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29 제주 약천사

浮萍草 2013. 11. 16. 07:00
    극락세계로 돌아가고픈 불자들의 염원 ‘서귀포’ 
    바닷길 따라 걸으면 어느새 만나는 오백나한
      
    ▲ (左) 선궤는 약천사가 들어서 있는 절모르 앞 임야에 있는 바위굴이다. 이 바위굴의 서쪽을 흐르는 내가 선궷내이다.약천사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中) 약천사에서 나와 찻길을 건너 오른편으로 걸으면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선궷내가
    나온다.▲ (右) 이국적인 야자수로 주변을 장엄한 약천사의 전경.
    라산 1100도로를 달린다. 짙은 안개와 가는 가을비로 가시거리는 20m 내외다. 주변의 차량들처럼 전조등과 비상등을 켜고 약천사로 향한다. 서귀포가 가까워지면서 자욱하던 안개는 사라진다. 약천사에 주차를 하자마자 법당 참배를 뒤로 미루고 서둘러 일주문 격인 극락교 반대방향 차도로 나아가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300m쯤 가면 도로 밑으로 ‘선궷내’라는 작은 하천이 지나고 선궷내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약천사에서 선궷내길 따라 한라산 물이 바다로 회향되는 해안선 올레8코스를 만난다
    계단 입구에는 ‘비가 올때(특히 한라산지역)는 하천범람으로 매우 위험하니 우회하세요’라는 안내문이 있다. 내린 강수량이 아직은 적은편이라 일단 선궷내로 내려갔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올레8코스와 만난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하며 통상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이다. 도보여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은 2007년 제1코스가 개발된 이래 2010년 8월까지 총 21개의 코스가 탐방객을 기다 린다. 총 길이가 약 350km에 달한다. 각 코스는 일반적으로 길이가 15km 이내이며, 평균 5~6시간 걸어야 한다.

    선궷내를 통해 바다로 이어지는 이 길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개발한 것이다. 약천사 극락교 밑으로 흐르는 물줄기도 선궷내지만 극락교에서 진입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큰길가로 내려오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물이 지나는 사이사이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을 징검다리 삼아 길을 나서는데 어젯밤부터 내린 비로 길이 이내 사라졌다. 조금만 더 가면 계곡의 모습을 닮은 선궷내가 바다와 만난다. 아쉬운 마음은 물길에 띄워 바다로 보낸다. 8코스와 연계된 2박3일 일정의 약천사 올레휴양 템플스테이는 해를 거듭할 수로 참가자가 늘어 한해 3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다시 길머리를 약천사로 향한다. 약천사가 속한 서귀포(西歸浦)는 이름만으로도 불국토이다.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돌아가고픈 불자들의 염원이 담긴 지명이다. 서귀포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약천사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적광전이 유명하다. 조선 초기 불교건축 양식을 띤 대적광전은 지하1층 지상 30m에 연건축면적 3332㎡(약 1000평). 외형상 4층이나 일반건축물로는 7층 높이다. 법당에는 5m 주불인 비로자나불이 4m 좌대 위에 모셔졌다. 서방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부처님이 오른쪽에 모셔져 있고 왼쪽엔 약사여래부처님이 계신다. 대적광전의 부처님은 언제나 한없이 푸르른 서방세계를 바라본다.

    또한 약천사는 ‘약수’가 유명하다. 물 좋은 약천사에 절을 지어 약수가 흐르는 샘이 있다는 뜻에서 약과 샘을 합쳐 사찰 명을 약천사(藥泉寺)라 부르게 됐다. 약수는 처음에는 도약천(道藥泉)으로 이름 짓고 이후 도약샘, 됫새미, 돽샘으로도 불려졌다고 한다. 제주도민들도 사계절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이 좋은 약천사 약수를 마시기 위해 절을 찾기도 한다. 발길을 오백나한전으로 돌린다. 동향을 바라봐 약천사에서 빛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아라한은 범어 ‘아라하트(arahat)’의 음역이다. 아라한을 줄여 ‘나한(羅漢)’이라고 한다. ‘세상의 존경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수행자’‘공양과 보시를 받을 가치가 있는 수행자’‘종교적인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성자’‘능히 번뇌를 끊고 고요한 불생(不生)의 경지에 도달한 성자’라는 뜻이다. 초기불교에선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이를 아라한이라 칭했다. 후에 부처님과 아라한이 구별돼 부처님의 제자가 도달하는 최고 깨달음의 경지를 의미하게 됐다.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500나한은 참배하는 이들에게 ‘그대가 닮고자 하는 아라한은 누구인가?’를 물으며 서로의 모습을 뽐낸다.
    불교신문 Vol 2763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