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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범어사 계명암

浮萍草 2013. 11. 9. 07:00
    가을달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계명추월’ 
    인생처럼 울퉁불퉁한 산길따라 걸으니 ‘부처님 집’
    고요한 가을 산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범어사 산내 암자인 계명암.
    선한 바람이 제법 분다. 범어사 주차장에서 오른쪽 포장도로를 따라 100m쯤 오르면 청련암이 나타나고,오른쪽으로 이정표 하나가 보인다. 500m 더 오르면 계명암이다. 여기부터는 굵은 자갈과 시멘트로 대충 비벼서 만든 엉성해 보이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급경사를 좌우로 요리조리 피하며 계명암으로 안내한다. 엉성하게만 보였던 울퉁불퉁한 길의 가운데에는 오르기 용이한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좌우로 심하게 휘어지는 구간에서는 가운데가 아닌 외곽 쪽으로 계단이 있다. 새벽 예불때마다 들리던 닭울음 소리…납자들의 정진을 ‘독려’
    쉼 없는 오르막을 500m 가량 올라 계명암에 다다르니 허술해 보였던 길이 다르게 느껴진다. 이 길이 없었다면 노보살님들은 계명암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계명암 입구에는 작은 차고지에 차량 한 대가 있다. 산악용 미니 차량이다. 길 가운데 계단의 폭보다 차량의 바퀴 폭이 넓어 계단이 산악용 차량의 오르내림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길은 오르는 사람과 암자의 물자수송을 미리 염두에 두어 만들어진 것이다. 껍데기의 형상이 전부인줄 알고 본질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 (左) 금정산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범어사와 산내 암자들.▲ (中)뿌리가 약해 낙엽을 빨리 떨어뜨린다는 느티나무의 단풍은 이미
    절경이다. ▲ (右) 계명추월(鷄鳴秋月)로 유명한 계명암 전경

    청련암 앞에서 시작되는 500m 거리의 오르
    막길. 급경사를 피해 좌우로 휘돌아 계명암
    으로 인도한다.
    계명암은 의상대사가 이 근처에서 절터를 찾던 중 한밤에 느닷없이 닭 울음소리를 듣고 이곳의 이름을 계명암(鷄鳴菴)이라고 불렀다. 또한 이 암자에서 정진하던 납자들이 새벽예불 때마다 하늘에서 울려오는 닭 울음 소리를 듣고 시간을 가늠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법당을 중심으로 오른쪽 약사전과 왼쪽 종무소로 쓰이는 요사채가 도량의 균형을 잡아준다. 계명암에는 설화가 있다. 오래 전 한 어부가 물고기를 잡으러 동해로 나갔는데 그날따라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체념하며 던진 마지막 그물에 옥으로 만들어진 불상이 걸렸다. 어부는 그 불상을 바다에 던지고 한 번 더 그물을 던졌는데 다시 그 불상이 걸려 올라왔다. 불상을 바다에 다시 던지고 그물을 다시 던졌다 올리자 이번에도 다시 그물에 걸려 올라온 불상은 방광을 시작했다. 놀란 어부는 범어사 큰스님께 알려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 계명암에 모셨다 고 한다. 금정산에는‘범어 3기’로 불리는 원효석대,자웅석계,암상금정이다. 이중 자웅계석은 계명암 오른편 언덕에 있는 암탉과 수탉 모습의 암석을 말한다. 지네의 모습과도 같은 대마도를 닭의 형상으로 지켜보며 일본의 침입을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되어 수탉의 모습만 남아 있다. 계명암 편액이 걸린 너무도 소박한 일주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샘물이 나와 갈증을 풀어준다. 샘물 옆에 큰 솥이 두 개 걸려 있고 장작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장작은 겨울 준비 보다는 가마솥에 주로 사용되는 듯하다. 법당 앞으로 향한다. 300년 수령의 거대한 느티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뭇잎이 노란색과 갈색의 단풍으로 뭉게뭉게 피어 올라있다. 뿌리가 약해 주변의 나무보다 단풍이 빠르다고 한다. 낮은 담장 너머로 부산 전경이 들어온다. 이른 단풍을 보여주는 느티나무와 부산의 전경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나뭇가지 위로 범어사의 모습도 살짝 보인다. 계명추월(鷄鳴秋月)이라는 말이 있다. 금정팔경 중에 계명암에서 바라보는 가을달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한다. 굳이 가을달에 의지하지 않아도 계명암 가을은 너무도 청아하다. 통상 산의 20%가 단풍으로 물들 때를 ‘단풍 시작’이라 부른다. 단풍이 최고로 만발하는 시기는 시작일로부터 10~15일쯤 지나서다. 올해 단풍 예보에 따르면 금정산 단풍의 절경은 11월5일 경이다.
    불교신문 Vol 2761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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