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왕실원당 이야기

31 시흥 법련사

浮萍草 2013. 6. 14. 07:00
    조선의 마초, 그 뻔뻔한 이름!
    국가운영 잘못으로 짓밟힌 딸.며느리에게 살아왔다 돌 던지고도 극락가길 바라는가
    탁효정 전임연구원
    자호란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는 청의 포로로 끌려가던 여주인공(문채원)이 활 잘 쏘는 오빠 덕분에 탈출에 성공,다시 압록강을 건너온다. 하지만 국경을 수비하던 조선 군사들은 그녀의 입국을 막아서려 하는데 그 장면을 끝으로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과연 문채원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을까. 병자호란 당시 청으로 끌려간 조선인 포로의 수는 60만 명에 육박했다. 대부분의 포로들은 조선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극소수의 사람들은 아주 큰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다. 청에서 돌아온 여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정절을 잃은 여자를 받아들이면 사대부의 가풍이 무너진다는 것이 시댁에서 내건 이유였다. 철저히 버림받은 여인들은 대부분 자살을 선택하거나 비구니가 되었다. 일부 갈 곳 없는 이들은 한곳에 모여 살았는데 평생토록 환향녀(還鄕女)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화냥년이라는 욕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이 낳은 자식은 호로자식(胡奴子息)이라고 불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결국 인조가 직접 나섰다. 청에서 돌아온 여자들이 홍제천등 회절강(回節江)에서 몸을 씻고 오면 다시 정결해진 의식을 치른 것이니 시댁에서 받아주라는 명을 내린 것이다. 마지못해 부인을 맞이한 이들의 남편은 일제히 첩을 들임으로써 부인과 실질적으로 결별했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다녔다. 일부 사대부 중에는 국가에 상소를 올려 몸을 더럽힌 며느리를 집안에 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신풍부원군 장유였다. 장유는 인조와는 사돈관계로 후일 효종비가 되는 인선왕후의 아버지였다. 장유는 예조에 단자를 올려“외아들 장선징의 처가 강화도에서 잡혀갔다 돌아와 친정 부모 집에 있는데 그대로 배필로 삼아 선조의 제사를 받들 수 없으니 이혼을 하고 새로 장가들도록 허락해 달라”고 하였다. 장유가 상소를 올릴 당시에는 그의 딸도 봉림대군(후일 효종)과 함께 청에 포로로 잡혀간 상황이었다. 자신의 딸자식도 청으로 끌려간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며느리를 내쳤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장유 상소가 올라온 날,사관은“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으니 이는 절의가 국가에 관계되고 우주의 동량이 되기 때문이다. 사로잡혀 갔던 부녀들은 비록 그들의 본심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변을 만나 죽지 않았으니 절의를 잃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이다”라고 사초에 기록했다. 죽을힘을 다해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들에게 왜 안 죽었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 나라가 오랑캐에 유린당하고 여자들이 적군에게 짓밟히는 동안 몰래 숨어있던 남자들의 목소리는 전쟁이 끝난 후 더욱 커졌다. 이들은 자신도 지키지 못한 절개,대의명분을 여자들에게 강요했고 그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스스로를 소중화(小中華)라고 불렀다. 이때 인조의 거부로 장선징의 이혼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2년 뒤 장유가 세상을 떠나자 장유의 부인 김씨는 칠거지악을 들어 며느리를 또 한 번 내쫓았다. 시부모를 제대로 공양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혼사유였다. 후일 조선으로 돌아온 인선왕후는 죽은 친정아버지를 위해 원당을 세웠으니 시흥 법련사가 바로 그곳이다. 현재 법련사의 입구에는 장유의 무덤과 신도비가 서있다. 청에서 돌아온 며느리를 내쳤던 장본인이 청에서 돌아온 딸자식의 극락왕생 기도를 수백 년 간 받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 나오는 명대사이다. 조선여인들에게 있어서 극복해야 될 대상은 바로 ‘조선’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불교신문 Vol 2907         탁효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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