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33 <끝>부안 내소사

浮萍草 2013. 12. 14. 07:00
    눈 내린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의 내소사 
    순백의 눈과 붉은 산수유 열매로 단청하다
    꽃 문살로 유명한 내소사 대웅보전 붉은 산수유 열매가 화면가득하게 사진앵글을 잡아보았다
    늘에 떠다니던 수증기가 밤사이 찬 기운을 맞나 눈으로 내리더니 대지를 깨우는 태양의 기운에 이내 빗방울로 모습을 바꾸고 땅 위에는 안개가 맴돈다. 자연의 근본물질 가운데 하나인 물이 인연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숲’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내소사(주지 진학스님) 전나무 숲길에서 맞이한 아침이다.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600m 거리. 무사히 한국전쟁을 견딘 전나무들이 길가에 30~40m 높이로 자라있다. 설선당 요사에 연기 피워 오르니 집채만 한 무쇠솥에 김이 서리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는 건물자체보다 산과 어울리는 조화로움을 내소사의 매력으로 꼽았다. 150여년 전 내소사 스님들이 드나드는 참배객도 많지 않던 이곳에 심은 500여 그루의 전나무가 내변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지금의 가람을 만들었다. 천왕문에 들어서 대웅전으로 향하려 설선당과 요사를 지나가는데 부엌문이 열려있다. 신발을 털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온기가 느껴진다. 왼편으로 큰 아궁이가 있고 채 사그라지지 않은 불씨들이 보이고 나무 장작이 제법 쌓여있다.
     
    ▲ (左)거대한 무쇠솥에서 나오는 김의 온기가 후원을 가득 채운다. ▲ (右) 지난밤 내린 눈길을 아침 이슬비가 비질한 내소사
    전나무 숲길.
    ‘ㅁ’자 모양으로 수행과 생활의 공간이 하나
    로 묶인 설선당과 요사의 전경.
    아궁이 건너편으로 거대한 무쇠솥이 걸려있다. 지름이 족히 150cm는 되어 보인다. 벽면의 2층 구조의 나무창살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살짝 열린 무쇠솥 뚜껑 사이로 김이 피어오른다. 지금도 큰일이 있을 때나 동지 팥죽을 끓일 때는 이 솥에다 팥죽을 쑨다고 한다. 이 건물은 조선 인조 18년에 청영스님이 지은 것으로 설선당은 스님과 신도들의 수행장소이며 요사는 스님들이 거처였다. 두건물은 ‘ㅁ’자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다. 건물 가운데에는 마루와 우물을 설치했다. 설선당 동쪽 한 칸은 마루고 남쪽 2칸은 부엌으로 아궁이 시설이 되어 있다. 요사는 2층으로 1층은 승방과 식당으로 사용했으며 2층은 각종 곡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고방으로 바닥을 나무로 하였다. 전에 아산 봉곡사에도 ‘ㅁ’ 구조의 요사 2층에 고방이 있어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난다.
    내소사 설선당과 요사의 벽면은 여러 개의 창을 두어 환기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부엌을 나오니 뜰 안에 새빨간 산수유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열매마다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려 있다. 전각 처마에 채 녹지 않은 순백의 눈과도 어우러진다. 봄에는 노란 꽃으로 도량을 장엄하더니 겨울에는 붉은 열매로 내소사 풍광에 유일한 채색을 입힌다. 설선당과 요사 앞의 산수유 사이로 단청이 바랜 나무빛깔 그대로의 대웅보전이 보인다. 대웅보전 전면의 8짝 봉합창문의 꽃살은 전나무숲과 함께 내소사를 대표한다. 나뭇결 그대로에 도톰하게 살이 오른 모습은 상당히 아름답다. 절집 달력 사진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중기(1633년)에 만들어져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대웅보전(보물 제 291호)은 다양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벽화는 관세음보살이 화현한 푸른 새가 그렸다고 전해진다. 내용이 흥미롭다. 법당 단청을 하려 화공을 불렀는데 노스님은 대중에게 화공이 일을 끝날 때까지 아무도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엄히 타일렀다. 화공은 두 달이 지나도록 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중은 법당 안에 그려지는 그림을 보고싶어 했다. 어느 날 사미승이 문틈으로 엿보았는데 그림 그리는 사람은 없고 오색영롱한 작은 새가 입에 붓을 물고 날개에는 물감을 묻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새가 마무리를 못하고 날아가 미완의 법당으로 남았다. 대웅보전은 호랑이가 화현한 대호(大虎)선사가 지었고 전해진다.
    불교신문 Vol 2785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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