 국화를 즐기는 등고(登高)의 계절이라 하였다. 중양절은 3월 3일의 삼짇날과 함께 봄.가을의 양기가 강한 날로 짝을 이루는 풍습이 많다. ‘삼짇날 꽃구경 중굿날 단풍구경’이라 했으니 봄철의 꽃놀이와 가을철의 단풍놀이도 양기가 강한 날을 받았던 셈이다. 겨울을 앞둔 즈음이라 여름새와 겨울새가 교체되고 겨울잠을 준비하는 동물들이 영양분을 비축하며 둥지로 파고드는 대전환의 시기이다.
    삼짇날 날아온 제비는 중구일에 강남으로 돌아가고 기러기가 날아오며 텃새인 참새도 풀숲에서 근근이 힘든 겨울을 나기에 우리 눈에 잘 띄지 않게 된다. 그래서인지 옛날 중국 사람들은 한로의 보름간을 닷새씩 셋으로 나누어“초후에는 기러기가 와서 머물고 중후에는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되고 말후에는 국화 꽃이 노랗게 핀다”고 자연의 변화를 표현하였다.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되었다’는 중후의 내용이 난해하지만 참새가 줄고 조개가 많아졌다는 단순한 뜻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주변에 짹짹거리며 다니던 참새가 보이지 않고 문득 바다에 조개가 많아진 것을 발견하자 둘 사이에 인과관계를 만들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송혜경 선생은 날아다니는 참새는 오행의 화(火)기에 해당하고 딱딱한 조개는 금(金)의 기운에 가까워 하늘에서 땅으로 양에서 음으로 변화하는 기운을 나타낸 것이라 보았다. 그런가하면, 음력9월은 오곡백과를 거두는 본격적인 가을걷이의 철이기도 하다. 추수뿐만 아니라 다음해에 심을 볍씨를 잘 골라 갈무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벼의 사투리를 나락이고, 볍씨의 사투리를 씻나락이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는 말이 있다. 분명하지 않게 우물우물 말하는 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를 때 주로 쓴다. 이때의 씻나락은 아마도 가신신앙에서 모시는 신주단지에 채워놓는 곡식을 뜻하는 듯하다. 신주단지에는 그해 추수한 햇곡을 새로 채워놓고 묵은 곡식은 식구들이 내려먹게 된다. 따라서 이 곡식은 신에게 바치는 것이기에 귀신이 먹을 수 있다. 귀신은 눈에 보이지 않고 먹는 소리도 들을 수 없지만, 햇곡식처럼 작은 것을 까먹으니 잘 알아들을 수 없이 우물우물하는 정도로 들릴 거라 연상할 만하다. 참새가 조개가 되고 귀신이 까먹을 씻나락을 새롭게 채워 넣는 계절이다. 알 수 없는 주문과도 같은 옛사람들의 이러한 담론과 농담들이 9월을 좀 더 유쾌하게 열어줄 듯하다.
    ☞ 불교신문 Vol 2951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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