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천년사찰 천년의 숲길

31 부산 선암사

浮萍草 2013. 11. 30. 07:00
    태백산맥 남쪽 끝 도량 ‘참선수행의 등불’ 되살리다
    백양산 능선에 오르면 탁트인 시야에 부산 앞바다가 들어온다.
    천년 산사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세속의 한
    가운데 섰다
    산 선암사(주지 원범스님)는 태백산맥의 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금정산을 지나 지척이 부산항을 두고,남진을 멈추고 다대포에서 끝나는 태백산맥 말단부에 솟아 있는 백양산에 자리 잡고 있다. 부산 도심에 있으면서도 숲이 우거진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도량이 이처럼 도심 속으로 들어온 것은 도시가 확장하면서다. 사찰은 산속에 있었으나 도시가 커지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정착하니 자연스럽게 사찰이 사람들 속에 자리한 모양세가 되었다. 근현대 한국불교 중흥시킨 경허스님 법맥 이은 혜월스님 수행가풍 오롯이 간직
    가파른 계단의 선암사 일주문 앞에 섰다. 이전에도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산비탈에 자리 잡은 이유로 여러 단으로 도량의 전각들이 배치되어 있고 윗부분의 전각에서 보면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웃자란 나무 처럼 퍼져있다. 이번에는 백양산에 먼저 올라 확트인 바다를 먼저 보기로 맘먹는다. 선암사 일주문을 바라보고 왼편으로 200m 산림 감시본부 초소 앞 이정표에는 나들숲길,임도,등산로 등이 자세히 표기되어 있다. 길이 너무 많아 한참을 바라봐야했다. 전국의 둘레길 열풍은 이곳 백양산이라고 예외 일 리 없다.
    해안 사찰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용왕단.
    독특한 구조로 사격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어주는 일주문
    부산 도심의 백양산에도 걷기 좋은 ‘나들숲길’이라는 이름의 걷기 길이 조성 되어 있다. 나들숲길은 청풍길,새암길,청림길,해오름길,선암길,꽃내음길,새소리길,물맞이길, 하늘빛길,솔바람길 등으로 이름 붙여진 10개 코스로 조성돼 있다. 여기서 애진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산 능선 방향으로 바로 치고 올라가는 등산로이다. 길이 제법 경사가 있지만 30분만 오르면 확 트인 시야로 부산항이 들어온다. 아파트 숲이 가로막고 있어 경내에는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선암사에서 직선거리로 바다까지 10km가 못된다. 도량 내에는 해안이나 섬에 있는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용왕 또는 용신을 모셔둔 용왕 단이 있다. 선선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계단 밑 일주문에 선다.
    실제 도량은 대웅전,명부전,극락전,관음전,조사전,용왕단,산신각,칠성각을 갖춘 부산 도심을 대표는 사찰이지만 더욱 웅장해 보이는 것은 여러 단으로 구성된 전각들과 일주문이다. 계단 밑에서 일주문을 보려면 올려 봐야 한다. 그 중앙에 대웅전의 편액이 당당하게 보인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일주문은 3개의 문으로 이루어 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웅전 편액이 보이는 가운데 문을 중심으로 직각으로 꺾어 양옆에 작은 2개의 문을 덧붙인 모양이다. 유기적으로 이어진 3개의 문을 통해 도량안의 모습은 파노라마 카메라처럼 시야각을 넓혀 눈에 꽉 차게 들어온다. 선암사는 마하사와 함께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꼽힌다. 창건 연도는 본사인 범어사 보다 3년이 빠르다. 선암사가 전국적 사찰로 부상한 것은 근현대에 들어서이다. 조선을 거치며 희미해져 가던 선의 등불이 경허스님에 이르러 되살아난다. 스님에게는 기라성 같은 제자가 즐비했으니, 그 가운데 한명이 혜월(慧月)스님이다. 북녘땅 갑산에서 열반한 스승 경허스님의 법구를 사형인 만공스님과 함께 모셔 다비를 치르고는 덕숭산을 떠났다. 홀연히 사라졌던 혜월스님은 부산 선암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해가 1921년이다. 이후 선암사는 남방의 선도량으로 거듭난다. 경허스님의 법이 덕숭산에서 뻗어가 그 한축이 남쪽 바닷가 태백산맥이 마지막으로 웅비한 백양산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혜월스님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전국의 선지식들이 부산 선암사로 찾아들었다. 그리하여 1923년 선암사에 선원이 열렸으니 소림선원(少林禪院)이다. 소림선원은 1930년 문을 닫을 때까지 선풍을 떨쳤다.
    불교신문 Vol 2775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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