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경전 속 불교식물 이야기

<15> 오신채와 달래

浮萍草 2013. 8. 8. 07:00
    “한국인 입맛에 익숙하지만 승가에선 금기시”
    작은 마늘’이라 불리는 달래. 오신채 중 하나다
    신채(五辛菜)는 일반적으로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채소를 일컫는다. 다섯 가지에 들어가는 채소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율장에 따르면 이러한 음식을 공양하면 입 주위에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하였고, <수능엄경>과 <범망경> 속에서도 오신채를 금기시하고 있다. 왜 오신채를 금하였던 것일까? 불교에서의 성(性)에너지는 생명 에너지와 밀접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발산해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저장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이유로 불가에서는 오신채를 먹음으로써 생기는 에너지를 순수하지 못한 기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신채를 언제부터 금하게 되었을까? 불교 수용 초기의 스님들은 산 속이나 동굴에서 살면서 탁발을 하며 하루 한 끼만 먹고 지냈다. 이때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다가 1세기 전후부터 점차 소식(素食)을 하게 되는데, 이후 대승불교가 대두되면서 우유를 제외한 모든 동물성 식품, 술과 함께 오신채(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를 금하게 되었다고 한다. 에너지 발산보다 저장 중시 불교 초기 음식 가리지 않다 “오신채, 생성 에너지 불순” 대승불교 대두되면서 금해
    오신채는 냄새가 강하고 독특한 다섯 가지 채소로 달래 마늘 파 부추 무릇을 일컫는데 경론(經論)에 따라 그 종류가 다소 차이가 있어 무릇 대신 생강을 넣기도 한다. 일단 오신채를 달래와 마늘 파 부추 무릇으로 보는 설이 가장 일반적이므로 이들 다섯 가지 식물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기로 한다. 무릇을 제외한다면 이들 식물들은 우리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양념들로서 매우 친근하고 익숙한 식물들이다. 오신채는 어떤 종류의 식물일까? 식물학적으로 이 다섯 가지 식물은 무릇(산형과 또는 미나리과 傘形科 Umbelliferae)을 제외하면 모두 백합과(Liliaceae 百合科) 의 식물이다. 백합과는 우리가 잘 아는 나리나 튤립 길가에서 자주 접하는 옥잠화 등이 있고 꽃꽂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알리움 등 많은 원예종의 식물이 있으나 우리가 식용하는 식물들 또한 상당히 많다. 먼저 달래에 대해 알아보자. 달래는 소산(小蒜) 산산(山蒜) 단화총(單花?)이라고 하며 학명은 ‘Allium monanthum’이다. 영명은‘Wild Chive’,‘Wild garlic’으로 마늘과 영양 및 효능이 비슷하다 우리가 식용하는 부위는 땅속의 비늘줄기와 잎인데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allicin)이 들어 있어 맛이 매워 봄의 미각을 자극할 뿐 아니라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 건강식품이다. ‘작은 마늘’ 이라고 불리는 달래는 옛날에도 왕이 달래 생채를 맛보고 봄이 오는 것을 알았다는 시가 있을 정도이며 된장찌개를 끓일 때 불을 끄기 직전 달래를 파 대신 얹어 즐기거나 싱싱한 달래를 송송 썰어 참기름을 넣은 간장에 넣고 비벼 먹으면 그 알싸한 맛 덕에 입맛을 잃기 쉬운 봄에도 밥 한 공기를 거뜬히 해치웠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달래의 매콤하면서도 쌉쌀한 맛 속에는 비타민C를 비롯해 칼슘 칼륨 등 갖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저항력이 약해지고 비타민 B1과 B2가 부족하면 입술이 잘 터지고 비타민C가 부족하면 잇몸이 붓고 피부노화 가 빨라지는데 달래에는 이를 예방하는 비타민류가 골고루 들어 있으니 입맛과 봄 건강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식품인 것이다. 특히 달래는 대부분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기 때문에 비타민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달래는 스트레스를 다스리는데도 효과적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을 도와 노화를 방지해준다. 때문에 예로부터 달래의 줄기와 수염뿌리째 잘 씻어 말린 후 소주에 넣고 밀봉한 다음 두세 달쯤 두었다가 신경안정과 정력증진 에 약술로 마셨다고 하며 한방에서는 달래의 비늘줄기를 소산(小蒜)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여름철 토사곽란과 복통을 치료하고, 종기와 벌레에 물렸을 때도 사용한다.
    불교신문 Vol 2870    민태영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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