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관음성지를 찾아서

16 남해 보리암

浮萍草 2013. 8. 21. 07:00
    ‘한려수도의 보석’은 중생 살피는 해수관음 
    보리암전 삼층석탑에서 탑돌이를 하는 불자 뒤편으로, 바다를 굽어보고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제도하는 보리암 해수관음보살이
    보인다.
    세음보살이 상주하는 보타산 낙가사. 그 곳을 형상화하면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성지가 있다. ‘한려수도의 보석’으로 불리는 해발 681m 남해 금산 보리암이다. 속초 낙산사,강화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처로 유명하다. 지난 7월16일 밤 폭우가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다행히 다음 날 비가 그쳐 보리암을 향해 금산을 올랐다. 금산에 오르니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푸른 바다와 섬들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기기묘묘한 풍경과 기암절벽에 위치한 아름다운 보리암을 금산 상사바위에 앉아 관망할 수 있을거란 기대는 산을 오르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산 중턱에 이르자, 갑자기 짙은 안개가 몰려왔다. 희뿌연 안개 속에 등산을 하기 위해 등산복을 차려입은 등산객들과 관광객들,그리고 기도를 하기 위해 찾아온 불자 등 적잖은 사람 들이 북적였다. 금산은 해발높이가 그리 높지 않지만 아름다운 비경이 무려 서른여덟 곳이나 된다 고 한다. 금산 8부 능선에 위치한 제 2주차장에서 800여m 올라가면 마침내 보리암이다. 원효스님이 683년 이곳에서 초당을 짓고 수행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후 산 이름을 보광산이라 붙였고 주석했던 초당을 보광사 라고 했다. 훗날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열었다는데,그 감사의 뜻으로 1660년 현종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산 이름을 금산,절 이름을 보리암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 (左) 남해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해수관음상   ▲ (右) 안개 속에서도 보리암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찰에 당도할 무렵 안개 속에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기도소리가 울린다. 절에 도착하자 단체로 온 불자들이 계단 아래로 부지런히 내려가고 있었다. ‘관세음보살상 계신 곳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무심코 뒤따라갔다. 놀랍게도 도착한 곳은 이성계가 기도를 했다고 전하는 곳이다.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서 있을 만한 작은 동굴이다. “그토록 험하다는 설악산 봉정암에 올라도 아무 곳에서 기도한다고 다 들어주는 게 아니래,기도를 들어주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고 하더라구. 보리암에선 여기서 기도하면 좋다고 하던데….” 일행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여기까지 힘들게 내려온 사람들을 위한 얘기려니 생각하고 지나치려다가,일행이 떠난 후 동굴에 들어가 조용히 혼자 기도를 했다. 다시 보리암으로 돌아와 보광전에 들어서니 법당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고 있었다. 이곳 기도소리가 도량을 가득 채우면서 금산을 울리고 있었다. 참배 후 종각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유명한 해수관음상이 남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경남 유형문화재인 보리암전 삼층석탑도 자리하고 있다. 안개 속에 흐릿하게 관세음보살이 모습을 나타낸다. 마치 꿈속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는 것처럼 신비로웠고 환희심이 샘솟았다.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올린다. 그러자 바다를 굽어보고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제도하고 있는 보리암 해수관음보살님이 살짝 다정한 미소를 짓는 것만 같았다. 두 손을 모으고 한걸음 한걸음 석탑을 돈다. 남해바다 뿌연 안개 속 기도소리가 바다로 다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불교신문 Vol 2645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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