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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불암사

浮萍草 2013. 12. 19. 07:00
    천겁(千劫)과 만세(萬歲)가 지나도 최고 순간은 ‘지금’
      
    ▲ (左) 남양주 불암산 불암사 마애삼존불. 1973년 당우를 일신시키면서 조성하였다. ▲ (中) 마애삼존불 뒤편에 작은 돌탑들이 쌓여
    있다.▲ (右) 대웅전에서 마애삼존불로 가는 곳에 조성된 십이지신상. 얼마 남지 않은 소띠 해가 가면 용띠 해가 새롭게 시작된다.
    혜경과 승필이 불암산에서 미숙의 복귀를 놓고 경주
    를 벌이고 있다.
    선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도읍으로 정할 때 금강산에 있던 어떤 산(山)이 서울의 남산이 되고 싶었다. 부지런히 내려 왔지만 산이 서울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이미 남산이 생긴 것을 보고 한발 늦음을 한탄하면서 이곳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 산이 바로 서울 노원구와 남양주시 별내면을 경계에 위치한 불암산 (佛巖山)이다. 높이 509m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이런이야기가 전해 오는 건 금강산 자락이라 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불암산의 서쪽 노원구 쪽에는 국가대표들이 훈련을 하는 태능선수촌이 자리 하고 있다. “불암산 정상까지 예전엔 매일 올랐지요, 1시간 약간 더 걸립니다. 일반인들은 두시간 정도 걸릴껍니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 박정길 태능선수촌장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천오백번도 넘게 올랐습니다.” 모든 종목의 국가대표선수들 정상에 부처님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 불암산에 오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참여한 여자 핸드볼 선수단도 예외가 아니였다. 당시 어느 종목 선수들보다도 불암산등정 기록이 좋았다고 한다. 세계 최강 덴마크를 상대로 최고 명승부를 펼친 2004년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임순례 감독의‘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도 불암산 등정훈련 장면이 나온다. ㆍ부처님 형상을 닮은 불암산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땀을 흘리며 가장 아름다운 ‘오늘’을 보낸다
    불암사 경내. 전각 너머로 보이는 바위 산이 불암산이다.

    미숙(문소리)의 무단이탈을 문제 삼아 엔트리에서 제외하겠다고 공표하는 감독 승필(엄태웅),안타까운 혜경(김정은)은 불암산 등반 훈련에서 자신이 감독보다 먼저 완주하면 미숙의 엔트리 자격 박탈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다. 혜경은 감독에게 이기지 못하지만 감독 승필은 미숙을 결국 받아 드린다. 대표팀 내 신진 선수들도 혜경,미숙,정란(김지영)등 고참선수들인 그녀들의 핸드볼에 대한 근성과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꿈에 도전 하려는 투지를 인정하게 된다. 마침내 최고의 팀웍으로 뭉친 그들은 다시 한번 세계 재패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아테네로 향한다. 태능선수촌 반대편 동쪽 불암산 자락엔 신라 지승스님이 824년 창건한 25교구 봉선사 말사인 불암사(주지 일관스님)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 세조 때 한양 외곽 사방에 왕실이 지어한 사찰로 서쪽에 진관사,남쪽에 삼막사,북쪽에 승가사와 함께 동불암으로 불리기도 했다. 태능선수촌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 때문에 선수촌 법당이 역할을 하지 못할 때면 이 곳에서 신심있는 불자들이 모여 법회를 열곤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선수단 환송법회도 이 곳에서 봉행됐다. 또한 불암사는 서울하고 가까운 지리적 여건으로 휴일이면 불자 및 등산객 등 1000여 명 등이 불암사를 찾고 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하이라이트는 덴마크와의 결승전 장면이다. 당시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겠지만 연장 이후 승부던지기에서 승부가 갈렸다. 승부던지기에 앞서 감독인 승필은 선수들에게 말한다. “지더라도 울지 않도록 합시다.” “오늘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줬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승부를 결정짓는 스포츠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언제나 승자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모든 이들은 아름답다. 불암사를 나오며 다시 일주문을 돌아보니 일주문 주련이 눈에 들어 온다. 歷千劫而不古(역천겁이불고) 亘萬歲而長今(긍만세이장금) 천겁이 지나도 옛날이 아니오 만세가 지나도 항상 오늘이다.
    불교신문 Vol 2780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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