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경전 속 불교식물 이야기

<4> 보리수 ①

浮萍草 2013. 5. 23. 07:00
    부처님은 이 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
    인도보리수의 수형
    저 인도보리수(삐빨라수)를 만나기 위해 부처님의 출가와 깨달음의 과정을 함께 따라가 보자. 마침내 부처님께서 출가를 하신다. 부처님에게는 부왕인 정반왕도 있었고 새어머니인 이모 파자파티와 아내 야소다라와 아들 라훌라가 있었다. 인간 부처님 역시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과 아내 아들에 대한 연민이 없었을 리 없다. 그러나 그 속세의 인연을 버리고 왜 출가를 하셨을까. 훗날 부처님께서 이르시길“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없고 번뇌와 근심 걱정과 지저분함과 더러움이 없는 더없이 안온한 최상의 행복을 얻기 위함이었다<중아함경>”고 술회하신다. 부처님이 왕궁을 떠나 수행의 길을 나선 것을 유성출가(踰城出家)라 이르는데 이는 성벽을 넘어 집을 나선다는 의미로 여기서의 성벽은 곧 혈연의 벽 친족의 벽, 나와 세상의 벽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출가하여 스스로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된 부처님이 처음 만난 수행자는 고행주의자 바가바이다. 그러나 고행의 궁극적 목표가 자신의 뜻과 맞지 않음을 안 부처님은 그를 뒤로한 채 길을 떠난다. 이후 부처님은 선정주의자(禪定主義者)들을 만나지만 회의를 느끼고 네란자라 강 근처의 고행림을 찾기에 이른다. 인도보리수 ‘삐빨라수’…‘각수(覺樹)’깨알같은 씨앗 거대한 나무로 부처님에 작은 보시도 큰 은덕 “2500년 수령에도 여전히 건강”
    그러나 거의 아사에 이를 정도의 혹독한 고행 또한 무고안온(無苦安穩)의 열반을 얻고자 하는 것을 출가의 목적으로 하였던 부처님 에게는 옳은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에 부처님은 종래 수행 방식 중 가장 일반적이던 선정주의와 고행주의를 버리고 부처님만의 방식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하신다. 부처님은 마침내 큰 나무 아래에서 명상에 들어가시게 되는데 그 나무가 바로 삐빨라나무인 것이다. 이 나무 아래서 부처님은 깊은 성찰에 잠겨 궁극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삐빨라수가 뭘까. 삐빨라수(Pippala)는 아설타수나 아쉬파타(Ashwattha)수라고도 하며 국명으로는 인도보리수이다. 그러나 정확히는 깨달았다는 뜻의 ‘보리’를 나무의 이름에 붙인 것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또한 이 나무는 다음 회에 다루게 될 니그로다수(국명은 뱅골 보리수,반얀트리)와 함께 깨달음의 현장에 있던 나무이다. 부처님이 이 나무 아래서 깨달음 얻었다 하여 인도보리수를 각수(覺樹) 또는 도량수(道量樹)라 하는데 그 씨는 깨알보다 작다. 이 보리수의 작은 씨가 거대한 나무로 자라는 것을 두고 불교경전에서는 부처님께 올리는 작은 보시(布施)가 큰 은덕으로 되돌아 온다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이 삐빨라수가 보리수라는데 우리나라에도 있는 보리수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보리수라 부르는 나무들이 대부분 피나무과이거나 보리수나무과인데 반해 이 나무는 인도 등 아시아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무화과나무 속의 반 낙엽성 교목으로 뽕나무과 식물이다. 우리 주변의 식물 중 천선과 나무와 무화과나무의 중간쯤의 성질을 가졌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삐빨라수는 학명이 ‘Ficus religiosa’인데 속명인‘Ficus’는 라틴어의 고어로 ‘무화과나무’라는 뜻에서 유래하고‘religiosa’는 ‘religion’즉,종교적이라는 의미이다. 특히 영명으로 ‘Bo tree’ 말고도 ‘Sacred fig’(신성한 무화과)라 할 만큼 신성시되는 식물이다. 이 인도보리수는 깨달음을 얻으신 부다가야의 보리수 뿐 아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 일러 부다가야 보리수의 가지를 가져다 키웠다는 기원정사의 아난다 보리수 또한 신성시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나무의 잎은 타원형을 띤 마름모꼴이고 끝이 길게 자라 꼬리처럼 되며 잎맥은 흰색이 뚜렷하다. 열매는 도토리 정도 크기인데 무화과처럼 꽃받침이 비대해 진 것으로 꽃은 열매를 쪼개면 안에 들어 있다. 이 열매는 천선과 나무 열매보다는 조금 크며 익으면 붉은색으로, 식용이 가능하다. 수피 잎 열매 씨 뿌리 고무 수액 등이 약재로 사용되는데 수피는 설사와 이질 당뇨 비뇨기 질환에 잎은 종기 치료에 열매는 천식에, 고무 수액은 사마귀를 제거하는데 이용하며 뿌리껍질에서 얻어진 오일은 여드름과 같은 피부질환이나 류머티즘에 사용한다. 전통 의학에서도 수피를 꿀과 섞어 끓인 즙을 임질치료에 사용해왔으며 말린 나무껍질을 넣어 끓인 우유는 최음제로 알려져 있을 만큼 매우 유용한 식물이다. 한편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이 삐빨라수는 지난 7월20일 모일간지에서 인도 북부 우트라칸드주의 삼림연구소에서 검사한 결과 2500여년의 수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강하다는 보도가 있어 우리 불자들을 기쁘게 했다.
    불교신문 Vol 2847    민태영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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