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관음성지를 찾아서

18 영천 은해사

浮萍草 2013. 9. 4. 07:00
    은빛 바다 물결치는 극락정토서
    번뇌 망상 누르고 온전한 존재가 되다

    신라 헌덕왕 1년에 창건된 은해사는 팔공산 처처에 모셔진 불보살들이 마치 은빛 바다가 물결치듯 찬란하고 웅장한 극락정토와
    같다고 해서 은해사라 이름 지어졌다.
    300여년간 자리를 지켜온 은해사 솔밭 인근에는
    잘 정돈된 부도밭이 참배객을 맞는다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 (一道銀色世界 如海重重)’ 신라 진표스님이 ‘관견(管見)’ 이란 시에서 읊은 은해사다. 팔공산 처처에 모셔진 불보살들이 마치 은빛 바다가 물결치듯 찬란하고 웅장한 극락정토와 같다고 해서 은해사라 이름 지어졌다. 조계종 제10교구본사로 영남지방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경산과 영천, 군위, 청송 등 4개의 행정구역에 걸쳐 있다. 40여개 전통사찰을 말사로 두고 있고 산내암자만 해도 8개가 있다. 그 중 운부암과 백흥암은 최근 한류스타 배용준이 ‘깜짝 방문’해서“탁 트인 전경에 거울 같은 연못 아침이면 황금색으로 빛나는 은행나무…”라며 찬탄 했던 암자다. 특히 백흥암에서 그는 비구니 스님들이 손수 차려준 ‘자연산 유기농 수라상’ 을 받아먹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은해사는 신라 헌덕왕 1년(809) 혜철국사가 창건할 당시는 ‘해인사’였다. 1943년까지만 해도 은해사에는 35동 245칸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거찰의 위용을 자랑했다. 현재의 은해사에는 19개동의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 4대 부찰의 하나였다는 명성에 걸맞게 대웅전을 중심으로 많은 전각들이 좌우에 포진하고 있다. 지난 7월22일 극한 무더위를 뚫고 은해사를 찾았다. 울창한 솔밭으로 둘러싸인 일주만에 닿으니 더위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선 숙종 때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은해사 솔밭에 들어서니,300여 년간 지켜온 터라,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오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솔밭을 지나 80m 정도 걸어가면 왼편에 잘 정돈된 부도 밭이 참배객을 맞이한다. 은해사가 관음성지로서 불자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된 연유에는 5년 전 불교계 최초로 조성한 자연친화적 장묘 ‘수림장’이 있다. 은해사 경내 솔밭 소나무 군락지에 장지를 조성한 뒤 이를 수림장 장소로 개방했다.
     
    ▲ (左) 은해사 대웅전에 봉안된 아미타 삼존불. 일타스님의 영정도 모셔져 있다.   ▲ (右) 추사 김정희의 편액 ‘불광’.

    수림장은 화장한 유골을 나무 아래 묻어, 나무ㆍ숲과 함께 영생하도록 한다는 자연친화적 장묘형태다. 비석과 경계석 등 일체의 인공물을 설치하지 않아 이상적인 친환경 장례방식으로 주목받아왔다. 몇 해 전 일본군 위안부의 멍에를 짊어지고 삶을 마감한 경산 출신 위안부 할머니를 이곳 은해사 수림장에 안치하고 49재까지 여법 하게 모셔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은해사는 한국을 빛낸 여러 고승을 배출했다. 원효, 의상, 일연스님 등 역대 고승 이후 조선시대 홍진국사가 주석하면서 선교양종의 총본산으로 사격이 고양됐다. 화엄학의 대강백인 영파 성규스님이 화엄교학의 본산으로 중창한 뒤 향곡,운봉,성철스님 등 수많은 선지식들이 은해사를 거쳐 갔다. 특히 성규대사가 화엄종지를 드날릴 무렵,추사 김정희가 경상감사로 부임한 생부를 따라 경상도 일원 명승지를 여행하다 은해사 일대도 들렀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은해사 대웅전과 보화루, 불광 등 3대 편액은 김정희의 글씨다.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선생은 추사의 편액에 대해 “무르익을 대로 익어 모두가 허술한 듯 한데 어디에서도 빈틈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고 호평했다. 삶도 마찬가지리라. 세월 흘러 주름살이 늘고 삶의 무게가 힘겨워져 모두가 허술해지는 듯 하지만, 무수한 번뇌 망상을 누르고 씻고 헤치고 나와 비로소 빈틈없는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 같다. 은해사 대웅전 아미타 삼존불에 참회와 감사의 삼배를 올린다.
    불교신문 Vol 2648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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