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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비몽’ 파주 보광사

浮萍草 2013. 6. 13. 07:00
    ‘집착남녀’ 보광사에서 ‘넓고 자비로운 빛’ 만나다
    고령산 자락에 자리한 파주 보광사. 대웅보전이 특히 아름답다. 원목 느낌나는 외벽 벽화로 연화화생도, 반야용선도 등을 그려
    넣었다. 대웅전을 마주보고 있는 만세루, 그곳에 걸려 있는 목어 또한 충분히 아름답다.

    영조가 생모인 숙빈 최씨의 영정과 신위를 모시기
    위해 세운 어실각과 향나무.
    화 ‘비몽’은 주인공 란(오다기리 죠)과 진(이나영)의 꿈으로 엮여 있다. 란은 꿈속에서 교통사고를 낸다. 그 꿈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느껴졌던 란은 사고지점을 찾는다. 이럴수가. 정말 교통사고가 나 있었다. 사고는 진이 몽유병 환자처럼 밤 사이에 일어나 무의식 중에 저지른 것이다. 란과 진의 관계는 이렇다. 란이 꿈을 꾸면 진이 무의식 상태에서 그 꿈대로 행동한다. 몽환적이고 다소 난해한 김기덕 감독의 이 영화는 란과 진의 지속되는 연관 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란이 꿈속에서 과거의 연인을 찾아가면 진은 증오했던 옛 남자를 찾아가는 형식이다. 이러한 관계가 진행되면서 둘의 갈등도 깊어진다. 이들 남녀가 함께 찾아간 사찰이 있다. 파주 보광사다.
    영화 ‘비몽’에서 란(오다기리 죠)이 보광사 대웅보전
    배경으로 서 있다
    오해와 갈등이 얽히고 설켜 둘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무렵,보광사 에서‘꿈같은 현실’을 보낸다. 함께 종을 치고 목어도 두드린다. 법당 부처님께 인사도 올리고 돌탑도 쌓는다. 꿈과 현실, 이성와 욕망이 뒤범벅된 젊은 남녀에게 사찰이라는 공간은 고요와 평온을 전해준다. 그런 가운데 둘의 마음도 조금씩 달라진다. 보광사는 894년(신라 진성여왕 8) 왕명에 따라 도선국사가 비보사찰로 창건했으며 임진왜란때 전소 이후 1622년(조선 광해군 4)과 1667년 (현종 8)에 중건했다. 지난 해 말 설법전이 원인 모를 화재로 소실되어 그 자리에 가건물에 세워져 있다. 현재 설법전 복원불사를 위한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 종을 둘러보고 대웅보전으로 향한다. 대웅보전은 꽤 높은 석단위에 단아하게 세워져 있다.
      
    대웅보전 외벽에 그려진 벽화들. (좌) 연화화생도,(중)스님이 흰 코끼리를 타고 가는 모습.(우)반야용선도.

    퇴색한 단청은 한껏 고풍스런 멋을 자아내고 있다. 대웅보전 안에는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5존불이 모셔져 있다. 대웅보전 정면을 제외한 좌우측면과 후면은 나무 벽으로 되어 있고 한칸 한칸 불화가 그려져 있다. 원목 나무에 채색한 그림이 바로 그려져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영화에서 진이 사라졌을 때 란이 진을 찾아 나서는데 란의 상반신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의 배경을 이 대웅보전 벽화가 채우고 있다. 대웅전 맞은 편 전각에 목어가 걸려있다.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목어의 꼬리는 잉어인데 머리는 용 모양을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목어를 두드리던 란과 진은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꿈처럼 소리없이 목어를 두드렸다. 헛된 집착과 삿된 망상에 빠져 서로에게 집착하면서 번민을 줬던 두 주인공이 넓은 빛(普光)을 찾아 이곳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보광사는 또 드라마로 유명한 ‘동이’의 주인공인 숙빈 최씨의 원찰이기도 하다. 숙빈 최씨는 영조의 생모로 영조가 왕이 되기 전 숨을 거둔다. 영조는 왕이 되고 나서도 숙빈 최씨를 후궁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는 못하였다. 그래서인지 영조는 매월 초 됫박고개를 넘어와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보광사 곳곳에 영조의 생모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 대웅보전 오른쪽 둔덕에 숙빈 최씨의 영정과 신위가 모셔져 있는 어실각이 있다. 그 옆에 마치 어실각을 호위하듯 영조가 심은 향나무가 꿋꿋하게 서 있다.
    불교신문 Vol 2705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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